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발행인·조경기술사)
김부식(발행인·조경기술사)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과도한 동물안락사 조치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동물안락사는 동물이 불치의 병이나 치료가 불가한 상태가 돼서 생명유지가 의미가 없고 오히려 동물이 죽을 때까지 고통만을 가지게 되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인 인위적 조작을 통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불치의 병을 가진 동물이거나 유기견, 유기묘가 주 대상인데 우리나라 동물안락사의 시초는 1966년 창경원의 24세 암컷호랑이였다. 호랑이가 나이가 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게 되자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동물원 측에서 안락사를 결정한 것이다.

실제 인터넷에는 자기가 기르던 동물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수의사에게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하는 사람의 경우 5명당 1명은 지병 때문이라는 것을 볼 때 자살을 선택할 수 없는 병약한 동물에게는 안락사가 마지막 치료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설 동물보호단체의 동물안락사의 주요 쟁점은 후원금의 부적절한 사용과 무분별하게 실시한 동물안락사로 인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로부터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에 처음 제정되었고 동물보호단체 등의 요청으로 동물의 보호와 복지와 관련하여 수차례 관련법이 개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와 복지가 법으로 보장되는 동물보호 선진국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중 알파인경기가 펼쳐진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식물의 수난사의 커다란 사례로 꼽힌다. 산림청은 사후 생태복원을 조건으로 강원도에 가리왕산 국유림101ha(1.01㎢)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환경단체는 단 일주일의 활강스키 경기 때문에 500년 가리왕산 원시림을 파괴한다는 것은 안 된다며 거센 반대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가리왕산은 산림청 희귀식물자생지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대규모 풍혈지역으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식물과 희귀수목의 분포지다. 이런 연유로 환경단체에서 알파인경기장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으나 공사가 중지될 경우 생기는 손해 등의 이유로 기각되어 무사히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경기가 치러졌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의 무상임대기간이 끝났으니 올해부터는 복원사업이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얘기가 달라졌다. 강원도와 정선군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올림픽유산보존 그리고 관광자원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곤돌라의 존치와 도보탐방로 개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생태복원 조건의 이행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요구라서 산림청과 환경부 그리고 환경단체에서는 복원을 전제로 허가한 사항이므로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서로의 주장이 정면충돌된 상태가 됐다.

500년 된 아름드리나무 10여만 그루가 잘려나갔다. 대한민국이 동물에게는 선진국일지 몰라도 식물에게는 후진국임을 자처한 셈이다. 인간의 짧은 목적과 욕심 때문에 사라진 수목들의 입장을 헤아려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의 거짓말 탐지전문가 벡스터가 실험을 통해 “잎을 자르려고 가위를 가져오기만 해도 검류계가 급격한 반응을 보이지만 자르려고 하는 시늉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마음을 읽기조차 한다.”며 식물의 정신세계를 인정하고 있다.

나무에게도 행복추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생명을 갖고 태어난 것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동물안락사가 문제 되듯이 무분별한 벌목도 구분돼야 하고 복원약속도 지켜야하는 것이 맞다.

인간의 욕심으로 난도질당한 가리왕산의 생태가 복원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연생태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10년, 20년 시간이 지나도 복원되는 과정이 더딘 것을 보면서 생태계 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에서 보여주는 나무의 희생과 배려는 인간의 욕심을 나무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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