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양대에서 열린 세계석학 초청 국제심포지엄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21세기 녹색주도의 국토·도시재생을 위한 조경과 어바니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허재완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축사를 통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히 조경분야의 한 행사가 아니라 국토 및 도시분야 종사자 모든 사람들이 비상한 관심으로 지켜보는 범 학제적 행사”라고 설명한 뒤 “앞으로 도시와 자연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분야와 조경분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나눠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장은 개회사에서“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1997년 미국에서 태동되어 산업사회로부터 지식정보·창조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대두된 조경과 도시분야의 최신 버전의 패러다임이며 동시에 실천전략과 수단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고 세계적인 트랜드를 설명하며 “오늘 이 심포지엄은 한국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날”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첫 순서인 찰스 왈드하임 하버드대 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4명의 국내외 석학들은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톰 스미스 영국 AA스쿨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전공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 학문적 범위 및 실무영역’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스미스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환경·도시계획·조경 등 여러 학문이 통합되고, 나아가 복합적인 디지털·디자인·정치·생태학적 사고까지 요구된다”며 AA스쿨에서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영국 런던의 리밸리저지 재생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사례인 런던의 리밸리저지는 2012년 런던올림픽 예정지로 그동안 대표적인 낙후지로 인식되던 곳이다. 이곳은 초기 단계부터 사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으며, 향후에는 이 지역의 발전과 재생에 대비하여 런던 동부의 새로운 중심도시로 발전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전공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파크바니즘 : 21세기 공원도시화를 향한 새로운 미래 도시전략’이라는 주제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실천 전략으로 랜드바니즘·파크바니즘·아키바니즘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조 교수는 “도시와 공원의 혼성과 융합을 의미하는 파크바니즘은 공원녹지를 주변도시와 소통할 수 있도록 재생하고, 워터프론트 지역을 그린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옥상 및 벽면녹화 그리고 훼손지 및 폐부지 등 역시 그린 인프라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조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현재 미래형으로 도시·조경·건축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라며 “실천전략으로 제시한 랜드바니즘·파크바니즘·아키바니즘을 어떻게 융합시켜 나갈 것인가를 모색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낸 엘린 미국 유타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환원적 어바니즘 : 지속가능성에서 다음 세기를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나서는 환원적 어바니즘에 대해 강조했다.

엘린 교수는 “환원적 어바니즘의 실천 과정에서 통합적 어바니즘이 선호한다”며 “통합적 어바니즘은 근대의 랜드스케이프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목적 하에 다양한 환원적 노력이 이어졌고 이는 혼종성, 연결성, 상호침투성, 진정성 그리고 용이성 등으로 표현된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환원적 어바니즘은 미래를 내다보는 명료한 비전과 신념으로 도시를 재생하고, 커뮤니티에 활기를 불어넣어 인간성 진작을 목표로 디자인을 다시 하는 재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한국적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전망 : 딜레마와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조경진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사례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청계천 복원,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부 오픈스페이스 현상공모,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이 있다”며 주로 공공이 주도하는 도시프로젝트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수평적으로 확산되는 미국 도시의 상황에서 태동된 이론이어서 우리나라 도시 특징인 공간적 밀접화, 수직화, 압축화 그리고 주변 산과 개발제한구역 등에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한계를 지닌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지향하는 경관과 자연 중시를 통한 도시 회복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지향하는 가치와 공유되는 부분으로, 경관이 기반이 되고 생활에 스며드는 한국적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한국적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은 황희연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고문이 좌장을 맡았다.

이 토론회에서 이유직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조경이 환경복원으로, 공공디자인 등으로 분리되면서 조경의 색이 엷어지고 있는 한국적 관점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기회이자 위기”라며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논의 중이며,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비베 콰이테르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풍수사상 등 전통사상을 바탕으로 620여 년 동안 만들어진 한국만의 조경이 있다”고 전제한 뒤 “예전의 좋은 관례에 흙, 물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재료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윤종 서울시 공원조성과장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보다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에 대한 현대화된 이론임을 강조했다.

최 과장은 “전통사상, 풍수사상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전통조경을 근대화, 현대화한 이론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인 것 같다”고 말한 뒤 “서울시에서 민선시장 이후 추진해 왔던 공장이전지에 조성한 천호동공원을 비롯해 월드컵공원, 청계천 등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사례이며,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담겨있는 그린웨이, 거점공원 등 역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라며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내용과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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