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내 호수, 문정왕후의 연지” 문화역사경관 시민에게 돌려줘야
“태릉골프장 내 호수, 문정왕후의 연지” 문화역사경관 시민에게 돌려줘야
  • 김효원 기자
  • 승인 2020.10.06
  • 호수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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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강릉 권역 하나의 ‘문화재지구’
태릉골프장 개발 시 문화역사경관 사라져
골프장 전역에는 비오톱 1등급 분포
사계절 식생 및 지하수 조사도 필요
태릉골프장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br>
태릉골프장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태릉골프장을 환경적,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택지개발이 아닌 녹지를 그대로 보전하고, 문화유산과 연계해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주최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과연 훼손지인가?’ 온라인 토론회가 10월 6일 유튜브 생중계로 개최됐다.

토론자로 나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태릉골프장은 녹지이기 이전에, 매우 중요한 ‘문화재지구’다. 태릉골프장 안에 있는 호수는 태릉의 가장 핵심적인 앞구역이였던 ‘연지’이다. 게다가 태릉, 강릉과 태릉골프장을 나누고 있는 ‘화랑로’는 조선왕릉 한 가운데를 갈라 길을 내놓은 것이다”며 본래 태릉골프장이 태릉, 강릉의 권역이였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는 과거 군사정권이 태릉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왕릉 가운데를 갈라 길을 내고 난도질한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도 태릉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정부에게 5년마다 경관 복원에 대한 이행계획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유네스코의 조언에 따라 5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태릉선수촌을 충청북도 진천군으로 이전했다. 황 소장은 “조선왕릉을 보전하는 것은 유네스코와의 약속이다. 이는 지켜야 한다”며 “태릉과 강릉의 문화역사경관을 복원해 시민들에게 자연경관과 함께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경관법’을 제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태릉골프장의 그린벨트를 4~5등급으로 평가하고, 훼손된 그린벨트라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주장들도 다수 제기됐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난 9월 18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친 태릉골프장 생태환경조사를 바탕으로 훼손지 논란을 반박했다.

한봉호 교수는 “태릉골프장 부지의 26%가 비오톱 1등급 지역이다. 게다가 이 1등급 지역이 골프장 전역에 골고루 분포돼 이 부분을 제외하고 개발하기는 어렵다. 또 2시간이라는 아주 제한적이고 짧은 시간에 조사한 것인데도 19종 197개 개체를 발견했다. 딱따구리, 꾀꼬리 등 서울시 보호종과 원앙, 솔부엉이,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도 발견됐다”며 다양한 생태군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비오톱(도시생태현황도) 1등급을 받은 지정된 곳은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에서 나온 이정인씨는 “서울시 측에 민원을 넣었더니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2~3등급으로 평가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이곳을 보존할 수 없고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한 교수는 “군사시절에는 이 구역을 아예 들어올 수 없어 비오톱을 조사할 수 없었지만, 이제 민간으로 넘어오는 이상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오톱을 조사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래 노원구청 기획재정국장은 “노원구 역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지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콘크리트로 채우기보다 녹지공간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동북권을 대표하는 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구의 입장이다. 국토부와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와 구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고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조사의 한계에 따라 추가적인 생태환경조사와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봉호 교수는 “생태조사는 기본적으로 1년 4계절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추가적 조사가 이어져야 할 것이고 이 외에도 ‘지하수’에 대한 검토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릉골프장 내 호수 및 연못은 그 밑에 흐르는 자연수맥이 유지되기 때문이며, 아파트 개발에 따라 지하를 뚫게 되면 이 지하수가 사라져 호수는 물론, 능침의 지하 구조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 곳을 공원으로 조성해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희준 노원구의원은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는 골프장이 아니라 공원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지금까지 특별한 소수에게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게 제한적으로 이용됐던 이 공간에 아파트를 지으면 소수의 입주민들만 다시 그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원으로 만들어 모든 시민이 함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봉호 교수 역시 “어린이대공원, 용산가족공원도 과거 골프장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시공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 시기에 태릉골프장이 안전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원녹지와 휴양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는 이번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6.3km²의 도시숲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이 도시숲 확충 면적보다도 작은 ‘그린벨트’부터 확실하게 보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현행법상으로는 태릉골프장을 지키기가 쉽지 않지만, 시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이를 호소할 생각이다”고 향후 계획을 얘기했다. 

한편, 태릉골프장은 8.4 수도권주택공급대책의 일환으로 1만 세대 택지개발지로 선정되며 정당성 및 형평성 논란이 뜨거운 지역이다. 

이은주 의원은 “정부는 태릉골프장이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의 의견을 담는 대화의 장이 없었다. 오늘 이 토론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환경보호의 관점에서 주택공급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며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본부장이 좌장을 맡고, 지현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변호사, 주희준 노원구의원, 박영래 노원구 기획재정국장,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최 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한국조경신문]

온라인 토론회 자료화면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태릉골프장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태릉골프장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김효원 기자
김효원 기자 khw92@latimes.kr 김효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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