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 그 마지막 이야기
[조경시대] 정원! 그 마지막 이야기
  •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2.11
  • 호수 5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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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정원과 월동에 대하여
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Landscape Times] 사계절 중 봄의 정원이 으뜸이고, 정원의 주인공이 봄정원이라는 데 반박하는 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정원 없이는 봄정원을 맞을 수 없거니와 꿈틀거리듯 움트는 새싹의 생명력을 만끽하는 기쁨도 없을 것이다.

꽃들의 향연이 인간을 향한 속마음은 아닐지언정, 봄바람과 함께 줄지어 피어나는 꽃들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겨울 언 땅에 구근 한 알의 생명력을 더하여 간직하면 어떨까?

올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원이야기로 시작하였다.

한해를 보름 정도 남겨둔 찬 겨울이 되었고, 오늘 영하의 기온에서 땅을 녹여가며 정원 조성을 마무리하고 왔다. 겨울정원을 진행하면서 정원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요소와 월동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정원이야기를 맺고자 한다.

날마다 떨어지는 기온으로 12월 정원은 만들기도 힘들지만 볼품도 없다. 땅도 차갑고, 식물은 더 차갑다. 그럼에도 봄 정원을 통해 알게 되고 보게 되는 겨울정원 조성의 매력과 고려할 내용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푸르고 아름다웠던 꽃과 잎을 거두고 땅속으로 감춰진 숙근류는 정원을 황량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한가지종의 식물로 조성하는 주제정원을 제외한 정원에서 숙근초 없는 정원의 삭막함을 전문가라면 알 것이다. 겨울에 푸르름을 위한 숙근류 대체 식물로 상록수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정원의 완성도를 겨울부터 시작하여 봄정원, 여름정원, 가을정원 순으로 계획할 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정원의 틀을 겨울정원에서 완성된다.

둘째는 정원의 틀이 정해지면 이 시기에만 식재할 수 있는 화려한 구근류을 추천한다. 봄정원에서 가장 빨리 개화하는 복수초 할미꽃 등은 꽃의 크기가 작고 풍년화를 시작으로 목련까지 줄지어 꽃이 피지만 구근류의 개화시기와 화려함을 따라잡지 못한다. 크로커스를 시작으로 무스카리 스노우 플레이크, 수선화, 튤립 등 잎을 거두고 땅속에 휴면 중이던 숙근이 깨어나는 시기에 구근류는 이미 만개하기 때문이다. 서릿발 시퍼런 겨울정원에 구근을 듬뿍 묻어두고 바라보는 이들의 눈은 얼마나 따뜻하겠는가?

셋째는 겨울이 긴 우리나라의 멀칭은 필수이다. 보온의 효과도 있지만 나지의 황량함과 빈 공간을 잡아주는 경관요소로도 충분하다. 지난 회에 언급한 멀칭의 기능적인 요소에 비춰, 겨울정원에서의 멀칭은 경관 창출에 역할이 크다.

넷째, 월동 보조재의 역할이다. 나목의 앙상함, 힘을 뺀 식물이 보기 좋지는 않지만, 월동을 위한 볏짚과 같은 월동 보조재는 겨울정원의 중요한 소품이다. 나뭇가지에 옷을 입혀주고, 눈이라도 내려주면 잔가지에 앉은 눈의 실루엣은 꽃보다 아름답다. 흰 눈은 정원의 형태를 닮고, 찬 서리와 시린 얼음을 담아 조형물을 연상케 하는 겨울정원의 연출력이야말로 자연이 만들어주는 정원이 아닐지?

다섯째, 겨울정원은 그래서 기다림의 정원이고, 상상의 정원이고, 희망을 가지게 하는 봄정원의 본질이다. 겨울정원은 보여주는 정원이 아니므로 봄날을 기약하는 설렘을 정원 안에 담아내야 한다. 겨울정원을 바라보며 식물도감을 통하여 봄부터 차례로 개화할 식물을 상상하도록 식물도감을 제공하면 어떨까?

여섯째, 동영상으로 정원의 조영과정을 담아 정원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추억을 간직하는 정원 요소가 될 것이다. 만들기 전, 만들어가는 과정, 만든 후 주인이 완성해가는 것이 모두 정원이기에 정원 조영 기록을 통해 정원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일곱째 월동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가을 모 TV에서 정원 주제 예능프로그램의 정원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적이 있다. TV프로그램을 끝내고 전문가로서 느낀 점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정원에 대한 갈증은 가득하나, 정원에 들어서는 문고리와 같은 식물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정원을 가지려는 이, 이미 정원을 가진 이, 정원을 만드는 이 모두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 정원소재인 식물과 식물의 기반인 토양, 그리고 정원가의 계획과 철학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원관리에 대해 덧붙이자면, 요즘 정원을 알리는 행사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 그 행사장을 찾아보면 볼품없어진 앙상한 정원 명패만 햇살을 받고 있다. 정원은 조성 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예뻐지고, 성숙하여 알차게 되어야 하나, 실제는 실망만 남는다. 행사를 위한 정원, 소비형 정원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원을 만드는 것이 3할이라면 가꾸는 것이 7할이다. 정원을 가꾸는 재미가 더 오래 정원을 지속하게 하며, 이는 인간 본성의 심미적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만드는 것만큼이나 관리가 중요하다.

가을이 되면 꽃대를 제거하고, 전잎이나 고사 지엽은 제거, 열매는 채종하여 보관하였다 봄날 심을 준비와 방한을 위한 방풍막, 볏짚 깔기, 줄기 감싸주기, 잠복소 등 월동관리가 필요하다. 식물선정 만큼이나 월동 및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서는 정원조성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기보다 관리할 예산을 삭감하거거나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정원산업의 퇴보를 조장하는 일이다.

끝으로, 아직 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정원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원전문가집단과 관련학회나 협회, 관련종사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에 일고 있는 정원 붐을 타 그 지역의 특색을 살려 조성하고, 정원 자원을 이용한 정원 탐방관광을 계획해야 한다.

또한, 후진양성을 위한 교육과 정원양식의 정립과 정원산업을 육성하고자 후학들의 정원 콘테스트 등 실천적인 행사나 준비도 요구된다. 아울러 정원소재의 전시판매장 즉, 정원산업유통단지, 상설 정원전시장 등 정원산업 고리를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이렇게 정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을 때, 한때의 유행으로 정원산업을 날려 버릴 수는 없는 것이기에 말이다.

[한국조경신문]

김승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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