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본지 회장

[Landscape Times] 코로나19 사태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대한민국이 비교적 선방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웃나라에서 지속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멈춰진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구촌이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진 나라들이 이제는 서로 멀리 하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 재난사태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개발한 물건이나 구조물들이 이제는 인간에게 역습을 하고 있다. 인간 위주의 개발로 인한 파괴를 견디지 못한 자연의 보복이 시작됐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난 7월 1일부터 장기미집행공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에서 지정 해제가 됐다. 20년 전에 예고된 문제였는데 여태까지 별다른 정책이 없다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일부 지자체에서 약간의 대안을 내놓기는 했다. 지난 20년을 보내면서 논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한국조경학회에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심포지엄을 했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도 했다. 그리고 정책제안을 했으나 정부에서는 장기미집행공원의 부지매입을 위해서 50조원이나 필요한데 다른 사업이 많아서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꺼번에 50조원을 배정하기는 어려워도 매년 2.5조원으로 순차적 시행을 하자고하니 나중에 배정받는 곳에서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외면당했다. 그래서 아예 예산 배정이 없었다.

기후변화로 중국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두 달째 계속되는 폭우로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은 숫자의 수재민이 생겼고 세계 최대인 싼샤댐이 위태롭다고 한다. 중국의 홍수는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대규모 도시를 건설하면서 배수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원인을 간파한 중국은 5년 전에 ‘스펀지 도시’라는 계획을 세웠다. 도시가 스펀지처럼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겠다는 구상인데 3년 동안 16조원을 투자하고 중장기 계획으로 355조원을 투자해서 홍수를 막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매년 홍수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데 도시의 스펀지 효과가 3~5년 만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물을 저장하는 공원녹지를 만들고 배수시스템이 안정되려면 적어도 10~15년이 소요가 되는데 자연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다시 돌려놓을 겁니다.”라는 중국 당국자의 의지에 찬 표현은 대륙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순천만국가정원보다 훨씬 큰 공원을 2년마다 하나씩 건설하고 있다. 그것도 20년 전부터 시작됐으니 공원녹지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부러워할 일이다.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생겼다. 그린벨트 해제는 쉽지만 복원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다행히 대통령이 해제 불가로 선긋기를 해서 정리가 됐지만 발상 자체가 너무 근시안적이다. 도시의 팽창을 계속 방관해서는 안 되며 대한민국은 지구촌의 일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장기미집행공원과 그린벨트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녹색공간의 효과인 힐링공간, 산소제공, 공해저감, 수자원 저장, 정서함양 등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녹색공간이 가져다주는 가장 특별하고 고귀한 선물은 면역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 생태계는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면역력 증강인데 그 첫 번째 비책은 녹색공간의 확충이다.

지난 7월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녹색인프라에 3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녹지가 별로 없는 그린 뉴딜 계획이어서 실망이 크다. 정부 정책에 녹색복지 증대를 포함시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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