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본지 발행인·조경기술사
김부식 본지 발행인·조경기술사

[Landscape Times] 2019중국북경세계원예박람회(2019.5.29.~10.07)가 개최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290ha) 3배가 넘는 960ha의 넓은 대지에 ‘녹색생활, 아름다운 삶의 터전(Live Green, Live Better)’이라는 주제로 중화원예전시구, 세계원예전시구, 자연생태전시구, 원예산업전시구, 교육미래전시구, 생활원예전시구 등 6개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막식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여 “녹색발전으로 번영을 이루자.”는 축사를 할 만큼 국가적 관심이 크다.

세계원예박람회는 개최지에서 큰 국제적 영향력과 종합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세계 많은 도시가 세계원예박람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4년까지 세계원예박람회는 30여 차례 개최됐다. 거의 대부분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1990년 일본 오사카, 2006년 태국 치앙마이, 2013년 한국 순천에서 각각 한 번씩 개최된 바 있다. 중국은 1999년 쿤밍세계원예박람회를 필두로 2006년 선양, 2010년 타이페이, 2011년 시안, 2013년 진저우, 2014년 칭다오, 2016년 탕산을 거쳐 이번에 8번째로 세계원예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세계원예박람회는 약 110개 국가와 국제기구, 120여개 비공식 기구가 전시에 참여할 예정으로 세계원예박람회의 사상 최다 전시 참여 기록을 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원예박람회뿐만 아니라 유사한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 고양국제꽃박람회와 비슷한 중국국제화훼원예박람회를 대규모로 개최하고 있으며 20년 전부터 도시재생차원으로 시행하는 국제원림박람회를 2년마다 전국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다. 원림(園林)은 우리의 조경과 같은 의미의 단어다.

2013년 제9회 북경국제원림박람회에 가본 적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을 복구하여 녹색생활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북경원림박람회의 가장 부러웠던 점은 ‘중국원림박물관’ 건설이다. 중국원림박물관은 국가급박물관으로 50,000㎡의 규모의 2층 건물이며 소주원림을 비롯한 3개의 유명한 원림을 실내에 조성해 놓았다. 중국고대원림관과 중국근현대원림관은 중국원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가 있고 원림조성의 개념과 원림조경기법 그리고 정원조성도구와 석축을 쌓는 모습을 재현하는 조형물도 있다.

중국원림박물관에는 세계명원관람관이 있다. 그곳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태리, 인도 등 해당 국가의 공원 모형이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고 일본의 고산수정원은 실물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한국정원 소개는 ‘조선반도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정원이 있는데 하나는 중국정원을 모사(copying)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시대에 발전한 자연산수식원림이다.’고 설명된 글과 경주 안압지와 평양 안학궁에 대한 판넬에 붙여놓은 것이 전부였다.

이번 북경세계원예박람회 세계원예전시구에는 한국정원이 있다. 그런데 ‘한국정원, 세계의 평화와 교류를 희망하다.’의 주제로 조성된 한국정원에 대하여 그동안 다녀간 많은 한국 블로거들은 실망했다는 표현과 낙제점을 주고 있다.

현지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순천시 죽도봉에 위치한 연자루(燕子樓)를 재현한다고 했으나 한국전통정원의 근본과는 동떨어져 있고 한국정원관의 한국정원 운영시스템을 보면 세계평화 교류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다른 나라의 정원 소개는 자국인들이 나와서 고대역사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IT서비스로 국가 홍보까지 하고 있는데 한국정원은 중국인 알바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만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중국북경원예박람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개최되었던 조경정원박람회가 거의 대동소이했다. 대한민국 농림수산축산부와 산림청, 순천시가 주최한 정원치고는 너무 초라한 것이 대한민국의 녹색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녹색생활의 개선으로 국민에게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는 대륙의 녹색정책을 언제까지 부러워해야 할까싶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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