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고객을 잡아라!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고객을 잡아라!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1.03.10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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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집에만 박혀있는 코로나 습관으로 단골 음식점을 오랜만에 찾았다. 늘 손님으로 북적였는데 뜻밖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가격도 싸고 솜씨도 좋은 집이라 발길을 돌리며 아쉬워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장사가 잘 안되어 폐업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정이 있어 잠시 문을 닫았으리라 위안하며 자리를 떴다. 2년 째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업종은 서비스업이다.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고 헬스장이나 노래방 같은 시설들도 제한적으로 문을 열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시간제한에 걸리는 음식점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집이나 파티룸에서 나머지 회포를 푼다. 사람들이 만나고 오가지 못하니 경제 활동도 추락했다. 하지만 이제 백신의 보급과 함께 거리두기가 완화될 예정이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가게들이 ‘고객’으로 붐빌 것이다. 꼭 대면 업종이 아니라고 해도 기업인들에게 고객은 소중하다.

기업들은 고객에게 원래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넘어서 더 많고 좋은 서비스를 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한번 만족한 고객이 다시금 자신의 기업을 찾아 지속적인 구매를 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요즘에는 ‘고객만족’으로도 부족한 듯, 고객의 마음에 큰 반향을 주는 ‘고객감동’을 목표로 한다. 고객들의 마음이 열려야 그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고객들에게 감동이 있어야 기업을 향하여 지갑을 연다.

고객을 향한 끊이지 않는 ‘열정’은 사람들의 세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들의 세상도 그렇다. 자신의 힘으로는 짝짓기를 할 수 없고 혼자서는 자손들을 독립시킬 수 없는 식물들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기업가의 간절함으로 여러 가지 경영 전략을 개발했다. 생장과 생명유지를 하는 틈틈이 생산하는 각종 화합물들이 그들의 상품이다. 자신들의 고객인 각종 곤충들과 새들과 동물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켜야 하기에, 식물들은 대형마트 진열대가 부족할 정도의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 두었다.

식물은 고객인 곤충들이 천적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도 제공하고 짝짓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약도 만들었다.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탈피에 쓰는 촉진제도 개발했다. 사람세상으로 치면 호신용 제품과 정력제와 키 크는 약 같은 것들이다.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다고 투덜대는 동물들을 위해 마약 수준의 환각제도 마련했다. (이런 환각제들은 사람들도 잘 활용하고 있다.) 식물기업을 살찌워줄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수분을 도와줄 동물과 씨앗 퍼뜨리기를 도와줄 동물들에게 온갖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번 ‘식물기업’에 맛을 들인 인간과 동물고객들은 식물들의 다양한 서비스와 정성어린 환대에 ‘중독’된다. 고객만족에서 고객감동으로, 고객감동에서 고객중독으로, 점입가경의 상태가 된다. 식물들은 소중한 고객을 위해 ‘제 살 깎기’ 경영도 불사한다. 어렵게 피워낸 어린잎들을 고객 서비스용 샘플제품으로 바치기도 한다. 애벌레와 동물들에게 약 20%의 새 잎을 헌납하고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하는 식물들도 많다.

우리나라 산에 흔한 비목나무는 요즈음 뜨고 있는 ‘정기구독경제’ 모델의 선구자이다. 정기구독은 이미 우리가 사용해 온 익숙한 것으로서, 매월 정해진 요금을 내고 주차하는 월정액 주차장이나 휴대전화의 정액제 무제한 통화요금 등이다. 회비를 내면 정기적으로 제철 먹거리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씨앗 퍼뜨리기를 위해 새들을 고객으로 모시는데, 비목나무는 빨갛게 예쁜 열매를 만드는 가을철에만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는다. 비목나무의 경영전략은 훨씬 앞서 있다.

비목나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비목나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스테이 홈(stay home)을 내건 넷플릭스의 경영 전략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듯비목나무도 지속적으로 잎을 피워내어 고객이 떠나지 못하도록 잡아둔다.
스테이 홈(stay home)을 내건 넷플릭스의 경영 전략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듯비목나무도 지속적으로 잎을 피워내어 고객이 떠나지 못하도록 잡아둔다.

코로나 시대에 급성장한 ‘넷플릭스’처럼 새들의 ‘정기구독(Subscription)’을 유인한다. 비목나무는 봄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잎을 피워내어 곤충의 애벌레를 불러들이는데, 애벌레 때문에 새들은 나무 주위를 떠나지 못한다. 비목나무의 잎은 레몬향이 나서 사람들에게 찻잎으로도 인기이니 비목나무 고객들은 꽤나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정기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는 비결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것은 ‘개별 커스터마이즈(customize)’이다. 고객의 성격, 취향,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하여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무제한 옷 대여 서비스로 자리 잡은 기업 ‘메차카리’는 고객이 옷을 모두 반납해 옷장이 빌 무렵, 데이터에 기초하여 고객 취향에 맞는 옷을 추천하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다. ‘식물기업’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부를 늘려 왔다. 지금도 그들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고객 감동을 추구하고 있다. ‘고객 감동’의 경영 또한 식물에 답이 있다.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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