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아파트와 함께해 온 조경수, 이제 어찌하오리까?
[조경시대] 아파트와 함께해 온 조경수, 이제 어찌하오리까?
  • 문길동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2.18
  • 호수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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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Landscape Times] 현재 건축물 조경은 대지의 조경 제도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건축법 제42조에는 “면적이 200㎡ 이상인 대지에 건축하는 건축주는 용도지역 및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대지에 조경이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지의 조경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 건축행위 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경면적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도시녹지의 필요성은 증가하는 반면, 신규 조성을 위한 가용공간과 재원이 부족한 현실적 상황 속에서 건축물 조경공간의 활용 방안의 공공성 확보라는 과거의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요즘 공동주택 조경은 ‘숲세권’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완성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만큼 새로운 주거 문화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먼저 그 변화는 새롭게 조성되는 조경의 양적 단순 계산방식의 조건을 넘어 ‘숲의 장소적 및 역사적 가치’로 전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보통 30~40년 이상 된 아파트 등 노후 공동주택 단지 내에는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우수한 수목들이 터를 잡고 있으나, 재개발, 재건축 등 다양한 방식의 개발과 우리의 무관심 아래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조경공간의 확충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여 더욱더 조경 인프라 확충에 매진해야 할 것이지만, 개발자들의 논리에 의해 사유재산 공간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수목들에 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전에도 검토되었고 새로운 규제가 될 수도 있으나 다시 한번 더 사적 영역 내 수목의 활용 방향 및 기존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공동주택 단지 설계는 토지의 집약적인 이용, 편리성 등의 경제적인 효율성에 따른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위해 주민편의시설, 휴게 공간, 주차장 등 건축공간을 우선적으로 건물지하로 배치하고 지상 외부는 조경공간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슬라브 상부의 인공지반이다. 여기에 수목을 식재함으로써 부족한 토심, 협소한 생육 공간, 배수 문제 등 신규 식재에 불리한 환경 여건으로 인해 조경공사는 하자 문제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또한 기존 수목에 대한 현황조사 부재와 수목의 재활용에 대한 인식 제고 부족으로 개발 일정에 밀려난 수목의 수난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는 조경의 완성도와 진정한 수목의 질적 가치 향상을 위해 개발부지 내 기존 수목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대지의 조경 제도에 규제받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민간개발 사업은 정비계획안 또는 최초 제안서 제출 시 단지 내 기존 수목에 대하여 ‘수목 조치 계획’을 수립하여 관리청에 제출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수목 조치 계획서’에는 사업 대상지에 있는 기존 수목 중 이식이 가능하고 수형이 우수한 수목을 선별해 식재계획시 반영하거나 주요 가로 지점의 수형이 우수한 대형 수목은 존치토록 하는 재활용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발사업 부지 내 조경계획은 우선적으로 ‘수목 조치 계획서’가 선행되어 수목 재활용 계획이 상호 협의를 통해 완료된 다음 신규 식재 계획이 후속 조치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수목이식 사전 예고제’를 도입하여 수목이식 활성화와 조경관리공사 저변 확대에 기여토록 한다. ‘수목 이식 사전 예고제’란 사업시행자가 수목 조치 계획에 따라 이식으로 분류된 수목에 대해 사업시행인가 또는 실시계획인가 신청 시 뿌리돌림 등 이식 사전작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관리청에 제출하는 것이다. 개발부지의 예고제 도입으로 사전이식 준비 작업이 활성화 될 경우, 이는 최근 조경 관리 및 유지 서비스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조경분야 새로운 틈새시장 창출과 청년 창업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수목이식 사전 예고제’가 실질적으로 시행되어 정상화되는지 확인을 위한 피드백의 일환으로 그린패트롤(서울시의 경우 ‘도시녹화사업지 모니터링’ 운영)제도의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성도 있다.

셋째, ‘사이버나무 나눔 공간(나무은행)’을 활성화하여 개발사업지 내 이용가치가 있는 수목 중 부득이 존치 또는 이식이 곤란한 수목은 개발사업자가 다른 장소로 이식할 수 있도록 수요·공급처 연결을 적극 지원해야한다. 기존 나무은행 운영이 신청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수직적 시스템이라면, 향후의 ‘사이버나무 나눔 공간’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수요·공급처를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

넷째,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수립, 도시계획위원회 및 건축위원회 등 심의 시 주요 검토사항에 ‘수목 조치 계획’이 포함되어 계획수립 시 실질적 수목처리방안이 논의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며, ‘수목 조치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조경전문가도 포함되어야 한다. 단, ‘수목 조치 계획’ 중 불가피하게 수목 제거가 필요한 사항은 조경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서울시의 경우 ‘공공조경가’ 운영)에 자문을 거쳐 제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여 제거 수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 모두는 도시녹지 확보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으며, 사적재산권을 제한하더라도 공공 편익을 위해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도 점점 성숙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계획의 양적 규모의 확대에 치우친 결과 주거생활지 주변의 많은 수목이 정비계획의 명목 아래 사라져 갔다. 선진국들은 건축물을 사유재산으로서 뿐만 아니라, 도시 환경 문제 해결과 지역경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적영역의 건축물 조경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별 건축물 단위에서 허가와 사용승인을 위해 법적 조경의무면적 이상만 채우면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앞서 제시한 여러 방안과 같이 지역사회와 도시 차원에서의 법제도 및 개발계획과 연동을 통해 표면적으로 관리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파트 단지 등 건축 공간 내 수목을 개발행위에 저촉되는 지장목이 아닌 도시환경의 기본적 구성요소인 조경 자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축주의 유연한 사고변화와 실천적 공감대 확산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 및 지자체, 학회 등 유관단체에서도 건축주나 시민들이 주거생활권 주변의 기존 수목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수목을 재활용한 우수 민간개발 사업대상지들을 선별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조경인들은 조경 공간의 지속적 확충과 더불어 다양한 개발정비계획 내 사라질 우려가 있는 수목에 대한 논의와 혜안을 모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진일보하는 새로운 조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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