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나무들이 사방으로 폭죽 같은 꽃을 터뜨리는 봄은 개혁의 시간이기도 하다. 화분에 심겨진 나무들은 봄을 찬스로 하여 새로운 기회를 다진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땅이 절기를 따라 모든 것을 마련해주지만, 화분에서 자라는 나무는 극도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 많은 제약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화분의 나무는 가꾸는 이의 세심한 관심과 돌봄이 요구된다. 규모가 가장 큰 판 바꾸기는 바로 분갈이다.

분갈이는 환경과 식물을 모두 손질하는 것이다. 나무를 화분에 심고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자라나서 화분 안에 뿌리가 꽉 차서 엉긴다. 그 바람에 흙은 서서히 다 빠져나가고 만다. 돌보는 사람은 이 때 화분 안의 환경을 다시 조성해 줄 필요를 느낀다. 일단 힘이 빠진 흙을 새 흙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좋은 흙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각종 양분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가능하다면 한 번도 식물의 뿌리가 닿지 않은 흙(처녀토)이면 정말 좋다. 이런 흙은 오염되지 않았고 배수도 잘 된다. 뿌리도 손질해 준다. 굵은 뿌리는 식물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잔뿌리는 영양과 물을 흡수한다. 분갈이 때는 뿌리도 정리한다. 2~3년 간 자란 잔뿌리의 길이도 적당하게 잘라낸다. 아깝고 아프지만 자기 살을 자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뿌리 자르기는 인간에 비유하면 수술이고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꽃을 보는 나무는 꽃이 활짝 핀 이후에 해준다. 그리고 뿌리에 붙어있는 원토 또한 깨끗이 털어내서 뿌리가 새 흙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 작업은 인간으로 보면 과거의 습관, 사고방식 들을 철저하게 없애는 것이다. 분갈이 때 화분은 기존 것보다 더 큰 새 화분을 사용하지만, 만약에 화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분도 깨끗하게 세척한다.

식물의 분갈이는 규모가 큰 개혁이다. 우리는 언제 개혁을 원하는가? 우리는 언제 인생을 바꾸는가? 무엇인가 정체되어 답답할 때, 화분 속 상태처럼 우리의 환경이 안 좋아졌을 때, 마음과 몸이 지치고 고갈되어 재충전해야 할 때, 엉긴 잔뿌리처럼 온갖 상념에 시달릴 때, 진로를 다시 생각할 때, 회사를 옮기고 싶을 때, 창업하려 할 때,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 인간관계가 너덜너덜해질 때 등등 각종 갑갑한 환경에 처했을 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처지에 놓일 때 자신을 점검한다. 건강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직장 또는 직업을 바꾸어야 하나? 나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잘못되었나? 너무 일만 했나? 휴식 또는 휴가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회사의 관리자라면 이러한 자기 점검 이후에 조직을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다. 이후에 크고 작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혁을 구상할 것이다. 가정도 마찬가지고 국가도 매일반이다. 분갈이라는 개혁의 시간은 다가오게 되어 있다.

건강하지 못한 식물이 분갈이를 감당하지 못하듯 유약한 사람이나 조직 또한 개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럴 때는 뿌리는 건드리지 않고 건강한 흙으로만 갈아주는 분 바꾸기를 시도할 수 있다. 분갈이든 분 바꾸기든, 개인이든 경영자든 간에 촉을 세우는 위기의식이 생존의 선결조건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변화를 시도하여 자신이 처한 환경을 개혁해야 한다.

또한 계속 자라나는 생각의 잔뿌리의 길이를 잘라내어 직관력과 단순함을 증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식물의 잔뿌리가 환경에 적응하듯이 우리 또한 잔뿌리를 늘리고 키워서 사고의 유연함을 유지하고 증가시켜야 한다. 식물이 잔뿌리를 늘리고 키워서 양분과 수분을 지속적으로 탐사하듯이, 우리 또한 호기심을 유지하여 지적, 정서적 탐사와 여행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식물에게 분갈이가 꼭 필요하듯 우리에게도 과감한 개혁의 순간은 필수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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