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에서 살아남기
[조경시대] ‘정원’에서 살아남기
  •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3.31
  • 호수 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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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Landscape Times] 최근 조경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정원이다.

아파트의 삭막한 일상에서 벗어서 단독주택의 정원과 함께 생활하는 즐거움이 방송 여기저기서 소개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정원이 있는 집으로의 이사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 되었다. 이에 발맞춰 각 지방들은 정원박람회를 개최하였고, 사람들은 전시된 정원의 완성도 높은 모습을 통해 섬세한 디테일과 식재된 다양한 수종들, 정원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정원에 매료되었다.

정원은 그동안 조경 설계사무실에서 하던 일과는 사뭇 다른 만족감을 준다. 보통 설계 사무실에서 설계를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일은 소장들만이 하실 수 있는 고유영역이며, 실시설계의 반복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정원이란 젊은이들에게 직접 팬을 잡고 디자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내가 주체가 되어 직접 완성되어가는 정원을 바로 확인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듯 빠른 피드백과 자기 주도권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답답한 사무실이 아니라 탁 트인 야외에서 육체를 움직이는 일을 하게 되니 많은 젊은이들이 정원을 디자인하고 정원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정원을 하려면 디자인 감각도 있어야하며, 그 디자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툴에도 능해야 한다. 금전적 손실이 나지 않게 하려면 제한된 예산에 맞춰 실행해야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원 조성 시에는 서로 어울리는 자재 선별과 실력 있는 인력 확보도 필요하며, 육체적으로 체력도 있어야 하고, 일을 리드하는 리더십도 있어야한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정원 시장은 너무도 좁고, 아직도 정원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마음가짐(아직도 정원 디자인에 비용 지불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나를 알리고 정원을 디자인해서 시공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원시장이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정원시장이 조경시장과 비교해서 매우 작은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원만으로는 에지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경제적 여유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전에 정원디자인, 정원시공은 그저 꽃과 나무만 심고 디딤석 몇 개나 놓는 일이라는, 조경보다 쉽고 수월하다는 생각을 바로 바꿔야 한다. 정원은 스케일이 작은 반면 더 디테일하며, 더 많은 공정과,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 즉 얕은 지식과 기술, 차별화되지 않은 정원디자인 실력으로는 이 좁은 정원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매년 수많은 정원박람회를 통해 많은 정원디자이너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이들이 진정 정원만을 하면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음을 그들도 공감할 것이다. 정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과 실력이 필요할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원디자인과 설계는 조경설계(기본계획, 실시설계)를 할 줄 아는 기본기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시공측면에서는 식재, 바닥포장, 우배수토목, 수경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조경시설물(철물, 목재, 석재 등) 제작, 설치 기술 및 업체, 인력 확보와 디테일하게 구현 할 줄 아는 기술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원관리 조차도 1년 12달 정원을 돌볼 수 있는 깊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정원은 똑같은 상황의 똑같은 대상지인 경우는 없기에 각 대상지의 상황에 맞게 디자인하고 시공하기 위해서는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영역까지 꿰뚫는 내공 있는 실력을 요구한다. 몇 년의 짧은 경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장들은 많지 않다.

지금 설계사무실 구석에 앉아 소리 없이 일하고 있는 젊은 조경가들 중, 주변의 친구나 입사 동기가 정원박람회에 나가 이름을 알리고 언론에 소개되어 유명해지는 경우를 보며 자신의 뒤처짐에 불안해하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몇 년 안 되는 짧은 경력으로 정원을 하겠다고 설계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정원을 한다고 해서 앞서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몇 년 일하다 나와 정원을 한다고 결코 앞서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

앤더슨 에릭의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정원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실력을 쌓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원디자인에 1만 시간, 정원시공에 1만 시간, 정원관리에 1만 시간, 식물공부에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계산하면 적어도 4만 시간이 필요하며, 다시 환산해보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정원은 조경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혼자 일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원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길 원한다면, 남들보다 뛰어난 정원디자이너, 정원시공자로 남고 싶다면,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설계나 시공의 각자 분야에서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더욱이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시기를 젊었을 때 놓치게 되면 영영 배우기 힘들어 질뿐만 아니라, 많은 대가를 치루고 몸소 부딪쳐 가며 배워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부족한 부분이 나의 발목을 잡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정원에서 이미 수년간 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며, 지금의 내가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파심에 정원을 동경하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꼰대 같은 잔소리를 해본다.

2019년 문정동 한양타워 옥상 작가특화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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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평택 LH가든쇼 대상 ‘청초, 자세히 오래보아야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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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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