이양희 천변만화 대표
이양희 천변만화 대표

 

지난 6월 조경식물을 주제로 유독 많은 인파가 몰렸던 한국조경협회 월간 조경기술 세미나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발제자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당당한 눈빛을 지닌 이양희 천변만화 대표다.

식재에 특화된 조경설계, 정원 설계와 식재 시공을 하는 이양희 대표는 식물적용학의 서식처정원 기법을 실무에 적용한 사례로 정원 ‘기와요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 야생 숙근초의 자연스러움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매미가 우는 7월 어느 날 이양희 대표를 다시 만나러 북아현동으로 향했다.

‘조경’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자연에 대한 흠모가 어릴 적부터 늘 있었다. 대학 시절 미디어 디자인 학과에 들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기초로 배우는데 뭔가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이라는 학문이 자연 가까이에서 식물을 다룬다고 하길래 선택하게 됐다. 굉장히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야생적인 자연의 모습을 꿈꿨고 그런 모습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접한 조경은 생각보다 지루하고 딱딱했다.

어떤 변화를 거쳐서 지금의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나?

조경설계를 잘하고 싶었다.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리정보체계 전문 코스 과정도 배우고 대학원도 진학했다. 그리고 첫 번째 설계 사무소에 들어갔다. 그 당시 설계가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젊은 청춘을 일터에서만 보내기엔 아쉽지 않은가, 무작정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고 마을 공동체 연구소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다시 조경설계 사무소에 들어갔다. 배워야 한다, 회사에서 내 몫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9년을 다녔다. 그 시간이 결국 내 이름을 걸고서 정원 설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식물적용학’을 배우게된 계기와 ‘식물적용학’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은 무엇인가?

항상 식재에 관심이 있었는데 조경설계를 하면서도 그 목마름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2014년쯤 아마존에서 피터 아우돌프의 원서를 구입해 매일 봤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그라스를 장엄하게 풀어내는지, 이런 텍스쳐와 경관을 연출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그러다 만나게 ‘식물적용학’이다. 고정희 박사님은 조경가로 식물을 강의하시는데 그래서 더 관심이 많았다. 궁금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강의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미 선진국에서 시도됐다는 것을 알게 되니 확신과 희망이 생겼다. ‘식물적용학’에서 제일 좋았던 건 식물이 소재가 아니라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식물은 생명이니 역동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역동성을 받아들이고 이용해서 설계하는 관점이 생겼다. 그 지점이 가장 큰 전환점이다.

인천검단신도시 아라센트럴파크에 조성된  ‘기화요초, 신성한 숲의 물결’
인천검단신도시 아라센트럴파크에 조성된  ‘기화요초, 신성한 숲의 물결’

 

제3회 LH가든쇼에 출품한 ‘기화요초’에 대해 설명해달라. 공모전 참가와 작품 조성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기화요초’는 자생 식물 서식처 정원이다. ‘식물적용학’을 통해 배운 것을 구현해보고 싶었다. 해외 사례는 많지만, 자생 식물 서식처 정원 기법의 사례는 드물었었기 때문이다. 시험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공모전에 출품하게 됐다. 시공을 잘해주셔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식재였다. 농장에서 예쁘게 보이는 식물을 가지고 와서 심는 개념이 아니지 않는가. 처음부터 잘 살 수 있는 식물 공동체를 구성해서 정확한 구성과 비율로 심는 것이 중요했다. 자생 식물이 원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포트를 사다가 집 마당으로 옮겨 큰 포트로 옮기고 기르고, 다시 노지에서 길들여서 식재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고 의미도 있었다.

그때 식재한 식물 공동체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식물은 이렇게 저렇게 자라라고 해서 원하는 모습으로 자리지 않는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다음은 자연에 맡겨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지금도 ‘기와요초’가 있는 검단에 다녀온다. 주로 관찰한다. 관리나 관수는 안 한다. 식물이 자연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란다. 아이들도 그렇게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둘이 비슷하다.

기화요초의 서식처 정원은 식물들이 계속 풍성해지면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국내 야생화 품종은 꽃이 수수하고 꽃 개화 시기도 짧아 화려한 시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자생 식물이 지닌 특유의 녹색 질감이 있는데 그것들이 펼쳐지는 느낌이 좋다. 기화요초에 오셔서 여기 진짜 숲 자락 같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내심 뿌듯하다.

‘천변만화’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말해 달라.

최소한의 관리만으로도 매해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정원을 공공 공간에 만들고 싶다. 저 관리, 저 예산에 지속 가능한 여러해살이풀 정원을 내놓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부분도 보완돼야 하고, 정원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야 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은 계속 실험해보고 결과를 축적해 잘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공공 공간에 설치되는 작가 정원 공모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작품이지만 실험 대상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고 모니터해서 유용한 식물 공동체를 지속해서 검증해나가는 것이 실제 여러해살이 정원을 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나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이양희 천변만화 대표
이양희 천변만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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