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에 무엇이 있나 - 세 번째 이야기
[조경시대] 정원에 무엇이 있나 - 세 번째 이야기
  •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4.17
  • 호수 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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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지난번 칼럼에 이어 필자는 공원에 정원 문화를 도입하고자 시작됐던 정원박람회 작품들과 몇몇 디자이너의 꾸준한 작품 및 그동안 우리나라 전통 정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미천한 지식이지만 정원에 적용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제언한다.

첫째, 정원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야 한다. 정원규모가 작든 크든 정원에 들어섰을 때 정원의 형태와 정원내부를 단숨에 다 보여주는 정원은 힘이 없다. 정원 문턱에서 갖게 되는 설렘, 호기심, 신비감, 궁금함을 안고 정원 입구에 들어섰을 때 다음으로 이어가는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정원, 즉 증폭된 시점과 공간이 많을수록 좋은 정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원 감상 포인트가 식물이든 시설물이든 아름다운 한 곳을 응시한 후 다음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정원이어야 한다. 정원 입구에서 한번 쓰윽 바라보는 것으로 정원의 내부가 간파되고 더 이상 호기심이 없어 떠나버리는 정원은 큰 규모의 공원처럼 빠르게 걸어 지나치듯 떠나는 발길을 잡지 못하고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시선을 한동안 잡지 못한다.

둘째, 다양한 감성적인 공간의 연결이다. 처음 조경 쪽 진로를 선택하며 가졌던 생각, 처음으로 아름답다 꿈꾸던 조경, 그 때의 첫 마음처럼 정원을 나와 자연이 만나 교류하는 순간이자 감성적인 공간으로 연출해야 한다.

사색이 필요할 때, 사랑하는 이와 행복할 때, 기쁠 때, 쉬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가고 싶은 곳, 몸을 굽혀 앉아 식물과 눈 맞추길 주저하지 않으며, 카메라셔터를 수 만 번 눌러도 지치지 않을 곳, 자연스럽게 손길이 가는 곳이어야 좋은 정원이다.

정원은 단순히 3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4차원의 공간임을 염두에 둬 정원을 계획하고 조성해야 한다. 4차원이라는 것은 형상이 아닌 특별하게 기억되는 귀한 식물이거나 추억이 있을 법한 식물 등 시간의 요소가 연결돼 있는 감성적 공간임을 의미한다.

셋째, 길과 동선이다. 하나의 큰 덩어리인 정원 부지를 넓고 비좁은 길, 직선과 곡선이 자주 교차하고 합쳐진 다양한 동선을 정감이 가는 길로 완성해야 한다.

길로서 땅 가름된 작은 공간들은 화단 형태로 표현되고, 독립된 작은 화단이 모여 큰 정원으로 잔상에 남으며 기억된다. 다양한 형태의 동선은 평이했을 큰 공간에 개성을 부여해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되고, 자주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일 경우 다양한 개성의 작은 공간과 동선으로 매번 색다르게 자극 받을 것이다. 이는 정원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정원 규모와 면적에 관계없이 공간을 여러 개의 길로 나누어 조성할 때 전체 정원의 부분들은 생기 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땅 가름은 다양한 식재패턴을 도입하기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며, 유지관리 시 관리자의 팔은 식물에게 쉽게 닿을 수 있으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단순한 큰 덩어리의 정원 부지를 톡톡 튀는 정원 공간으로 채우기 위해 대담하고 세심한 동선 계획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넷째, 지피식물과 관목 배식의 조화이다. ‘식재’라 하면 토양상태와 관수, 식물종의 의미를 내포한다. 누구나 식재라는 단어에서 계절성을 가진 식재계획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사계절의 풍족함을 식물로 구성한 정원을 만나기 쉽지 않다. 가을부터 늦봄까지 온도가 낮은 기간에 목본류 외에 초본을 볼 수 있는 기간을 극복하는 식재 패턴과 배식 기법을 알아야하고 식물에 대한 축적된 지식과 식물마다 가진 특징과 가치, 식물종에 따른 각각의 이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정원 식재에서 교목류 외에 지피식물 식재의 틀을 어찌 할 것인가는 정원을 조성할 때 매우 중요하다. 교목 외에 지피식재에 따른 관목식재 병행은 정원의 작은 틀이 된다.

자, 그럼 겨울식재로는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황량해져버린 정원에 마른 억새류 한 종으로 겨울을 버텨낼 것인지, 겨울에도 정원의 틀을 유지한 채 겨울만의 색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관목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관목은 또한 식재기반이 되는 부지의 형태와 높낮이 식재면적의 크기에 변화를 주고, 토양 마운딩으로 처리할 때 토양의 고정과 유실 방지에 이용되며 식재된 관목으로 겨울 정원의 틀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준다. 관목 선택과 관목의 배식패턴은 기능적인 측면과 겨울에 지피의 휴면으로 삭막해진 정원에 활기와 볼륨감을 채워주는 효과가 크다. 관목식재는 정원과 주변 공원에 공간을 메워주는 덩어리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어 선으로 틀로 이용하는 면과 차이가 있다. 또한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가진 관목류의 잎은 정원에서 매우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정원을 즐기려는 이들이 공간을 차지하는 덩어리형태의 물질을 살아있고 성장하는 생명으로서 한그루 한그루 느끼도록 지피식재와 혼식으로 식재에 각별한 기법과 배려를 수반해야 한다. 다양한 관목식재는 정원의 전체적인 느낌을 표출할 것이기에 지피식물을 위한 관목 도입종의 선택과 역할은 중요하다.

다섯째, 시설물과 재료 첨경물이다.

식물이 늘 정원의 중심에 있으며 식물을 중심으로 정원이 조성되고 식물이 돋보이는 정원을 계획하지만 시설물이 선행되지 않으면 도심지 또는 주택지에 식물 하나만으로는 계절감과 감흥을 연중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정원을 조성하기 쉽지 않다.

필자는 주로 시설물의 재료를 자연에서 조달한다. 그중에서 석재를 자주 선택하고 여러 종류의 석재를 한 공간에서 재료 간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조화롭게 보이도록 형태, 크기, 색감, 질감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정원에 필요한 첨경물 또한 재료 선택 시 이질감이 없는 색채와 질감을 고려해 정원 이용자가 지루해 하지 않도록 기능적인 부분을 첨가하여 선택하여 배치한다. 식물이 의도하는 부분과 시설물을 통해 의도되는 부분, 동선(포장)과 계획 단계에서 의도하는 부분들을 고려해 정원을 완성하는 것이다.

여섯째, 원로의 포장이다.

포장 재료는 공간의 성격을 부여하는 기능을 가지는 한편, 정원의 위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 방법이다. 요즘은 경계석으로 녹지를 구분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경계석은 일정한 폭이 있기 때문에 포장면과 녹지를 인위적으로 구획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원은 세밀하게 감상하는 공간이므로 일반 공원처럼 조성한다면 그 간극만큼 정원은 감상자로부터 멀어진다.

또한, 경계석처럼 녹지를 포장면보다 높이는 것 보다는 2㎝ 이내의 높이차를 두어 그림자 음영을 따라 원로와 녹지가 시각적으로 구획된다. 그러므로 포장재(원로)는 곧 정원 요소이면서 정원을 즐기는 통로인 것이다. 원로의 포장재 선정은 공간의 성격, 주변의 녹지의 규모나 형식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포장 패턴을 요구한다.

요즘 산자락 교목 아래 다소곳하게 피기 시작한, 진달래 식물 한가지만으로도 감흥이 흐르고, 길 하나 재미로도 호기심이 일어나며, 식물 식재 패턴의 다양한 고민은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줄 것이다. 그러하기에 정원은 쉽게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접근했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쉽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는 분야로, 기초 지식과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능수능란한 기법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정원이 아닌, 품질이 좋은 정원, 우리나라의 생활문화를 토대로 조성되는 정원, 진달래를 만나듯 친숙한 우리의 정원을 처음처럼 오늘도 꿈꾼다.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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