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맹그로브 섬의 교훈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맹그로브 섬의 교훈
  •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0.04.02
  • 호수 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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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너른 바다 한 가운데 섬이 있다. 가까이 가보면 이 섬은 나무들로 이루어졌다. 어찌된 일일까? 이 나무는 바로 전설적인 식물 맹그로브이다. 맹그로브는 열대지방의 큰 강어귀나 얕은 바다 속 진흙에 살면서 강이나 바다로 씨앗을 내보낸다. 조숙한 맹그로브의 씨앗들은 엄마나무에 달려있을 때 일찍 싹을 내고 뿌리도 만든다.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 속에서 뿌리가 자라기 시작해, 어느 정도 커지면 뿌리끝에 새싹이 난 상태로 열매가 떨어진다. 바람이 맹그로브 씨앗을 물 위에 떨어뜨리면 똑똑한 씨앗은 이미 만들어 둔 뿌리로 정착한다. 물속에서도 잘 자라고 물가에서도 잘 사는 나무이다.

 

이들은 물 위로 잠망경 같은 가지(?)를 올리기도 한다. 가지처럼 생겼지만 실은 뿌리이다.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호흡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보니 뿌리를 물 밖으로 올린 것이다. 맹그로브의 호흡근(호흡뿌리)30센티미터에서 1미터 높이이고 그 수는 수백 개에 달한다. 맹그로브의 강한 생존력 때문일까? 맹그로브는 각종 식물과 동물이 잘 자라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맹그로브 숲의 바다 쪽 부분은 바닷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육지 쪽은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기울기가 생긴다. 또 맹그로브 숲이 커지면서 뿌리나 줄기, 가지가 자라나면서 서로 엉겨서 오밀조밀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맹그로브 숲은 다양한 동물들에게 살 공간을 제공해 준다. 맹그로브의 이러한 능력에 기대어 자원을 잘 가꾸는 나라들이 있다.

 

캄보디아 서부 코콩주의 센트럴 카다뭄 보호림은 캄보디아 정부가 지정한 18개 보호림 중 가장 넓은 지역이다. 해발 500미터 높이의 숲에는 무성한 나무들과 덩굴식물, 식충식물, 거머리와 각종 생물이 함께 살면서 수십 개의 먹이사슬 피라미드가 공존한다. 이곳의 식물 종은 5,000종이 넘는다. 같은 주의 핌크라솝 자연보호지역에도 맹그로브 나무의 거대한 숲이 있는데, 물속으로 뻗은 맹그로브 뿌리는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고 덕분에 주민들은 풍부한 수자원을 얻어 생활한다. 이 맹그로브 숲 덕분에 이 마을은 2004년 동남아시아에 최악의 쓰나미가 덮쳤을 때도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이렇게 수륙양처(水陸)를 자유자재로 살며 수많은 생명을 보듬는 맹그로브는 조숙성의 식물이다. 씨앗은 엄마 품에서 이미 세상을 향한 모든 준비를 마친다. 살아가는 곳이 땅이든 물이든 문제없이 씩씩하게 살아간다. 물속이 답답하면 뿌리라도 올려 바람을 쐰다. 나무치고는 자유자재로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꾼다. 바다 한 가운데에 형제자매친척들이 모여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왕국을 맹그로브섬(mangrove island)이라 부른다. 수륙양처성 맹그로브는 땅이 지닌 고착성과 물이 지닌 유동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도 살고 다양한 생물 가족들을 품어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들은 항상 일정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생명체들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명활동을 이어간다.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그런데 환경이란 것이 늘 온화하고 우호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환경들은 변화무쌍하고 때로는 생명체들에게 위협적이다. 그래서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생명유지와 발전에 꼭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어떻게든 이를 극복해내야 한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잡을 수 없는 변화, 환경과 기후의 변화, 세상의 변화, 사회의 변화, 과학과 기술의 변화와 발전, 우리 예상의 범위를 이미 훨씬 벗어난 다양한 종류의 변화들은 지금 이 순간도 그 수레바퀴를 빠른 속도로 돌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발전과 진보가, 어떤 재난과 질병이, 어떤 속도로 우리 문명의 바퀴를 돌릴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 기막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요즘 COVID19의 창궐로 지구촌 사람들 모두 힘들고 아프다. 인종과 지위와 부와 권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이 바이러스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막아내려고 국경의 장벽을 높이기도 하고 특정 지역을 폐쇄하기도 하고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시킨다. 문제는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숨 쉬고 사는데 사회적 인간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니 참을 노릇이 못된다. 물속에 사는 맹그로브처럼 호흡의 문제를 느낀다. 어떻게든 호흡뿌리를 올려야 한다. 생활의 장도 어느덧 바뀌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대학들도 화상수업을 진행 중이다. 초중고교도 인터넷 기반 수업을 점검 중이다. 얼마 전 세계정상들은 가상공간에서 화상회의를 했다. 사회성의 장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제 현실공간에서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사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뭍과 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살아가는 맹그로브는 변신 능력뿐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유지하는 힘 또한 강하다. 물가에서의 경계적 삶을 살아가려니 불가피한 모습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물가에 살던 맹그로브가 물속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듯, 사람들의 삶도 현실공간(오프라인 기반)에서 가상공간(온라인기반)으로 빠르게 옮겨 간다.

 

COVID19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변신에 능해야 한다. 과거의 현실공간 생활을 마냥 그리워하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속상해 할 수만 없는 노릇이다. 이번 바이러스를 시점으로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큰 변화가 쓰나미처럼 일상에 몰려들지 모른다. 적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뭍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 한 가운데 오롯한 맹그로브 섬처럼 우리 인간 또한 익숙했던 세상을 떠나 다른 어딘가에 둥지를 틀어야 할지 모른다. 맹그로브 섬은 우리에게 그걸 가르쳐 준다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askmun@naver.com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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