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 21일(월) 한국조경가협회(회장 안계동)는 ‘KALA 2022 아카이브전’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하면서 부흥을 알림과 동시에 ‘조경가’라는 핵심키워드의 정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일약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조경가협회는 지난 1980년에 창립됐으나 본격적인 활동은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 동안 친목 모임과 격년으로 전시회, 사례지 답사 등을 해 온 비법정 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협회 부흥에 관한 논의가 집중되면서 한국조경가협회는 ‘KALA 2022 아카이브전’을 시작으로 향후 발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당일 오후 4시 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동심재에서는 ‘한국조경가협회의 미래’를 주제로 안계동 현 협회장이자 동심원 대표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성종상 서울대 교수, 최정민 순천대 교수, 이홍길 한국조경협회장, 이호영 HLD 조경설계사무소 대표가 페널로 참석해 토론을 가졌다.

 

정체성에 대한 정의

안계동 대표는 조경가협회를 중심으로 지난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을 다섯 차례 답사하고 여섯 번의 독도 답사를 진행했지만 당시 참가자들이 오픈되면서 조경가협회 행사인지 중국 답사 모임인지 성격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조경가협회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기존 조경협회, 조경설계업협의회 등의 단체와 어떤 관계 정립이 필요한가에 대해 페널들에게 제시했다.

이에 성종상 교수는 “조경가협회는 당연히 조경인들의 모임이 돼야 하는 게 맞다. 그중에서도 방점을 두자면 설계 쪽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뗐다.

성 교수는 이어 “조경설계업협의회와 차이는 기업 대표들이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처음 발기 때 관여를 했지만 당시 내 위치는 대표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라서 참석한 게 애매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아마도 많은 조경가들, 또는 설계가들이 그런 것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조경가협회는 현업에서 주로 설계 실무를 담당하는 조경가들이 주가 되는 모임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조경설계업협의회와 같이 했으면 싶은 것은 비전과 미션에 대한 공유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홍길 한국조경협회 회장은 ‘조경가는 어떤 부류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접근했다. 이 회장은 “조경가의 정의에 대해 논의를 해 본다면 설계하는 사람들만 조경가인가? 시공이나 자재, 식재, 정원 등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훌륭한 조경가이다”라며 “조경협회도 80년도에 처음 조경사회로 시작했고 우리도 산업 쪽에서 설계를 중심으로 시작했다”며 조경가 워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이어 “조경가협회라는 단체가 법정 단체로 나오기보다는 진짜 조경하는 사람들, 조경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 협회를 이끌어가고,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여러 단체들이 많으니 그 안에 없는 것들을 찾아서 파악하고 그 다음에 이끌어 나가야 되지 않나 싶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호영 HLD 대표는 “조경가로 활동하는 저로서는 조경가협회가 굉장히 필요한 단체라고 생각된다. 건축가협회라고 했을 때 건축가라고 하면 사회 통념상 인식되는 건축가는 정해져 있다. 건축을 설계한 사람이다”라고 설명하며 “그것을 만들어 설계를 하고 그것들에 대한 담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지 구조 검토를 하거나, 그것을 만들어내는 건설인들을 가지고 건축가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조경가라고 했을 때 당연히 조경 설계를 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경가협회는 당연히 설계하는 조경가가 중심이 돼야 하고, 그래야 많은 설계사무소의 젊은 소장이든, 선배들도 가입하고 여타 협회와의 차별성도 생긴다”면서 “조경가협회라고 하면 좀 더 설계 중심적인 것들을 하는 게 중심이 되고, 협회와 학회와 상호 보완적으로 겹치는 부분들을 또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당위성을 설파했다.

안 대표는 조경설계업협의회와 조경가협회는 중복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통합 내지는 협력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측부터) 이호영 HLD 대표, 이홍길 한국조경협회장, 안계동 한국조경가협회장, 성종상 서울대 교수, 최정민 순천대 교수  ⓒ지재호 기자
(좌측부터) 이호영 HLD 대표, 이홍길 한국조경협회장, 안계동 한국조경가협회장, 성종상 서울대 교수, 최정민 순천대 교수 ⓒ지재호 기자

 

조경가협회 가입의 조건

안계동 대표는 조경가협회 회원 자격과 구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경 설계를 한다고 해서 모두 입회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경가로서 인정할만 하다라고 했을 때 추천에 의해 입회가 되고 있다"며 가입 조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최정민 교수는 “현재 한국조경학회에서 조경사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원과 공원이 어떻게 다르냐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조경가와 조경작가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정리도 필요해 나름 공부할 기회도 있었다”면서 “미국조경가협회는 조경가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공원, 정원, 캠퍼스, 주거단지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했다. 조경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들어가는 포괄적인 정의”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때문에 조경가는 포괄적으로 봐야 할 것 같고, 조경작가는 조경 작품이 있는 사람이 조경 작가라고 본다. 근데 조경가협회가 어느 정도의 부류와 범주를 담아야 하느냐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다”며 포괄적으로 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포괄적인 접근을 제시한 이유에는 젊은 조경가들이 조경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대외적으로 활동을 해야 되는데 입회 자격을 제한하게 된다면 조경가로서 폭넓게 활동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호영 대표는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는 조경학과 출신에게 대부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그런데 LAF(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는 조경 설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체이다. 조경가협회는 초창기에 유병림 교수와 멤버들이 협회를 만들었을 때 분명히 설계하는 사람 위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단체가 시대를 따라서 그 성격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논의를 통해 조금 더 포괄적으로 받아줄 수는 있다고 보지만, 저는 좀 설계가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져야지 다른 단체들과의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며 포괄적 입회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미국 ASLA는 팬데믹 시대에 조경가가 할 역할들 바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기후 변화에 있어서 조경가가 할 이야기들을 설계가 입장에서 미션 Statement(성명서)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라며 “조경 설계업의 밥그릇 싸움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가 잘한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Statement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조경가협회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조경가협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안계동 대표는 “조경가협회가 앞으로 활동할 것들 중에 여러 단체와 매체들이 주고 있는 조경관련된 각종 시상(Award)들을 조경가협회의 이름으로 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작품 전시, 작품집 발간, 후배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면서 “다만, 이러한 행사들이 조경설계업협의회와 똑 같은 내용들을 사업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조경가협회와 설계업협의회는 형제처럼 또는 한 몸으로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번 아카이브전에서는 조경가협회 소개영상와 프리뷰 영상, 유병림 교수·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의 인터뷰 영상이 온라인으로 중계됐으며, 토론회 진행 전 최정권 가천대 교수의 ‘중국 답사’를 통해 본 중국 원림에 대한 특강이 진행됐다.

조경설계를 중심으로 태동된 한국조경사회(현 한국조경협회), 박명권 제4대 회장 체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그리고 또 다른 조경설계가를 중심으로 부흥을 꿈꾸고 있는 한국조경가협회가 서로 중첩된 회원구성, 사업 발전구상 등 풀어야할 과제들이 쌓인 가운데 이번 토론으로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생을 위한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을지 조경업계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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