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골목길재생의 해답은 골목정원, 그 정원의 주인은 주민이다.
[조경시대] 골목길재생의 해답은 골목정원, 그 정원의 주인은 주민이다.
  •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6.26
  • 호수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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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샛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와 벚꽃, 하얀 목련, 그리고 파릇파릇한 초록색까지 온 도시가 생기 넘치는 봄이 왔나 싶었는데 벌써 신록이 잔뜩 우거진 여름 앞자락에 와있다. 길가의 나무들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꽃을 거두고 무성한 잎을 자랑한다. 덕분에 삭막한 도심 속에서 우리는 조금은 환하게 살아가고 있다.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인지, 녹음이 더해지면 전혀 새로운 곳으로 재탄생한다.

이런 마법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곳이 어디일까. 바로 도시재생지역이다.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골목길재생사업 등 서울시는 지난 7년간 154개 장소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사업들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환경개선을 하고 있지만, 이 사업의 마침표는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은 정원 조성, 골목길 녹화라 할 수 있다. 초록빛깔의 생명력이 가득한 곳은 언제나 쾌적하고 활기가 넘친다. 이 생명력이 그 지역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활성화시켜주는 원동력인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도시재생 속 녹화사업은 아주 미미하다. 도시재생사업은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만든 협의체의 의견을 모아 사업 방향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주민 스스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개선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골목을 아름답게 치장해줄 꽃과 나무들이 더해져야 진정 새로운 골목길로 재탄생 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골목길 가꾸기 사업으로 벽화 그리기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2차원적 벽화로는 골목길을 살리기에 무언가 부족하였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또다시 지저분한 골목길이 되어버리고 만다. 만약 여기에 꽃과 나무가 함께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물론, 대부분의 골목길이 매우 협소하여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만한 공간인데 대체 어디에 꽃과 나무를 심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평이 아닌 수직과 공중으로 생각을 전환한다면, 골목에 즐비하게 늘어선 주택의 벽면과 담벼락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청계천에서는 매년 봄에 ‘청계천 쌈지정원’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는 서울문화재단, 한양여자대학교, CJ그룹, 노벨리스코리아 직원들과 시민이 함께 다양한 재활용품과 봄꽃을 활용하여 ‘쌈지쉼터, 파레트정원, 깡통정원, 미니 공중정원’ 등을 꾸몄다. 폐 파레트로 만든 화분을 벽에 부착하여 전시하고, 깡통이나 새장에 꽃을 심어 와이어로 공중에 매달아서 정원을 만들었는데 시민들 반응이 매우 좋았다. 고대부터 정원문화가 정착된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의 걸이화분과 담벼락녹화로 골목마다 개성 있는 예쁜 옷을 입고 있다.

또한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이라는 새로운 기법도 등장하고 있다. 수직정원이란, 수직 벽면에 덩굴성 식물이 아닌 일반적인 다양한 식물들도 콘크리트 벽에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설치하는 기법으로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1988년에 처음 개발하였다 한다. 서울시도 그동안 소규모의 벽면녹화를 벗어나 내년 가을에 선보이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시작으로 공공건물의 외벽을 이용하여 수직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맞는 다양한 수직정원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용측면에서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일반 주택이나 벽에도 누구나 쉽게 수직정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좀 더 보편화가 된다면 머지않아 골목마다 집주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수직정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예쁘게 꾸며진 골목정원으로 골목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면, 이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줘야할 차례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캠페인으로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내 집 앞 눈은 스스로 치우고 있는 것처럼 내 집 앞의 정원, 화단도 스스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골목정원의 주인은 바로 주민들인 것이다. 실내의 화분만 반려식물이 아니고 내 집 앞의 식물 또한 반려식물이라 생각하고 돌봐줘야 한다. 이런 문화가 확산된다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우리 골목의 정원에 대해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자연스레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 될 것이다.

매년 가을, 서울시에서는 ‘꽃피는 서울상’ 콘테스트를 실시한다. 동네, 골목길, 아파트, 상가, 학교 등 생활 주변에 시민들이 스스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꾼 우수사례를 시상하는 행사이다. 접수된 곳의 현장심사를 다녀보면 정원을 만들고 가꾼 시민의 애착이 클수록 오랫동안 예쁘게 유지되고 있었다. 단순히 꽃을 좋아하는 주민 한명이 내 집 앞에 화분을 내놓기 시작하였는데 이웃들이 보고 따라 하다 보니 저절로 골목이 깨끗해지고 관심 없던 주민들도 애착을 가지고 골목정원을 가꾸게 되었고, 덕분에 이웃 간 소통도 더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정원문화 전파를 통한 골목길 재생이 아닐까. 하루 빨리 여기저기 골목마다 이러한 정원문화가 널리 퍼지고 정착되어, 올해 가을에 열리는 ‘꽃피는 서울상’ 콘테스트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기를 일찌기 기대해본다.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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