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안내]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
[새책안내]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
  • 승동엽 기자
  • 승인 2021.04.27
  • 호수 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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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을 일군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의 삶 조명
임준수 지음, 김영사 펴냄, 576쪽, 2021년 4월 8일 출간, 값 1만9800원
임준수 지음, 김영사 펴냄, 576쪽,
2021년 4월 8일 출간, 값 1만9800원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쳐 천리포수목원을 일궜다. 나의 마지막 소망은 내가 죽은 후에도 자식처럼 키운 나무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것이다.”

‘임산(林山) 민병갈’ 그는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푸른 눈의 한국인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이자 최초의 미국계 귀화인 민병갈 원장의 삶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총체적으로 조명한 전기이다.

이 책의 저자 임준수는 민 원장과 10여 년 동안 우정을 이어가며 2002년 민 원장이 타계할 때까지 곁을 지킨 사람이다. 저자는 1000여 통의 편지, 500여 장의 사진, 국내외 언론보도, 천리포수목원 곳곳에 남겨진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이 책을 완성했다.

민 원장은 1921년 미국 펜실베니아의 광산촌에서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책의 1부 ▲피츠턴에서 인천까지에서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그가 해군 군사학교 졸업 후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선에 배치된 이야기,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 8월 주한 미군 장교로서 한국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한 것 등 그가 한국에 발을 디디게 된 과정이 자세히 수록돼있다.

그는 미군정 복무 기간 동안 자동차로 전국을 누비며 한국의 자연과 풍물을 탐험했다. 한국인의 의식주와 자연에 매료된 그는 전역 이후에도 민간 신분으로 군정청 근무를 이어갔다. 1954년부터는 한국은행에 입사해 28년 동안 투자 분야 고문으로 일했으며, 1960년대 초부터 한국 이름을 사용했고, 1979년 비로소 법적으로 귀화했다.

그런 그에게 1963년 설악산 등반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설악산 등반 중 식물학도 홍성각을 만나 나무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홍성각의 소개로 국내 식물학의 거목 이창복 교수와 교유하며 나무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책의 3부 ▲천리포수목원을 일구다에서는 그가 나무 공부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불모지와 다름없는 땅을 매입하고 해안 절벽 위에 나무를 심어 천리포수목원을 일군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에서 세계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은 천리포수목원은 자연 보호에 대한 개념이 미미했던 1970년대 그가 사비를 털어 건설하고 평생에 걸쳐 가꾼 곳이다.

그가 가꾼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식물학과 원예학 발전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전 세계의 수목원, 식물원, 연구기관 등과 협약을 맺고 종자를 무상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유 수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천리포수목원에는 그가 완도에서 직접 발견한 토종 ‘완도호랑가시나무’를 포함해 700여 종류가 넘는 목련속 식물을 비롯, 1만60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나는 300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 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의 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천리포수목원이 후대에도 나무의 쉼터로 남아 있기를 바란 그의 뜻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조경신문]

승동엽 기자
승동엽 기자 dyseung@latimes.kr 승동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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