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 생태모니터링 교육과정 수강생들이 홍제천 현장에서 육상 생태계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과정 교육생들이 홍제천 현장에서 육상 생태계에 대한 모니터링 교육을 받고 있다. ⓒ자연의벗연구소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힘으로 도시의 환경과 생태를 지키고 그 가치를 알리는 시민과학 활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가운데 홍제천의 식생을 면밀히 조사하고 평가해 자료집까지 발간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이 있다.

하승필 단장을 필두로 박현정, 이분숙, 김규옥 활동가, 바로 ‘아마추어 시민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된 자연의벗연구소 주관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교육 프로그램 교육생으로 만났다.

평소 생태와 자연에 관심 있었던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이하 모니터링단)은 최상규 식물생태학 박사가 이끄는 생태모니터링 교육과정 1기생으로 홍제천의 친자연화 활동에 뜻을 모아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 순수하게 시민의 힘으로 연구 조사한 ‘홍제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들이 모니터링 한 대상지는 마포구청역부터 한강까지 홍제천 하류 약 1.6km다. 홍체천 전체 규모에 비하면 일부 구간이지만 최근 이용인구 증가로 가장 많은 인위적 간섭이 일어난 구간을 다뤘다. 단순히 식물상·동물상 목록에 그치지 않고 홍제천의 식물상, 식생 분석은 물론 문헌조사, 문화 등 대상지의 인문·사회·자연환경을 아우르며 세심하게 현장에서 직접 관찰·조사한 덕분에 “정밀하고 전문성 있는” 생태보고서로 탄생했다.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을 지도하고 자문한 최상규 박사는 “그동안 기관에서 진행한 생태모니터링 보고서가 식물상·동물상 나열과 사진 첨부에 불과했다. 인간으로 말하면 동·식물상이 하나의 사회인데 전체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래는 어떤지 이야기해줘야 한다. 이제 생태모니터링도 개선될 때가 됐다”며 “이번 보고서가 생태하천 근거로서 관할 구청에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열악한 하천환경의 현주소를 지켜보자는 데 의미가 깊다. 좁은 구간을 모니터링 했기 때문에 식물상을 아주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 구간에 외래식물이 들어와도 분포도까지 그려났으니 그 변화과정을 면밀히 볼 수 있다”며 “컴퓨터 그래픽 등 힘든 작업이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시민 자원활동의 결과물이라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현장 교육 모습 c자연의벗연구소ⓒ자연의벗연구소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현장 교육 모습 ⓒ자연의벗연구소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를 거쳐 한강과 만나는 길이 약 14km의 전형적인 도시하천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 수질이 좋고 수량 또한 풍부했으나 하천 바로 위로 내부순환도로가 건설되고 하천 가까이 거주지가 확대되는 등 급속한 도시화 과정 속에서 건천화 등 인위적 훼손이 심각했다.

특히, 홍제천은 내부순환로 교량과 겹쳐 그늘이 많아 일조량이 부족하고 분진 등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떨어지면서 식물의 생육환경이 열악한 수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을 모델로 2009년 난지하수처리장 하상여과시설에서 물을 취수해 송수관을 통해 홍제천으로 흘러들어오게 한 후 다시 한강으로 흘러가게 하는 생태하천 복원공사 후 홍제천은 물이 다시 흐르는 하천이 됐다. 그러나 수십 년 간 개발역풍에 밀린 홍체천의 자얀환경은 지금 어떠한 모습일까.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이 지난해 12월 펴낸 홍제천 생태모니터링결과보고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이 지난해 12월 펴낸 홍제천 생태모니터링결과보고서

모니터링단은 홍제천의 자연환경 가치와 지속가능한 자연하천으로의 복원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사 계획 수립부터 현장조사, 분석, 편집까지 수십 차례 회의와 시행착오 끝에 보고서를 완성하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제천 식물은 도보로 관찰하고 동정, 채집, 도감 확인 과정을 거쳐 총 65과 14변종 2품종 220분류군으로 나타났다. 그 중 외래종이 54종, 귀화종이 41종, 교란종이 7종이다. 생태계 교란식물 7종은 하천 좌우안에 골고루 출현했다. 특히, 생태계교란종 ‘가시박’은 하류 우안의 교목을 에워싸 하천 사면을 완전히 점유해 군락을 이뤘다. 종다양성 기준이 되는 양치식물로는 쇠뜨기가 유일한데, 교량 차량 통행에 따른 매연과 오염물을 동반한 우수로 수질오염·대기오염 농도가 높은 탓이다.

하천 교목은 참느릅, 버드나무 위주로 단조롭고, 식재 초본 위치와 주변 식생에 따라 확인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천 유역 수생식물 출현이 전반적으로 적으며 하천 좌우안부 녹지축 역할도 낮다.

이에 하천 경관목으로 대기오염에 강하고 정화기능 있는 팥배나무 등 적정 수종을 심어 자연성 증대가 필요하며, 홍제천에 출현하는 창포나 물억새 개체수를 늘리고 토종 정화 우수 식물인 고랭이나 줄 식재로 하천에 도래하는 조류 식이원 증대가 절실하다고 기술했다. 무엇보다 생태교란종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초봄부터 지자체 또는 봉사단체 활동 외에도 외래종과 교란종에 대한 관리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생조사에서는 지형도를 작성해 좌우안 단면도, 식생도를 비롯해 좌우안 주요지점의 층위구조와 식생단면을 제시하면서 홍제천 최하류 구간인 1.6Km 상·중·하류에서 우점도 등 식물분포를 기록, 우점종의 식생상관에 의한 조사를 원칙으로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식생조사 지점 층위구조는 교목 위주의 인공식재지이며 중간층 없이 곧바로 초본층을 형성했다. 수종이 단순하고 흉고직경급 분포도 또한 특정 영급으로 구성된 한계를 보였다. 초본류도 하천변 자연식생으로 생존력 강한 외래종이 대부분이었다.

보고서에서는 우점이나 단순 식생은 “질병이나 재해 발생 시 한순간에 몰락하므로 매우 위험한 구조”라며 “관리의 편이성으로 일률적으로 심다보니 매우 인위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인위적 식재를 하더라도 교목, 아교목, 관목, 초본 등 다층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식재계획이 절실하다. 다충구조가 형성되면 다양한 식물상이 존재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곤충들과 새들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교육과 보고서 발간을 기획한 자연의벗연구소와 모니터링단은 이번 보고서가 지난해 하반기 조사 결과물에서 한걸음 나아가 봄부터 여름까지 상반기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조사항목이 식물상에 집중된 결과물에서 동물상 및 수계생태계에 대한 조사까지 확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홍제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생태적인 식물상 유도나 종다양성 확보를 위한 식재 계획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물이 축적돼 이를 활용한 지역 단위의 시민 생태활동으로 연결될 때 지속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박선하 자연의벗연구소 국장은 “그동안 활동하면서 아주 세부적인 식물상 자료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었다. 이번 생태모니터링 보고서가 민간단체 및 자치구에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생태모니터링 자료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됐다”며 “그동안 하천활동하면서 모니터링단처럼 준전문가 역할이 아쉬웠다. 이번 인적 자원 발굴을 계기로 앞으로 하천활동 관련 기획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모니터링단이 전문가와 일반 주민 간 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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