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문분야나 그 분야의 블루오션은 전통적인 분야의 울타리 안에서는 찾을 수 없고 새로운 융합지식을 활용한 분야를 찾아나서야 발견 될 수 있다”
인접분야와의 융합을 통한 조경 분야의 역할과 영역, 중요성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 16인이 함께 집필한 ‘키워드로 만나는 조경’이 바로 그 책이다.
양 교수가 35년 교직생활을 마치게 되면서, 제자들이 그의 정년 기념으로 공동 저술한 이 책은 크게 ▲자연·생태 ▲도시 ▲마을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4가지 카테고리는 평범하고 큰 주제들이겠지만, 그 안에 실린 세부 주제들은 전통적인 조경분야에서는 등한시했던 이슈들을 담아냈다.
양 교수는 “근래 들어 학문의 경향이 융합 학문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며 “융합의 시대에는 조경도 좁게 보아서는 안 되고 조경과 연관을 갖는 인접 학문과의 융합적 접근 및 지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1장 ‘자연·생태’에는 인간이 태초부터 접하면서 살아왔던 자연이라 할 수 있는 숲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인간의 심리적 본성 중의 하나인 자연에 대한 향수와 자연과의 교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도보탐방로’에 대한 구성요소와 유형, 더 나아가 탐방로의 조성원칙과 그로 인한 효과를 고찰해 지속가능한 탐방로 조성을 위한 제언과 함께 조경분야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인공습지를 이용한 수질정화’의 개념 및 유형, 국내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장은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며, 인간 생활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삶의 공간인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도시환경의 질은 도시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경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따른 도시 물관리가 중요해 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조경에서 다룰 수 있는 ‘도시물관리 방안’ 역시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도시의 바람 즉 빌딩풍의 문제를 제시하면서 빌딩풍이 도시의 미기후를 변화시키면서 나타나는 현상, 시기와 예측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와 함께 세 번째 장에서는 ‘농촌 마을’을 주제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종합개발사업을 위한 정책방향 중 하나인 친환경 농촌마을계획, 농촌관광 등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농촌은 전통경관의 모체이기도 하며 인간이 지혜를 가지고 자연을 이용해 왔던 현장이다. 또한 국토의 면적 중 산림 면적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농촌을 무시하고 국토를 다룰 수 없으므로 조경분야에서도 농촌경관과 농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역사’ 즉 전통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조경은 일본조경의 원류인데도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전통조경의 특징이 제대로 규명되거나 정립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통조경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시문을 통한 별서명승, 한국과 조경의 조경식물 선택 및 배식, 전통도시 조성방법의 지혜 등의 내용을 책 속에 담아냈다.
양병이 교수는 “근대적인 조경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가 39년이 흘렀다. 그동안 조경학의 학문적 동향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조경분야의 새로운 이슈와 흐름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며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서로 연관 없는 듯이 보이기는 하지만 조경이라는 분야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순수한 의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책의 공동 집필자인 16명의 제자는 ▲박종구 동국대 교수 ▲김기원 국민대 교수 ▲정휘 환경계획컨설팅 (주)이룸 대표 ▲이관규 강원대 교수 ▲양홍모 한국조경학회장·전남대 교수 ▲계기석 안양대 교수 ▲최일홍 (주)디자인파크개발 부사장 ▲한영해 에코아르케 생태도시건축연구소장 ▲이규석 성균관대 교수 ▲장병관 대구대 교수 ▲문석기 청주대 교수 ▲송병화 우송정보대학 교수 ▲강신겸 전남대 교수 ▲이재근 상명대 교수 ▲박경자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전영옥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소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