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조경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4.24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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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필수가 되었고, 그것이 기업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예로, ‘갓뚜기’라고 불리는 오뚜기를 들어보자. 오뚜기 故함태호 회장의 10년 전부터 지속되어온 여러 선행들이 재조명되면서 SNS를 통해 각종 미담들이 퍼지게 되었다. 유독 더 신뢰가 요구되는 식품회사이기에, 진정성 있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호의를 갖게 만들었다. 이것은 자연스레 매출 상승으로도 연결되었고, 오늘날 ‘갓뚜기’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중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인데, 공익을 위한 캠페인을 지원하거나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기부하는 형식, 공익사업에 현금이나 특정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 임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퍼지는 현 시대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순한 기부가 아닌 직원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포장하고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식목월(4월)의 막바지 인지라, 이 시기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으로 나무심기 행사를 하는 기업들이 많다. 우리시에서는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官)주도의 형식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식목활동이 시민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정말 좋은 사회공헌 활동임에 틀림없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기업과 함께하는 나무심기 활동을 추진하다보면 ‘기업들은 나무를 심는 활동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위한 일회성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진정한 사회공헌활동이 되려면, 정말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원하는 나무를 시민과 함께 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에서 장소도 직접 물색하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원하는 수종과 어떤 형태로 조성되길 원하는지 좀 더 면밀하게 챙겨 봐야한다. 단순히 홍보 효과가 높은 장소에서 일회성 행사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기업 홍보를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는데,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의 ‘핑크리본 캠페인’은 식품, 의류, 항공사 등 다양한 협력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수백 개의 기업들이 이 하나의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상승 효과를 보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냈다.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사회공헌 사업보다 다양한 기업이 함께 하나의 캠페인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면 어떤 사회공헌사업보다도 더 효과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단독 추진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캠페인’이라면 그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요즘 최대 이슈는 미세먼지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매일 아침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마스크가 필수품인 세상이다. 이렇게 공기가 탁할 때 누구나 한번쯤 숲속의 쾌적한 공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도심에 꽃과 나무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 도시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 된다면, 어디에서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가장 선행되어야하는 것이 바로 시민들의 인식개선이다. 앞서 언급한 에스티로더의 성공적인 캠페인처럼 어느 기업에서 먼저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원도시 캠페인에 앞장서 보는 것은 어떨까.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2~30대 젊은 연령층의 릴레이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하면 유한킴벌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이제는 도심을 푸르게 하는 대규모 녹화캠페인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나무를 나누어주는 활동이 아닌 시민들이 내 나무, 내 정원을 만들어 직접 가꾸고 돌볼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힌다면 그것들이 모여 정원도시가 완성될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똑똑하다. 브랜드를 인격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그것을 반영하여 소비한다. 기업에서 아무리 많은 사회공헌사업을 한다고 해서 그 사업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것에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마케팅 수법으로 여길 뿐이다. 현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한다. 이제는 사회공헌사업도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서울시는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녹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mgd273@seoul.go.kr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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