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봉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김수봉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Landscape Times]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대규모 주택단지의 보급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자연스럽게 도시공원의 수도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였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개발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범죄발생의 증가이다. 특히, 도시에 사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인 도시공원은 그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의 강력범죄 장소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원에서의 범죄 건수는 2001년 2,476건에서 2010년 5,420건으로 약 2배가 증가 했다고 한다. 2010년에 발생한 총 5,420건의 범죄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15건의 공원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공원의 수 역시 범죄 발생 건수와 마찬가지로 점차 늘어나는 양상을 띠고 있다. 2002년 10,849개였던 도시공원은 2012년에는 19,600개로 1.8배 정도 증가했다. 공원범죄 증가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도시공원의 수의 증가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도시공원의 수가 늘어남으로써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분명하고,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공원범죄에 대한 대책 수립도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공원에서의 범죄를 예방하는 다양한 방법 중 우리 조경에서 참고해야 할 기법이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즉 셉테드(CPTED)다. 셉테드라는 용어는 1971년 레이 제프리(Ray Jeffery) 저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서 유래했다.

셉테드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여 범행을 어렵게 만들어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그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셉테드를 통해 범죄 예방에 많은 효과를 거둬왔다. 셉테드는 제인 제이콥스가 1961년 그녀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도시 재개발에 따른 범죄문제의 해법을 도시설계 방법을 통해 제안함으로서 시작되었다. 이후 1970년대 미국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학교 등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해양부는 공원 조성을 계획할 때 범죄예방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공원 범죄예방 안전기준을 의무화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2012년 9월 10일에 입법예고했다. 당시 개정안에는 ‘셉테드’(CPTED)를 고려한 공원 설계를 새롭게 포함하였다. 이것이 도시공원에 범죄예방을 위한 첫 제도적인 시도였으며 현재 ‘도시공원·녹지의 유형별 세부기준 등에 관한 지침’ 속에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공원의 계획·조성·유지관리 기준’으로 명시되어있다.

CCTV는 ‘범죄는 물론 안전사고의 예방과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지역안전 핵심 인프라’로서 공원의 입구 등 감시의 기능이 필요한 위치와 공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 시키는데 설치하고, 야간활용을 위하여 조명도 함께 설치한다. 조명의 경우는 도시공원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게 배치에 유의해야하고 적정한 조도를 유지하여 이용자들의 안전감을 높여야한다. 산책로 주변에는 유도등을 설치하고 조명시설이 수목이나 시설물에 가리지 않도록 배치해야 하며 공원입구, 통로, 주차장, 표지판, 주요활동구역에는 야간에도 보일 수 있도록 충분한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앞으로 CCTV 설치 시에는 범죄통계분석을 통해 지역의 치안상황을 고려함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범죄예방을 위한 ‘협업치안’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감안하여 설치장소를 선정‘ 하겠다고 한다.

셉테드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도시계획분야에서는 활발하게 도입하여 근린이나 도시계획 단위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공공공간인 도시공원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여러 번의 공원설계 심의에 참가하여 설계자에게 셉테드의 개념을 질문해본 결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조경설계 담당자는 드물었다. 공원에서의 범죄예방은 온전히 경찰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린이공원을 4곳을 대상으로 2013년 셉테드에 관한 기초적인 연구를 조경의 관점에서 시도하였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기존의 공원을 재정비할 경우 범죄예방을 위해서 다음의 사항을 조경설계 시 고려해야 할 것을 제시하였다.

먼저, 공원 주변부 울타리 식재의 경우 관목은 수고 1~1.5m, 교목일 경우 지하고가 1.8m 이상의 수목을 식재하여 시야확보를 통한 ‘자연적 감시’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공원 내에 CCTV를 설치하여 기계적 감시를 강화하고, 경고문 부착, 관리사무소 설치 등을 통하여 범죄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접근통제’가 이루어져야한다. 셋째, 공원 경계에 설치하는 담장은 투시형으로 설치하고, 높이는 1.5~1.8m로 하고 산울타리를 식재할 경우 수고를 1~1,5m로 제한한다. 넷째, 공원안내판은 주출입구의 잘 보이는 곳에 크게 설치하며, 공원 이용준수사항, 공원이용시간, 금지사항 등의 내용을 기재한다. 다섯째, 공원 내·외부의 환경 정비를 철저히 하여 공원이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공원 주변을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여 차량으로 인함 내부 감시차단을 방지하고, 건물, 시설물, 수목 등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원 내의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며, 훼손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보수와 교체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셉테드의 관점에서 식재설계 시 논란이 되는 공원 내 풍부한 ‘수목의 양’의 확보가 중요한지 아니면 수목의 양보다는 공원에서의 자연적 감시를 위한 ‘시야확보’ 정도의 수목이면 충분하지에 대해 필자가 다른 조사를 하였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53%가 공원 내 자연적 감시를 위한 시야확보 할 정도의 수목이면 좋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공원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는 도시의 고밀도 개발로 인하여 도시공원은 도시의 허파 혹은 오아시스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수목을 밀식하여 대구의 2.28기념중앙공원과 같이 작은 숲처럼 설계하려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전통적인 식재설계방식은 조경의 관점에 도시미관 향상이나 주민들의 정서 함양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범죄예방관점에서는 범죄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다수의 셉테드 관련 연구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공원설계 시 도시열섬이나 미세먼지저감 등과 같은 도시환경을 위해 수목의 양을 우선으로 고려할지 아니면 범죄의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적 감시를 위한 시야확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지 조경계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가져야 할 것이다.

1965년 빈번한 강도사건과 반달리즘 등으로 황폐해진 뉴욕의 도시공원을 시민을 위한 생활의 중심지로 바꾸어 뉴욕의 도시생활에 ‘도시공원’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추가시킨 사람이 당시 도시공원국장이었던 톰 호빙(Tom Hoving)이었다. 그가 뉴욕시의 도시공원을 전면 개혁할 때 새겨들었던 말은 ‘(공원에서)가장 좋은 치안유지방법은 도시민이 공원을 자주 많이 이용하는 것’이라는 제인 제이콥스의 충고였다.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조경이 만든 도시공원에 가서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낮과 밤으로 살펴야 한다. 우리의 디자인으로 만든 ‘상품’인 도시공원이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잘 소비되고 주민생활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공원 상품’을 제공한 회사는 책임을 지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그 회사는 ‘주식회사 조경’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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