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해리포터 시리즈 속에는 ‘불사조 기사단’ 이야기가 있다. 사춘기를 지나는 해리포터의 성격이 가장 예민하게 묘사되는 부분이며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마법사 기사단의 의로움이 돋보이는 편이다. 서양 전설에는 아라비아 사막에 살고 있다는 피닉스(phoenix), 죽지 않는 새에 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전해온다. 불사조는 500년을 주기로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죽고는 다시금 그 재 속에서 부활한다.

한 번 수명인 500년이 끝나갈 때가 되면 피닉스는 스스로 그것을 알고는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자신을 태워버린다고 한다. 이집트신화에도 이 새의 기원을 볼 수 있다. 이집트 신화 속 벤누(Bennu, Bnn)가 그것이다. 벤누는 푸른 왜가리 모양이고, 매의 머리를 한 태양신 라의 영혼으로 알려졌다. 벤누의 의미는 ‘밝게 빛남’이며 창조주 라의 영혼으로서 시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불사조는 새 중의 왕인데도 풀잎의 이슬을 먹고 살면서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

식물 중에도 불사조 같은 식물이 있다. 미국 세쿼이아 국립공원에는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 나무들은 나이가 3000살에서 4000살로 추정된다. 나이가 많은 만큼 키 또한 커서 100미터를 훌쩍 넘는 것도 있다. 이 중 가장 큰 나무는 ‘셔먼장군’이라고 이름붙인 나무로 높이가 약 84m, 지름은 11m나 된다. 놀라운 것은 이 나무가 지금도 계속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식물계의 불사조인 셈이다. 이 나무가 어떻게 이렇게 장수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놀랍게도 바로 산불이다. 미국 서부 지역은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두꺼운 수피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수피는 물을 머금고 있어서 축축하고 푹신하여 불에 잘 안타는 단열효과가 있다. 다른 나무들은 다 불에 타서 재가 되어도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끄떡없는 이유이다. 아주 큰 불이 날 경우는 불이 줄기의 한 부분에서 안쪽까지 타들어가서는 줄기의 반대쪽을 뚫고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줄기가 텅 비어 동굴처럼 된다.

그 동굴의 크기는 제법 커서 사람이나 차량도 드나들 수 있는 규모도 있다. 그래도 이 거대한 나무줄기는 타지 않고 남아 있다. 게다가 산불이 나야 솔방울이 열려 씨앗이 싹트고, 재가 있어야 나무가 그것을 거름삼아 잘 자란다. 그러다보니 자이언트 세쿼이아 숲에서는 이 나무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소방관들이 주기적으로 일부러 불을 내기도 한다. 산과 숲에 나는 불은 새로운 세대로의 순환과 교체를 촉진한다.

큰 불이 휩쓸고 가면 땅 속에 있던 씨앗들 중 일부는 밖으로 발아하도록 자극받는다. 아마도 어떤 씨앗들은 불이 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뿐만이 아니다. 불은 각종 독소를 파괴해주어 숲은 자정(自淨)이 된다. 또 불이 남긴 재는 일시적으로 땅을 비옥하게 해준다. 발아한 식물들이 많은 영양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산불이 나고 나면 큰 나무들이 스러져 햇빛이 땅을 많이 비추므로 씨앗의 입장에서는 싹을 틔우기 좋은 최고의 환경이다.

그러니 숲과 산에 난 불은 식물들이 새로운 생태계의 사이클을 도는 것, 말하자면 불로 자신을 활활 태워 버리고는 잿더미 속에서 다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는 불사조의 지혜를 올리게 한다. 인생은 어떨까?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처럼 평소에 물을 머금고 있다면 가혹한 산불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나무 수피가 지닌 물은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아닐까? 어떤 어려움이 와도 마음의 수피가 완충을 해준다면 줄기가 텅 비어 허허롭게 될지언정 생명과 생활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 인생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은 나와 자녀와 자손들에게 도전이 되고 용기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자손인 솔방울들이 그것을 기화로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사적으로 보면 큰 불(큰 사건)은 특정한 문명의 끝을 부르고 새로운 문명을 가져오는 촉진제가 된다. 우리 인류도 불사조 피닉스처럼 일정한 주기로 순환과 재생을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개인이나 국가나 죽고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산불이 나도 당황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이 자이언트 세쿼이아로 살아갈 이유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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