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인구절벽시대, 조경학과는 안녕하십니까?
[조경시대] 인구절벽시대, 조경학과는 안녕하십니까?
  • 김수봉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6.04
  • 호수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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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계명대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김수봉 계명대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Landscape Times]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조경학과가 최근 몇 년 사이 통폐합, 폐과, 정원조정 등 학과개편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많이 나타난 학과개편 형태는 ‘학과통합’으로 학과개편 대상이 된 2017년 당시 17개 학교 중 59%인 10개 학교가 ‘학과통합’을 했거나 앞으로 통합해 운영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과개편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진학 인구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된 낮은 출산율의 여파로 같은 기간 초등학생의 경우 382만9998명에서 267만4227명으로, 중학생의 경우 26만3159명에서 138만1334명으로 각각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출산율 감소 및 학생 수 변화 추이를 감안한다면 당연히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와 이에 상응하는 대학의 입학정원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가능하다. 사상 처음으로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섰던 것은 2003년이었다. 이후 고교 졸업생 수는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의 입학정원 56만 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23년에는 총 정원 중 16만 명이 부족해져 문을 닫는 대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러한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이하여 전국의 조경학과는 학과개편이라는 파고 혹은 학과폐지라는 수모를 이겨낼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과 통폐합을 한다는 것은 대학의 경영자 차원에서 조경학과가 학생모집이 어렵고 취업이 안 되는 학과 군에 속한다는 뜻이다. 학과통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산림관련 학과와 학부로 운영 중인 대학의 조경학과는 1학년 신입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쉽다는 이유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산림관련 학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거나 조경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조경학과에 억지 배정될 경우 이는 폐과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인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탈락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여 조경학과가 자칫 폐과될 확률을 높인다.

필자는 조경학과가 학과통폐합이나 폐과의 위기에 몰린 이유를 대한민국 조경학과의 ‘동일함’과 ‘안일함’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나름 분석해본다. 물론 예외적인 대학도 있고 필자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동일함’이란 각 대학 조경학과의 학과목편성이 현장에 나가서 바로 적용 가능한 현장을 고려한 학과목보다는 교수들의 전공을 우선 배려한 이론 중심의 학과목이 아직까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비판과 의견을 잘 수렴하여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부단한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교수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과연 학과마다 학생들을 위해 실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놓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조경은 이론수업도 중요하지만 현장관련 수업 없이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는 학과는 아니다.

‘안일함’이란 학과의 구성원들이 다가오는 인구절벽 시대를 팔짱만 낀 채 현재의 시급한 문제를 외면하는 위기의식이 결여된 마음의 자세를 말한다. 더하여 학과의 학과목도 시대에 맞게 수정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예전의 과목을 요즘의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학생들 스스로도 교수들이 만들어 준 동일함이라는 안락의자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철학자 임건순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문학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은 그걸 가르치는 교수들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현재 이야기되는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문학 교수들의 위기이고 그들의 밥그릇, 기득권 문제일 뿐이라며 텍스트를 바탕으로 읽기와 쓰기 훈련이 없는 형편없는 수업만이 행해졌고 실상 대학 내에서 제대로 된 인문학교육이 이루어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인터뷰 내용에서 인문학을 조경학으로 바꿔보면 우리의 문제가 쉽게 진단된다. 조경학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은 조경학과 교수들이고, 실무보다는 이론위주의 조경학과 수업으로 인해 졸업생들의 현장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며, 소비자인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조경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년 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천여 명의 조경학과 졸업생이 사회로 쏟아져 나간다. 그들 중 전공을 찾아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도 1년 혹은 2년을 더 가르쳐야 비로소 정식직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현장의 조경업체 대표들은 늘 말한다. 그러나 경쟁력이 갖춰진 많은 직원들 중 다수가 30대 중반을 전후하여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조경업계를 탈출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조경업계에는 30대 후반의 전문성을 가진 기술자가 많이 부족하다. 이렇듯 현장적응 능력이 떨어지고 조경의 가치에 대한 상상력이 결핍된 졸업생들의 배출과 핵심 전문 인력의 탈출은 조경이 과연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직업분야이며 대학에 학과의 존재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러한 조경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조경학과의 낮은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과 그리고 높은 재학생 탈락률과 연결되며,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조경학과가 타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대학본부에서는 폐과 혹은 학과 통폐합을 진행시키지 않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경학과의 경쟁력 약화현상은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하여 대입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적어지는 2020년부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대학 교육의 획일화, 취업학원화를 가속시키는 것으로 대학이 학문을 위한 전당이라는 곳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하여 우리 조경학과의 구성원들은 그저 눈감고 이 위기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최근 정부 인사혁신처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아름답고 품격 있는 국토 경관 조성을 위해 2022년까지 조경(造景)직 공무원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국내 조경학 전공자가 1만 명, 조경업 종사자가 15만 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에 조경(造景)직이 생긴다고 해도 대학에서 조경학과가 사라진다면 무슨 소용일까? 아울러 국가가 조경학과 졸업생의 취업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요구하지 말고 민간시장에서 그 문제가 잘 풀릴 수 있게 우리 스스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폐과와 통폐합의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으로 ‘다름’의 가치를 조경학과가 지향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다름이란 ‘차별화’를 말한다. 차별화란 넘버원이라는 위치지향이 아니라 온리원이라는 가치지향을 말한다. 약 10년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 처음으로 생태조경학과를 설치하여 학과를 출발시킬 때 학과의 가치설정에 관하여 하버드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의 책 ‘디퍼런트’를 많이 참고했다. 이 책에서 문 교수는 ‘차별화’는 전술도, 일회성 광고 캠페인도,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틀’이라고 정의했다.

문 교수는 새로운 생각의 틀로 ‘희귀성의 가치’를 제안 하면서 온갖 소란, 흥분, 활동, 자극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희소성이 높은 것으로 ‘침묵’과 ‘여백’의 가치를 제시했다. 침묵과 여백의 가치는 검색 사이트 야후(Yahoo)와는 다른 길을 택한 구글(Google)과 같은 ‘역 브랜드’와 배송도 없고, 조립도 안 해 주고 가구는 몇 년 지나면 바꾸어야 할 소프트한 제품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주장하는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와 같은 불친절한 ‘역브랜드’에서 그 성공이 잘 검증되었음을 예로 제시했다. 문영미 교수는 외침보다 속삭임이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조차 희귀한 가치를 제안하는 브랜드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언제나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세상이 학과 통폐합과 폐과에 대하여 요란한 나팔을 불고 있을 때 우리 조경학과는 조용히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침묵과 여백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래서 한국의 모든 대학의 조경학과들이 침묵과 여백의 시간을 통하여 소비자인 제자들의 행동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인간적인 숨결을 가진 학과로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조경학과가 부가적인 가치를 없애고 새로운 가치들의 조합으로 탄생한 구글(Google)과 매장 내에 본사에서 운영하는 탁아소 시설과 스웨덴에서 공수해오는 싱싱한 연어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구비한 이케아(IKEA)와 같은 희귀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거듭난다면 인구절벽의 파도를 무사히 헤쳐나 갈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조경학과들이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되어 학과통폐합과 폐과의 위기를 넘어 늘 안녕하시기를 소망한다.[한국조경신문]

김수봉 객원 논설위원
김수봉 객원 논설위원 sbkim@kmu.ac.kr 김수봉 객원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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