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景, 철원’ 전시가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서영애 기술사사무소이수 소장과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의 공동작품 ‘금강산 가던 철길’.
‘DMZ 景, 철원’ 전시가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서영애 기술사사무소이수 소장과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의 공동작품 ‘금강산 가던 철길’.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디엠지(DMZ) 대표 접경지역인 철원의 풍경을 재조명하는 ‘DMZ 景, 철원’ 전시가 연남장 지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철원은 DMZ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그 경계부의 약 1/3의 면적을 북한과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분단 이전 옛 철원은 경원선이 지나가는 남북 교통의 중심지였다. 지형적으로 남쪽으로는 철원평야가, 북쪽으로는 평강고원, 남과 북을 이어주는 한탄강이 있다. 넓은 평야와 풍부한 수원을 지닌 자연환경으로 인해 철새가 찾아드는 고장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조경학·사회학·건축학 등 인접 분야 연구자들과 예술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군사적 긴장과 삶의 풍경이 평행하는 DMZ 접경지역 ‘철원’을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예술장르로 실험하며 분단이 바꾸어 놓은 철원의 특수한 풍경 혹은 일상의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DMZ 접경지역은 분단의 상흔과 생태경관이 교차하는 독특한 장소다. 전시를 총괄기획한 조경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는 “철원은 국토의 경계에 있는 예민한 지점이다. 서정적인 미학을 지닌 반면 분단의 아픔 같은 것들이 맺혀 있는 이중적·역설적 공간에 대한 탐색이라 보면 된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일반인들이 잘 보지 않는 경관으로서 ‘경(景)’, 접경지대라는 특별한 장소인 철원의 경관을 여러 가지 관점들을 제안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미시적으로 삶의 공간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마을의 역사, 사람들, 장소가 갖고 있는 독특한 마을경관을 도시 건축적으로 분석하는 접근들이다”면서 “경관은 눈에 안 보이는 것들도 드러낼 수 있다. 철길의 경우처럼 폐허가 됐지만 남아있는 흔적을 가지고 고고학적으로 발굴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드러내는 작업들을 통해 (접경지대에 대한) 여러 가지 (장소에 대한) 시선들이 교차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전시작들에 대해 설명했다.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리는 ‘DMZ 景, 철원’전 전시장 내부 모습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리는 ‘DMZ 景, 철원’전 전시장 내부 모습

 

냉전시대 선전을 목적으로 강제 이주돼 형성된 민북마을 이길리·유곡리의 마을공동체 경관을 보여준 ‘통제된 공동체’(박한솔·윤승용)
분단 이후 강제 이주돼 형성된 민북마을 이길리·유곡리의 마을공동체 경관을 보여준 ‘통제된 공동체’(박한솔·윤승용)

이번 전시에 참가한 서영애 기술사사무소이수 소장과 주신하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는 공동작품 ▲‘금강산 가던 철길’을 통해 전기열차를 타고 금강산 유람에 올랐던 현진건, 최남선 등 1930년대 문인들의 기행문이나 지도 등 철원과 관련된 문헌을 바탕으로 사라져버린 금강산전기철도의 궤적을 쫓았다. 폐허가 된 철원역과 얼마 남지 않은 교량의 흔적, 철원평야의 사계절 등을 촬영한 사진은 길이라는 선적인 이미지로 재현되며 금강산철도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서영애 소장은 “2019년부터 철원을 다니며 일일이 흔적을 확인했다. 우리가 찾은 철로길 주변에 아직 전신주가 있다. 옛날에 전기철도가 다녔다는 흔적이다. 사계절 촬영한 6개의 사진들은 장소의 부분들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철길로 연결된 선적인 이미지를 표상하면서 시간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전시작인 ▲‘통제된 공동체’(박한솔·윤승용)에서는 냉전시대 선전을 목적으로 강제 이주돼 형성된 민북마을 이길리·유곡리의 마을공동체 형성과정을 통해 민북마을의 정치적 경관을 살필 수 있다. 그 밖의 전시작으로는 ▲군사분계선으로 나뉜 철원이라는 장소의 지정학적 위치와 지형학적 특성을 재구성한 ‘철원 토포스’(기획연구 박한솔·윤승용, 디자인 권오은·김기영·조형찬) ▲통일전망대라는 일방화된 시선을 촬영한 ‘국가경관 : 전망대’(정원준) ▲분단이 만들어낸 대남방송이라는 청각적 경험을 토대로 영상으로 기록한 ‘이미지 프로파간다’(이창민) ▲탈북민 출신의 북한공연단의 개인적 서사를 담은 ‘아리랑 예술단(이동근)’ ▲‘영농중심형 재건촌의 형성과 생태마을로의 전환’을 논의한 ‘민북마을 연구’(정근식·김영광) ▲남한 서해의 최북단 섬 백령도의 지리정 상징성을 차용해 시선의 공유지를 상징하는 전망의 오브제 ‘백령도, 시선의 공유지’(신이도) 등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철원평야와 북한 평강고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해발 362m의 야트막한 소이산을 조명한 두 개의 작품 ▲자연과 인공(GP 등의 군사시설)이 공존하는 여러 층위의 풍경으로 영상화한 ‘상상하는 시선’(조신형) ▲소이산의 파노라믹한 조망을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전망하는 ’DMZpace’(Hybrid Space Lab)도 전시 중이다.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리는 ‘DMZ 景, 철원’전. 사진은 탈북민 출신의 북한공연단의 개인적 서사를 담은 ‘아리랑 예술단(이동근)’
오는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리는 ‘DMZ 景, 철원’전. 사진은 탈북민 출신의 북한공연단의 개인적 서사를 담은 ‘아리랑 예술단(이동근)’

 

한편, ‘DMZ 景, 철원’ 전시는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가 주최하고 서울대 도시조경계획연구실·DMZ 접경지대 콘텐츠를 기반으로 창업한 올어바웃이 주관한다. 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철원군청·아트버스모움·기술사사무소 이수가 후원한다. DMZ의 경관을 다양한 시선으로 기록한 이번 전시는 10일(일)까지 열린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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