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 왼쪽부터 이분숙·하승필·박현정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 왼쪽부터 이분숙·하승필·박현정 활동가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힘으로 도시의 환경과 생태를 지키고 그 가치를 알리는 시민활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가운데 홍제천의 식생을 면밀히 조사하고 평가해 자료집까지 발간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이 있다.

하승필 단장을 필두로 박현정, 이분숙, 김규옥 ‘아마추어 시민 모니터링단’이다.

홍제천에 대한 전반적인 인문·자연현황은 물론 200여 식물종에 대한 분포도, 층위구조도, 단면도, 우점도, 식생도, 식물분류 등 홍제천 1.6Km구간을 세부적으로 관찰하고 작성하는 일이 결코 쉽지 여정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홍제천 모니터링 활동 및 보고서 발간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하승필·박현정·이분숙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단을 지난달 26일(화) 자연의벗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모니터링단 참여 계기와 활동과정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분숙 : 어렸을 때 논밭에서 봤던 풀 이름을 공부하면서 생태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졌다. 최상규 박사의 지도로 이뤄진 모니터링 교육과 조사가 너무 전문적인 수준이었다. 식물상 부분을 맡아 진행했는데 홍제천에 살고 있는 식물목록을 정리할 때 정확한 명칭을 검증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오늘 안 오신 분도 식생에 관심 많은 유치원 원장이시고 하승필 단장도 활동가시고 박현정 선생도 산림치유지도사 상근 활동가다. 저도 유아숲해설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모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박현정 : 자연의벗연구소 회원으로 생태모니터링 교육을 받게 됐다. 최상규 박사님이 직접 지휘를 해주시니까 배우면서 같이 활동할 수 있겠다 싶어 참여했다. 식물을 좋아해서 농업과에 편입해서 50대 후반에 농생명과학과 대학원을 입학해 졸업했다. 생태하천으로 정비하는 계획이 물론 생태적인 것도 고려했겠지만 하천이 시멘트로 덮여 생태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홍제천을 보면 굉장히 삭막하다. 홍제천은 거의 외래종 귀화식물들이 대부분이다. 환삼덩굴, 가시박, 서양등골나무, 단풍잎돼지풀 등이 많고 하류 쪽에는 가시박이 굉장히 많았다.

하승필 : 길이를 직접 재고 토양 상태, 일조량 등 조사만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환경이 됐는지 그리고 환경에 따라 어떤 식물이 얼마나 사는지 조사했다. 그 중 잘 자라고 우점하는 종들을 구분해 단면도, 식생도를 직접 그려나가면서 배웠다. 처음에는 부실했으나 차차 실력이 늘어갔다. 지중식물부터 부들 같은 수생식물, 나무까지 기존 식재된 식물을 거의 제외하고 홍체천의 식물상을 파악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사람 위주의 공간이다. 그러나 식생이나 생태공간으로는 부족했다. 하천 양안에 가보면 경사가 높아 조사하면서도 위험한 공간이었다. 거기서는 한 가지 식물종이 우점한 걸 볼 수 있었다. 10~20미터 정도 거리를 잡아서 상류, 중류, 하류 별로 식생 분포를 조사하고 단면도를 그려 쉽게 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 모니터링 보고서가 자료로 남으면 시간이 흘러 이곳의 변화과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현장 교육 모습 ⓒ자연의벗연구소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현장 교육 모습 ⓒ자연의벗연구소

시민 모니터링단으로서 애로사항도 많았을 것이다.

하승필 :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모니터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글을 쓰고 컴퓨터로 그림 그리고 표를 만드는 작업도 낯설었다. 짧은 기간에 작성돼다 보니 최상규 박사님과 매주 회의하고 피드백 받으며 온오프라인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어려웠지만 시간을 충분히 갖고서 하다 보니 따라갈 수 있었다. 몇 차례 수정을 거쳐서 12월 보고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연환경해설사이기도 한데 이번 모니터링 활동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됐다. 곤충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다보니 200종의 식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진 찍고 검색하고 힘든 과정이었으나 즐겁게 일했다. 하천을 오가며 매 구역을 정해 실측하는데 망치, 줄자, 폴대 등 짐도 많았다. 풀밭에 막 들어가고 기어 올라가고 미끄러지고(웃음)

순수하게 시민의 힘으로 작성된 전문적인 ‘생태보고서’로서 의미가 깊다. 짧은 구간이지만 홍제천 식물상의 현주소를 충실하게 담았다.

박현정 : 최상규 박사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가 분들도 보시고 깜짝 놀라셨다. 이런 모니터링이 많이 확대돼 관 주도가 아니라 환경단체나 시민이 자원하는 활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전국 곳곳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런 활동이 많아졌으면 한다.

하승필 : 동네마다 리더가 있어야 한다. 홍제천 모니터링에는 최상규 박사가 있었지만 각 지역마다 하천이 있을 거고 그 지역에 대학 교수나 전문가가 주체가 돼 환경에 관심을 가진 시민을 모이게 하는 그런 활동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은 전문적인 작업이었지만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시민들이 매일, 매해 모여 활동하면 데이터가 쌓인다. 10년이 지난 뒤 하천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11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현장 교육 모습 c자연의벗연구소
홍제천 생태모니터링 교육 현장 실습 모습 ⓒ자연의벗연구소

모니터링 활동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분숙 : 식물상 200여 종으로 보고됐지만 사실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것만 있는 거지 다른 종들이 더 있을 것이다. 풀 같은 경우 이른 봄에 나 여름에 쓰러지니 초봄부터 한여름까지 자라는 식물종은 조사되지 않은 것이다. 1년 식생 사이클을 돌아봐야 온전해진다. 보통 관에서 하는 식재는 보여주기 위한 식재다. 정말 자연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인위적인 식재가 이뤄지니 안타깝다.

하승필 : 저희가 조사하는 동안에도 식물이 바뀌었다. 분명 여기서 소리쟁이를 봤는데 다다음주에 왔더니 다 엎어져있었다. 제초한 것이다. 다시 보고서를 고쳐야 되나 이런 상황도 있었다. 사람이 보기 좋게 하는 식재에 생물다양성은 있을 수 없나 싶었다.

박현정 : 원래 식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층위구조도 담당했지만 무슨 종이 있나, 어떤 종이 많이 점령하고 있나 보면 정말 반복되는 식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 들판에서 흔한 종 그런 종들이 주로 있었다. 씨앗이 자라서 퍼지고 있는 버드나무 종류, 느릅나무, 뽕나무가 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초본류들이 다양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보고서에 초본으로 기록한 식물도 한 개체 정도인 것도 있다. 모니터링 구간을 좀 더 확대해 전체 구간으로 연결했으면 한다. 우리가 하반기에 조사했으니 상반기 조사도 하고...이렇게 좀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모니터링과 관련해 남기고 싶은 말은?

하승필 : 모니터링한 계절이 8월부터 12월까지다.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니라 한강에서 물을 취수해 흐르게 하는 특이성 있는 하천이라 어떤 변이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물고기가 정말 많다. 백로, 왜가리, 물까치 등 꽤 많은 새들이 있다. 기간도 길어야겠지만 식물이 곤충이나 새 등 동물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고 있는지 이것도 같이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이분숙 : 하천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서양등골나물 등 교란식물종을 시민운동으로 제거할 수 있다. 굳이 식재를 한다면 하천의 수질 향상에 도움 주는 습생식물을 심고 수질을 향상하는 정화기능 있는 습생식물을 식재하고 창포나 물억새는 개체수를 늘리면 보기도 좋다. 가시박은 나무를 진짜 잘 탄다. 다 에워싸서 나무가 신음하기 전 땅에서 싹이 돋는 때 뽑으면 나무가 덜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초봄 모니터링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박현정 : 무엇보다 내가 환경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보람이 있었다. 서울시 하천을 다 연결하는 자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천을 전체적으로 잘 유지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충실한 데이터가 있어야 된다. 시민들이 한데 모여 활동할 수 있도록 관과 협업해서 꾸준히 자료를 축적하고 나중에 정책적인 자료로도 쓰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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