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식물노마드] 5월의 바람, 5월의 비
[최문형의식물노마드] 5월의 바람, 5월의 비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2.05.04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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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바람이 세찬 봄날, 나무는 기꺼이 바람을 마중한다. 우수수 부는 바람에 리듬을 맞추어 춤추는 나뭇가지와 잎들은 거짓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진심으로 5월을 즐긴다. 옛 현인들은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고 말하여 눕는 풀은 소인이고 바람은 군자의 덕을 의미한다고 했다. 봄바람에 솨솨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니 문득 그 교훈이 떠오른다.

젊은 날에 그 구절을 읽었을 때 ‘소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군자에게 화답할까?’ 궁금했었다. 혹시 지위가 높은 군자에게 그저 복종하는 모습을 ‘풀 위의 바람’에 비유한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봄날, 몰아붙이는 바람에 기꺼이 몸을 흔들며 즐거이 춤추는 나무들을 보면서 군자의 덕스러움에 진정으로 화답하는 소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확연하게 느꼈다.

바람이라는 자연과 나무라는 자연이 만나서 서로 부르고 답하는 이 광경은 봄날의 축제를 연상하게 한다. 겨우내 싹을 낼 날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풀잎들, 지난 해 동안 어디에 얼마만큼 잎을 낼 것인지 궁리를 거듭했던 나무들, 그래서 기어이 잎을 틔우고야만 식물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생명을 만끽하는 계절이 5월이다.

봄비는 조심스럽다. 가만가만 내리며 하나의 꽃잎도 하나의 이파리도 떨구지 않으려고 배려한다. 하지만 바람은 대범하다. 바람은 약동하고픈 식물의 마음을 아는 듯, 맘껏 소리치며 노래하고 춤추도록 식물들을 부추긴다. 그렇다! 5월의 나무들 식물들은 꿈 많고 발랄하기 그지없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청소년이다.

그들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먹성도 좋다. 무엇이든 잘 먹고 무엇이든 즐기고 무엇이든 궁금하고 무엇이든 재미있다. 10대 아이들이 모인 곳은 왁자하다. 햇빛보다 찬란한 그들의 생명력은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 5월의 식물은 청소년이다. 밝은 태양과 때맞춰 내리는 비와 시원한 바람이 그들을 먹이고 키워낸다.

살아가는 데 최적의 온도도 이즈음에 제공된다. 식물의 뿌리는 5월 중순에 가장 많이 자란다. 식물의 줄기는 5월 말경에 쑥쑥 자란다. 그렇게 5월의 나무는 매일이 다르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아이들처럼 비개인 날 다르고 바람 분 날 다르다. 빗속의 양분을 잔뜩 먹은 이파리는 색이 진해지고 꿋꿋해진다. 그들이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즐거워진다.

하지만 그저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서 헤벌쭉하고 있다간 낭패를 본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성장이 빠를 때가 해충이 덤비는 시기이다. 식물의 야들한 잎과 살가운 줄기는 해충의 표적이 되고 청소년의 물오른 신체와 활발한 마음은 악인들의 시선을 끌기 쉽다. 식물에게 충분히 거름을 주고 해충을 죽이는 약을 써야 하듯이, 10대 청소년에게도 적절한 심신의 양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어야 한다.

어쩌다가 청소년들이 힘든 일을 겪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당연히 이런 걱정도 해야 한다. 그래도 심하게 염려하지는 말자. 5월의 식물이나 10대 청소년이나 에너지의 화수분 아닌가! 나뭇가지에 난 상처가 5월에는 잘 아물 수 있듯이 청소년에게 생기는 아픔이나 문제도 그 시기에는 잘 극복하고 지나갈 수 있다.

이 시기가 민감하고 위험한 시기라고 해서 청소년들의 마음과 생각의 뿌리를 건들지 말자. 단근법(뿌리의 일부를 잘라냄)을 시행한 나무의 잎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듯이 심한 주입과 간섭을 받은 마음은 활발한 창의성을 잃어버린다. 5월의 나무는 바람과 비를 즐긴다. 청소년들도 이것을 즐길 권리가 있다. 그저 바람에 춤추는 잎처럼 살면 된다.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askmun@naver.com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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