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2022 IFLA 한국총회 개최를 기념해 국립세종수목원에 조성될 ‘IFLA 기념정원’ 지명설계공모 선정작이 지난 11월 공개된 바 있다.

‘정원 유산(Garden Legacy)’을 주제로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에 따라 IFLA의 정신을 기리고, 한국조경의 가치와 의미를 담은 정원이다.

지명공모에는 고정희+서드스페이스 베를린(독일), 김봉찬+더가든,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 유승종+라이브스케이프, 송지은+Kennedy Song Dusoir(영국) 등 5개 팀이 참여했다.

이에 본지는 잘 알려진대로 이번 공모에서 선정된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소장의 작품을 비롯해 4개 작품들을 소개한다. 소개하게 된 배경에는 비록 선정되지 않았어도 작품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정원디자이너들의 작품세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며 조감도와 작품설명으로라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그 첫 번째로 김봉찬 더가든 대표와 고정희 서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의 작품을 소개한다.

 

겹겹의 의도 : 땅과 생명에 대한 고찰

김봉찬 더가든 대표

 

ⓒ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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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의 등고차가 단순한 대상지에 땅의 조형을 통해 ‘야생을 위한 집’을 제안했다. 웅덩이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둔덕을 만든다. 지형의 변화는 공간의 음영을 만들어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기반을 만든다.

웅덩이는 간헐적으로 습지가 되고, 주변 사면과 평지에는 숲, 낮은 둔덕은 초지 등 생태적 원리를 이용한 정원을 만들어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부르게 한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패인 지형은 전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 축이자 다양한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룻이 된다. 패인 지형과 더불어 빛의 이동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어둠을 품어낸다. 특히 동선을 따라 세워지는 벽구조물은 면의 중첩을 이뤄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고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시퀀스를 보여준다.

작은 나무를 겹겹이 중첩시켜 공간의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해 큰 숲을 조성한다. 원시림 같은 부엽토가 풍부한 토양을 조성하고 숲의 층위구조와 종다양성을 고려해 단풍나무, 노각나무, 계수나무 등 교목을 식재한다. 여기에 잎의 크기와 질감이 다른 쪽동백나무 등을 강조식물로 식재한다.

우점종 등으로 숲의 상층과 하층의 피도를 높게 해 질서, 혹은 통일감 있게 배시해 준다. 특히 숲 속의 중층에 관목을 주로 식재해 숲의 내부는 여백을 풍부하게 하고 초본층은 관중, 옥잠화 등 전형적인 음지 식물을 배치한다.

또한 습지정원의 근간을 이루는 패인 지형처럼 동·서로 긴 정원으로서 오전과 오후에 비치는 햇살에 그라스가 빛나도록 한다. 그라스가 50% 이상 우점하게 하면서 숙근류를 조절해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첫서리가 내린 이후 겨울에도 형체가 남아 있는 구조체 식물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간헐적 습지는 패인 지형 중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정원 내부의 물이 모여든다. 경사 급한 면은 크고 작은 돌을 얼키설키 놓아 틈새를 만들고 그 틈 사이로 습기를 좋아하는 다양한 양치식물과 사초과 식물 등을 식재해 틈 자체로 다양한 생명이 겹겹이 살아가는 기반이 되도록 했다.

가능하면 교목층은 되도록 배제해 습지의 굴곡진 지형이 드러나게 하고 가장 깊은 곳에는 꼬랑사초, 청나래고사리 등 전형적인 습지식물을 배치하고 사면 중간에는 숫잔대, 곰취 등 호습식물을 계획해 습지정원의 숲정원의 자연스런 연계를 연출했다.

ⓒ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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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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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 SAVANNA : 기후변화 시대의 풍경

고정희 서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

ⓒ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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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 표면적의 근 15%를 차지하는 사바나. 극한 건조초원, 건조 수림 또는 습생수림 등으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 그 유형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므로 사막화해 가는 도시, 열섬현상에 시달리는 도시 정원의 기본유형으로 사바나를 제시했다.

지구로부터 출발해 나무의 수관, 줄기와 꽃의 단면, 사계절 온실 날개가 그리는 원, 길의 곡선 그리고 풀잎에 맺히는 아침 이슬까지 세상은 온통 원과 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IFLA 기념정원의 기본형태로서 원은 쉽게 찾아졌다. 이를 외곽의 큰 원과 내부의 작은 원으로 압축해 공간구성의 큰 틀로 삼았다.

숲의 내부에는 어딘가 빈터가 존재하고 그 빈터에는 초본류가 깃든다. 그와 같은 정경을 만들기 위해 외곽을 숲으로 두르고 내부에 초본류를 최대한 많이 심을 수 있는 공간을 계산해 긴 장방형을 얻었다.

먼 옛날 온갖 근심을 내보낸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시킨다. 이제 지구상에 떠도는 우환을 이곳에 다시 담아 꽃으로 거듭나게 한다.

7개 회원국을 각각 별도로 기리기보다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북미와 남미의 다섯 대륙으로 존을 나눠 새 레이어를 형성했다.

이는 각 대륙의 특성에 맞는 식재 콘셉트를 개발하기 위함이다. 존의 경계를 정하기 위해 원의 힘을 빌었다.

식재의 기본 콘셉트는 외곽 그린프레임을 ‘참나무 사바나’, 내부 반원구간을 ‘사바나와 스텝초지’로 나눴다. 사면과 도로 쪽으로 그린프레임을 조성해 내부의 초본류 집중 식재공간을 보호하고, 배경을 만들어 주며 그늘을 마련한다. 사면과의 연계성을 꾀했다.

여기에 온대지방에서 구현이 가능한 북미의 느슨한 참나무숲과 하부에서 자라는 큰 키의 그라스 군락이 모델이 돼 준다.

내부 반원구간은 사바나와 스텝의 초지가 해마다 대기 중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초지의 중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날이 건조하고 척박해지는 도시 기후와 토양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식물군락이 사바나와 스텝의 초지임이 입증돼 도시공간의 새로운 식재유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바나와 스텝의 초지에는 그라스 외에도 아름답고 내성이 강한 다년생 초본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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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한국사무소
5개 대륙  ⓒIFLA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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