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발행인·조경기술사)
김부식(발행인·조경기술사)

조경분야가 국가정책의 전문영역으로 제도권에 진입한지가 어언 47년(1972년 4월 18일 청와대 ‘조경에 관한 세미나’)이 지났다. 이보다 앞서 1963년 3월 3일에 도시공원법이 제정된 것을 기준으로 하면 5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녹색공간의 창조자로 자리매김한 조경은 국민건강과 복지부문에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그 일은 더 커질 것이다.

땅(Land)을 기반으로 조성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은 지구상의 모든 사물과의 사랑(Love), 동식물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의 삶(Life),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생명(Live)을 노래하는 공간이 된다.

사랑(Love)이 가장 많이 표현되는 장소 중의 하나가 조경이 조성한 녹색공간이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식물들이 자라고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된 편의시설이 배치된 공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즐기고 행복을 나누는 장소가 되며 연인이나 가족, 이웃들과 소통을 통하여 사랑을 하게 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국민은 복지국가에 사는 것이 틀림없다.

삶의 질(Life)은 인간의 존엄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삶의 질을 거론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4.8점(2016년)이며 OECD 34개 회원국 중 28위로 저조하다.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복지가 중요한데 녹색복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명(Life)의 원천인 식물은 조경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지구상의 다양한 동식물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건강한 공생관계가 균형을 이룰 때 생명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조경이 만든 녹색공간은 그곳을 이용하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공존할 수 있는 생명벨트가 된다.

사랑과 삶 그리고 생명이 함축된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되므로 국가정책의 중요한 분야로 다루어야 한다. 201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돌입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우리 국민은 국민소득 3만 불에 걸 맞는 행복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획재정부 차관의 소감이 있었다. 그런데 소득 3만 불 시대에 걸 맞는 녹색정책과 녹색공간이 조성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이 코앞인데 아직 기획재정부는 공원조성 등의 업무는 지자체 업무라고 예산 배정을 외면하고 있다. 잘 조성된 녹색공간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책의 하나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주의보, 경보를 발령하고 노후 경유차량의 운행 제한만 할 것이 아니라 산소탱크 역할을 하는 녹색공간을 많이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가 된다.

1972년 청와대 조경세미나 3개월 후에 당시 건설부에 공원녹지과 직제가 신설되었고 이듬해인 1973년 6월에는 서울시 녹지국이 신설되어 조경업무가 중앙부처 업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녹색공간 조성을 위한 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1999년에 슬그머니 그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고 예산마저 중단해버렸다.

정부는 연간 14조원이나 걷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80%를 회색인프라(철도 도로건설 등)에 편성하고 있다. 반면 올해 편성된 녹색인프라 예산은 미집행공원 조성을 위하여 지자체에서 발행한 지방채의 이자 보조금 79억 원만 보인다.

지난 3월 5일 제16회 조경의 날 기념식에 처음으로 국무총리가 참석을 했다. 조경이 만든 공간은 건강과 안전, 행복과 자아실현의 장이 되며, 아름다운 나라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데 조경인과 정부가 함께 가겠다는 격려의 말도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조경인들은 국무총리의 축사에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경이 만드는 세상은 사랑(Love)이 넘치는 곳이며 삶의 질(Life)을 높여주고 생명체(Live)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된다. 이번 조경의 날 행사를 기점으로 조경이 한 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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