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범선의 돛을 형상화한 고군산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 범선의 돛을 형상화한 고군산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뚜벅이투어의 목적지는 고군산군도. 행정구역 상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딸린 곳이다.
수도권에서 출발해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얼마 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잼버리 새만금 야영지에서 바로 지척이다.
주말여행을 떠나려면 교통체증으로 두려움부터 앞서지만 뚜벅이투어는 우등버스로 편하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끝도 없이 막혀있는 고속도로를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 신나게 달리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넓게 펼쳐진 선유도 해수욕장의 바닷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불린다. 바닷가에는 9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오전임에도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린다.

다들 얼른 그늘 아래로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였다. 배낭에 짊어지고 온 전투식량을 돗자리 위에 펼쳐놓고 투어를 위해 배를 채웠다. 해수욕장 앞에 띄엄띄엄 지어놓은 그늘막 아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절기상 백로가 지났음을 느끼게 한다. 도시락을 싸와 음식을 나눠 먹는 맛은 뚜벅이투어만의 재미다. 배가 터질 듯이 먹고 나서야 우리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민족문화백과사전에 따르면 고군산도라는 명칭은 오늘날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인 선유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군산도라 불렸던 선유도에 조선태조가 왜구를 방어하고자 수군부대인 만호영을 설치했는데 세종 때 와서 수군부대가 옥구군 북면 진포(현 군산)로 옮겨가게 되면서 진포가 군산진이 되고 기존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으로 고군산이라 불리게 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뚜벅이투어 일행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뚜벅이투어 일행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장자교 스카이워크 위에서 뚜벅이투어 참가자 단체사진
장자교 스카이워크 위에서 뚜벅이투어 참가자 단체사진


대장봉 142미터
우리는 선유도에서 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장자도로 넘어갔다. 해안도로를 따라 돌면 보행자들만 넘나들 수 있는 장자도로 갈 수 있는 장자교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선유도와 장자도의 멋진 섬 풍광을 보며 건널 수 있는데 바닥이 유리와 철망으로 만들어져 아슬아슬한 맛을 더한다.

우리는 관광해설사분이 추천한 다음 목적지인 대장봉으로 향했다. 장자도와 이어진 대장도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자그마한 산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 경치를 다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호기 좋게 다들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기온은 33도에 육박하고, 다들 점심은 거하게 먹은 상태라 몸은 무거웠다. 관광해설사분이 따라오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파른 경사 계단을 오르려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지만 문득문득 나무 사이로 비치는 풍광에 홀려 정상으로 향했다.

‘이러다 심장 멎는 거 아냐’라는 순간이 돼서야 정상 전망대에 다다랐다.
대장봉 142미터. 높진 않지만 짧고 강렬한 오르막이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온 만큼 멋진 풍광으로 보답한다. 군도라는 명칭답게 곳곳에 솟아오른 섬들의 군락이 아스라이 펼쳐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산하면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경치가 있다. 올라온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숨어있는 비경을 여행자에게 선물한다.

장자도에서 바라 본 대장봉 모습
장자도에서 바라 본 대장봉 모습
대장봉 비경을 위해서는가파른 경사계단을 올라야 한다
대장봉 비경을 위해서는가파른 경사계단을 올라야 한다
대장봉에서 내려다 본 장자도와 선유도의 모습
대장봉에서 내려다 본 장자도와 선유도의 모습


호떡을 먹고 쥐똥섬으로
대장봉을 오르내리느라 피곤해진 다리도 풀 겸 장자도에 모여 호떡으로 기운을 보충했다. 선유도와 대장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장자도에는 카페와 횟집만큼이나 호떡집이 많다. 기름으로 튀겨내듯이 구워내 바삭하면서 안에는 꿀이 가득 들어있어 별미다.

호떡 간식을 먹은 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무녀도의 쥐똥섬이다. 쥐똥섬은 모세의 기적처럼 간만의 차로 바닷길이 열리며 두 개의 섬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섬이라기에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 쥐똥섬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네비에 ‘무녀2구 버스카페’를 찍고 가면 나오는데, 육지에서 150m 정도만 걸어 들어가면 섬에 도달한다. 섬에서 작은 섬으로 들어가 다시 섬을 바라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쥐똥섬으로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신시도와 연결된 커다란 범선의 돛을 형상화한 고군산대교의 모습이 들어온다. 인간이 만든 장엄한 구조물과 신비함을 간직한 원초적인 섬의 조화 또는 부조화의 모습이 잠시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물 빠진 바위 사이를 돌아다니는 작은 게들과 숨바꼭질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누군가가 호각을 불며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만조로 인한 육지로의 귀환을 알리는 해경의 다급한 비상 신호였다. 다들 우르르 무녀도로 돌아와서는 아쉬운 듯 쥐똥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저녁 식사 후 버스에 탑승해 창밖을 보니 만조로 다시금 닫혀버린 쥐똥섬이 노을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점점 물이 차오르며 섬으로의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장자도의 호떡집. 기름으로 튀겨내듯이 구워내 바삭하면서 안에는 꿀이 가득하다
장자도의 호떡집. 기름으로 튀겨내듯이 구워내 바삭하면서 안에는 꿀이 가득하다
간조(干潮) 때 바닷길이 열리면 갈 수 있는 쥐똥섬의 모습
간조(干潮) 때 바닷길이 열리면 갈 수 있는 쥐똥섬의 모습
만조로 다시금 닫혀버린 쥐똥섬
만조로 다시금 닫혀버린 쥐똥섬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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