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에 무엇이 있나? - 네 번째 이야기
[조경시대] 정원에 무엇이 있나? - 네 번째 이야기
  •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6.19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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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Landscape Times] 지난 주 제7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출품작이 선정되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주제를 해석하여 정원을 계획했고, 도입되는 재료의 선정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짐을 느꼈다.

그만큼 정원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아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지난 번 칼럼에 이어 현장 경험 중 정원을 공부하고 조성하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지형조작, 햇볕(光), 수경요소, 멀칭, 안내판, 오브제 등 정원 핵심 요소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주어진 대상지가 평탄한 지역, 또는 경사지역 등 여건에 따라 정원의 기반이 되는 지형조작은 정원의 골격이며 앞으로 전개될 정원 성격을 결정짓게 한다. 땅의 모습은 원래 평평하지 않다. 세월의 주름처럼, 삶의 굴곡처럼 억만 년의 기록이 지형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정원대지에 다양한 굴곡을 담아 좁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감춰 넓거나 깊게 느껴지도록 지형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원래의 땅은 물이 땅을 갈라 지형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므로 수경요소를 도입하여 계류와 연못 등 정원요소와 지형변화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하겠다.

둘째, 햇볕은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광 조건은 정원의 컬러를 정하는 것과 같다. 늘 꽃이 있는 정원은 햇볕을 골고루 나눠주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도심의 정원일 경우 고층 건물로 위요되어 햇볕에 대한 갈증이 크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건물과 건물 틈으로 통과하는 한줄기 빛을 받은 정원은 빛의 통로가 되어 아름답게 빛난다. 빛이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그림자분석을 통해 건물로 차단되는 빛의 음영과 전체 광량을 알아야 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방편으로 지형 조작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즉, 전체 정원지반을 해바라기처럼 햇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경사지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많은 빛이 오래 머물다 가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수경요소는 정원 식물에게 공중습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포장면의 복사열을 차단하고, 식물주변을 맴도는 공중습도를 조절하여 식물생장에 도움을 주는 정원요소이다. 또한, 거울연못, 계류, 분천, 벽천, 물 계단은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요소 그리고 음이온에 의한 청량감 즉,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로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지 여건상 수경요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 공급원과 에너지, 유지관리 및 동절기 등 물 없이 노출되는 민낯을 어찌 참아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수경요소의 제한사항을 점검하고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증발산까지도 고려해 공급수량과 수면적과 깊이를 결정한다. 정원디자이너는 정원을 걷다가 여름철 비온 뒤 찬바람 같은 물줄기 소리를 듣고 싶은 욕구를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넷째, 멀칭은 식물이 자라는 공간에 잡초를 억제하고 가뭄과 추위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먼지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원에서 멀칭재는 식물에 미치는 기능뿐 아니라, 식물이 사라진 긴 겨울 동안 정원의 주인으로서 경관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내고 있다. 멀칭재는 우드칩, 왕겨, 왕마사, 화산석, 자갈, 조개껍질 등 다양하며, 재료의 크기와 굵기, 중량, 컬러 등을 고려하여 디자인요소로 활용된다. 멀칭재의 쓰임은 동선과 마주하는 이용자와 근접거리에 식재된 관목류 하부, 초화류, 구근류 재료와 컬러를 다르게 적용하여 배치하면 식재공간에 성격을 부여할 수 있으며, 구근류 경우 동절기에 방치되고 텅 빈 정원이 아닌 색감과 패턴이 살아있는 정원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식재구간의 토사(흙물)가 포장 면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여 말끔한 유지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단, 멀칭재들의 이동으로 각 공간마다의 개성적인 영역이 훼손되고, 멀칭재가 침하 또는 유실됨으로써 관리 중 간헐적인 보충이 요구된다.

다섯째, 안내판은 식물명을 표기하는 표찰부터 정원배치도와 작품을 설명하는 설명판까지 여러 형태로 정원에 도입되고 있다. 안내판에는 디자인요소가 요구되지만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가 첫째요소다. 그 다음으로 형태나 재료, 크기가 결정되어야 한다. 재료는 목재, 철재, 플라스틱 등이며, 시간이 지난 정원에는 제일 먼저 노후화를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진이나 글씨의 변색, 탈색, 탈자, 목재의 변형 등 고려하여 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식물표찰인 경우 동선에서 2m 이내와 이상을 구분하고 크기를 달리하여 인식성을 높여주는 매너도 필요하다. 식물표찰에도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정원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서 특징적인 내용으로 표현해야 된다.

여섯째, 오브제는 정원요소 중 소금과 같다. 정원의 특징을 오브제를 통해서 인식하고 잔상이 남기 때문이다. 식물모양, 동물모양, 풍경, 모빌 등 소리와 움직임을 함께 표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공간의 이름표와 같은 오브제는 정원 주인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빛나게 하는 것으로 튀는 형상보다는 배경으로 스며드는 오브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람이나 물에 의해 움직이는 형태를 취하면 오브제 역할 효과는 더 높아진다. 그러나 너무 과해 정원의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언덕 위에 군무로 연출한 컬러 바람개비 같은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겠다. 자재를 운반할 때나 정원 조성 시 장비를 많이 사용한다. 이런 경우 안전에 대한 작업자들의 보호가 필요하다.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위해 정원을 조성하는 데 있어 크고 작은 안전 불감으로 인한 사고를 망각할 때가 많다. 조성 이후에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정원에 접근했을 때 안전하게 이용되어야한다. 예를 들면 파타일의 마감처리 불량으로 상처를 생기게 한다거나 식물자체에 독성이 있어서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발이 끼고 구두가 포장 면에 낀다거나 옷이 녹물에 의해 오염되거나 벽체인 경우 도복될 위험성은 없는지 등 구조물에 대한 안정을 고려하면서 정원조성에 임해야 한다.

끝으로, 정원은 문화적 요소다. 정원양식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 투영된 계획이다. 정원양식은 시간의 흐름 속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척도가 된다. 따라서 각 시대의 정원에는 나름 메시지가 있고 사람이 얽혀있다. 정원의 주인이 어떤 식물을 사랑했는지 어느 시대를 공유했을지 한편의 시를 읽듯 디자이너의 삶을 정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원! 삶이 있고 쉼이 내재되어 있는 곳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정원을 조성할 정원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정원의 필요요건들을 충분히 살피고 보충하여 지친 현대인들이 정원에서 쉼을 선물 받고 이들에게 정원이 곧 치유공간이 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조성해야 할 것이다.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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