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조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정용조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Landscape Times]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른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17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게 되면서 고령사회로 처음 진입했다. 이는 2000년 고령화 사회 진입 후 17년만이며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령사회 속에서 노인의 빈곤율 또한 높아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빈곤 속에 고령화는 노후를 준비 없이 맞이한 노인들의 비참한 삶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노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으로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찾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많은 방법들이 논의 됐다. 하지만 사회적 역할과 참여의 기회를 상실한 노인계층들은 갈 곳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매일 출근하듯이 공원으로 모여든다. 탑골공원이나 종묘공원이 그들의 근무지나 다름없다. 그곳에 가면 대화를 나누고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을 노인들도 알고 있으나 이 사회에서 자신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한 공원에서 서로 소통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 도시공원의 체계는 생활권공원과 주제공원으로 나누며 생활권공원은 도시생활권의 기반이 되는 공원의 성격으로 설치ㆍ관리하는 공원으로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등이 있으며, 주제공원에는 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 도시농업공원 등으로 구분된다. 고령화가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여가시간도 길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노인들의 이용을 반영한 도시공원 체계의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대다수 노인들은 여가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근처 공원이나 노인정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2001년 이전의 탑골공원은 바둑, 장기를 두는 집합장소로 사실상 노인들의 공원이었다. 하지만 2001년 탑골공원 일대 거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계기로 탑골공원에는 예전에 비해 노인의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 많든 노인들이 어디로 갔을까? 대안으로 인근의 종묘공원이나 서울노인복지센터로 장소를 옮겨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곳에는 무료급식도 실시하고 있어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장소가 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노인들의 여가문화 활동을 조사한 결과, TV시청, 여행, 컴퓨터ㆍ인터넷 배우기, 운동하기 이외의 여가문화 활동을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체 노인의 27.3%만이 “여가문화 활동을 한다.”라고 답해 상당수 노인들이 여가문화 활동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 대부분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TV보기나 공원을 찾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거나 장기, 바둑을 두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노인들이 바둑을 두거나 소일하는 것보다 건전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가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인친화형 공원을 조성, 사회전반에 적용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라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현재 심각한 저출산ㆍ고령화 과정에 있으며 유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자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현 공원체계로는 변화된 인구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인들이 선호하는 공원시설은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각종 운동기구, 운동트랙 등의 운동시설과 신선한 먹을거리를 수확할 수 있는 도시농업을 들었다. 도시농업은 농사일을 통해 육체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생명체와의 교류를 통해 정신적 안정도 이루며, 이웃과 소통할 수 있고, 수확한 농산물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느끼는 행복감과 도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환경적 가치를 느낄 수 있어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오래된 공원을 현대화 시키거나 새로운 공원을 조성할 때 꼭 노인 전용 공원을 조성할 수 없지만 노인들도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저출산으로 이용률이 저조한 어린이 공원을 노인들의 요구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한 노인친화형 주제공원으로 재조성할 것을 제안해 본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노인을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고 그들만의 자치공간을 일정부분 할애해 줌으로써 근린권에 흡수하고 그 안에서 건전한 여가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세대간・지역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웃 간의 소통부제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본다. 공원내부와 주변 환경이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중심성을 갖게 된다면 인근 주거지와 도시의 환경은 연쇄적으로 증진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공원 밖의 오픈스페이스와 연계되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며, 도시 가꾸기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커뮤니티의 형성 또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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