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실마을 입구
주실마을 입구

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하는 ‘10월 뚜벅이 투어’는 14일(토) 경북의 영양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차로 337km, 경상북도 동북부 태백산맥의 내륙에 있는 영양은 인구가 1만 6,000여 명으로 울릉군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 멀고도 인적이 드문 이곳은, 신라초 읍호를 고은(古隱)이라 불렀다. 어떤 보물이 감춰진 걸까? 예부터 감춰진 보물을 찾으러 영양으로 떠나보자.

상서로운 돌들의 엿못, 서석지

정겨운 돌담과 기와집이 보이는 연당마을에 도착했다. 44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뚜벅이를 반겨줬다. 여기저기 흩어져 점심을 먹으려던 뚜벅이들에게 먼저 도착하신 해설사님은 지당을 내려다보며 인품을 수양하는 정자인 경정에 앉아 점심 먹을 것을 권하셨고, 조선 시대 정영방 선생이 되어보는 호사를 누렸다.

서석지는 석문 정영방 선생이 1613년에 만든 연못과 정자로,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세연정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민가 정원이다. 경정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에 공자를 상징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그 아래로 믿음을 상징하는 향나무가 있다. 이렇게 서석지에는 25가지 선비와 관련된 식물들이 심겨 있다. 또한 연못에는 90개의 돌이 있는데, 상서로운 돌이 있는 연못이라 하여 서석지가 됐다. 돌들은 신선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상징하며, 이 중 30개 돌에는 각각 이름이 있다.

‘돈이 없어서 이렇게 지은 것이 아닙니다. 겸손함을 상징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작은 규모에 흔히 보던 풍경이라 쉽게 지나칠 수 있었을 것들이 해설사님의 설명을 통해 식물 하나, 놓인 돌 하나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미와 선비 사상을 정원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남이장군의 전설이 담긴, 선바위

연당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 선바위가 있다. 이곳에는 ‘선바위관광지’로 선바위 외에도 농특산물직판장, 분재수석야생화테마파크, 고추홍보전시관, 민물고기생태관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바위를 깎아 세운 거대한 촛대 형상의 선바위가 절경을 이룬다. 석벽 끼고 흐르는 두 물줄기가 합류하여 큰 강을 이루는 강을 남이포라 부르는데, 선바위와 남이포는 조선 세조 때 남이장군이 역모자들을 평정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특히 분재야생화테마파크는 오랜 시간 끊임없는 정성이 담긴 다양한 분재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재야생화테마파크는 영양군이 2002년 5월 준공했으며, 20년 동안 대형유리온실, 비닐온실 등을 갖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상설분재 전시관이라고 한다. 수령 250년 이상의 향나무, 등나무, 인동초 등 분재 185점과 설앵초, 해국 등 야생화 210종, 수석 51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

뚜벅이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주실마을이다. 이곳은 청록파 시인이자 시 ‘승무’로 잘 알려진 조지훈 생가가 있다.

조선 중기 때 환란을 피해 정착한 한양 조씨들의 집성촌으로서 1630년경 호은공 선생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배 모양, 호리병 모양이라 하여 주실(注室)이라 부른다. 주실마을은 실학자들과의 교류로 일찍 개화해 단발령은 받아들였지만, 일제 강점기에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지 않은 마을이라고 한다.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에서 바라보면 멀리 문필봉과 연적봉이 있다. 이렇게 문필봉과 연적봉이 있는 곳에서는 풍수지리적으로 학자가 많이 배출됐다고 하는데 그동안 35명의 박사가 나왔다고 한다. 조지훈의 생가는 경상북도 지방의 전통 가옥구조인 ‘ㅁ자’ 구조로 추위를 막는 동시에 보수적인 생활상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입향조 호은공의 증손자인 옥천 조덕린 선생의 옥천종택, 조선 영조 49년(1773)에 후진 양성을 위하여 건립한 월록서당 등 문화자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훈문학관과 지훈시공원, 시인의 숲 등 또 다른 볼거리가 가득하다.

뚜벅이 투어가 아니었다면 다녀올 기회가 있었을까 싶어 더욱 즐거웠던 이번 여행은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가 가득했다. 해설사님께 영양의 진가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숨겨져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하신다. 깊어진 가을, 나무마다, 돌마다 이곳저곳에 겸손함이 배어있는 영양으로 선비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조경신문]

서석지 경정에서 기념촬영 중인 뚜벅이들
서석지 경정에서 기념촬영 중인 뚜벅이들
서석지에서 만난 열정정인 박원양 문화해설사
서석지에서 만난 열정정인 박원양 문화해설사
조지훈생가
조지훈생가
주실마을을 거니는 뚜벅이
주실마을을 거니는 뚜벅이
  분재야생화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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