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기쁠 때도 주변의 선후배들과 함께 연대하고 꿈꾸길 바라”
“힘들 때, 기쁠 때도 주변의 선후배들과 함께 연대하고 꿈꾸길 바라”
  • 지재호 기자
  • 승인 2021.12.01
  • 호수 6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나무그늘키우기”
76~14학번까지 졸업생 137명 회원 구성
더 많은 선후배들의 동참 이어지길 기대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우리는 실생활에서 어려울 때 후견인을 만난다는 것이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오는 허구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필요할 때 등장하는 홍반장이나 히어로는 늘 우리 곁에 없었기 때문이다. 건조하다 못해 비스킷처럼 부서질 것 같이 말라버린 도시라는 황무지. 그 안에서 그늘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키다리 아저씨의 그림자와 같을 것이다.

그런 키다리 아저씨와 같이 남몰래 후배들을 지켜준 사람들 ‘나무그늘키우기’ 장학회 장종현 디자인 쏘울 소장, 정 엽 삼성물산 책임, 이상수 스튜디오 이공일 소장, 유택주 스페이스톡 이사, 이태겸 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나무그늘키우기

서울시립대학교 졸업생들로 이뤄진 ‘나무그늘키우기’ 장학회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며, 나무처럼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 후배들을 지켜 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남몰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오면서도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76학번부터 14학번까지 졸업생 137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나무그늘키우기’.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은 재학 중인 조경학과 후배들에게 단비처럼 목마름을 해갈해 준다.

“장학금은 학교발전재단을 통해 전달해 오고 있다. 올해까지 25차례에 걸쳐 98명의 후배들에게 총 누적 장학금 1억 원을 후원했다.”

1억 원의 금자탑은 시간의 땀방울이다. 지난 16년이라는 세월이 허투루 지나지 않은 듯 지난 2018년에 서울시립대 총장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여 받기도 했던 영광의 시간도 함께 했다.

결성초기 인원도 많지 않고 매월 1인 1구좌 당 1만원으로 모금을 하다 보니 장학금 전달은 요원하기만 했다. 결성 1년 반이 지나서야 전달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값진 디딤돌이었다.

 

 

(좌측 위에서 시계방향) 정 엽 삼성물산 책임, 이태겸 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장종현 디자인 쏘울 소장, 이상수 스튜디오 이공일 소장, 유택주 스페이스톡 이사  ⓒ지재호 기자
(좌측 위에서 시계방향) 정 엽 삼성물산 책임, 이태겸 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장종현 디자인 쏘울 소장, 이상수 스튜디오 이공일 소장, 유택주 스페이스톡 이사 ⓒ지재호 기자

 

나무그늘은 배려이다

장학금 대상자 선정 작업은 언제나 복잡한 심정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매학기 조경학과 과사무실을 통해 공고하고 신청자를 접수 받는다. 나무그늘키우기 운영위원 15인이 접수된 서류와 기금현황을 검토해 인원을 결정한다.

“장학생 선발기준은 가계곤란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등록금이 타 대학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누구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차라리 심장이 딱딱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해되는 순간일 것이다. 장학회를 운영하면서도 또 다른 인생을 배웠다. ‘배려’의 중요성이다. 주는 사람이 몰랐던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오랫동안 장학회를 이어오다 보니 재학생들의 프라이버시와 인권보호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은 장학금 대상자 선정에 있어 반드시 익명으로 놓고 선발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수치심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키워가는 동반자

나무그늘키우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경학과 전 학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조경학과의 모든 학생이 전액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가능하다.

“졸업생이 늘면 참여인원도 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졸업생의 연락처를 몰라 장학회를 알릴 수도 없다. 그래서 학부와 네트워크를 유지해 재학생들에게 참여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나무그늘키우기는 SNS밴드를 기반으로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료공유와 투표, 의견 개진 등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총회를 병행하며 전반적인 운영현황과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끝으로 이들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을 향해 전했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늘 주변의 선후배들과 함께 연대하고 꿈꾸길 바란다. 그 어떤 보험보다 든든한 삶의 동반자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도 머뭇거리는 동문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로 지금 시작하세요!’라고 말이다. 단언컨대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 도미노 현상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며, 이것이 결국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무는 스스로 커나갈 수 있지만 그늘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16년생 나무 한 그루에서 98명이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묘목을 심어줬다.

작가 고도원의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어떠한 행복도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이 멋지게 증명했다. 그늘 팽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
ⓒ지재호 기자

 

*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지재호 기자
지재호 기자 cjh@latimes.kr 지재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