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칼럼에 이어)
쿠니타치시의 경관권 소송에서 승소를 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요새 ‘창조적 도시’로 많이 알려진 가나자와시에서 1968년에 ‘전통환경보존조례’라는 자주조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자주조례’란 상위법에 근거조항이 없이 만들어진 조례로써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이와는 달리 상위법에 근거조항을 두고 만들어진 조례를 ‘위임조례’라 하는데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1962년 동경올림픽으로 인해 일본 전국에 불어 닥친 리조트개발 붐의 여파가 전쟁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가나자와시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건조물에 의한 역사적인 환경을 형성하고 있던 가로에 콘크리트 맨션 건축물이 덧니처럼 마을 곳곳에 삐죽삐죽 올라오게 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역사적인 분위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에 요구하여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창조적인 도시라 일컬어질 만하지 않은가.

이후, 쿠라시키시 전통미관보존조례가 만들어지게 되고, 교토시 시가지경관조례, 고베시 도시경관조례와 같이 도시경관, 역사경관을 그 대상으로 하는 조례가 만들어졌다.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지자체 내의 모든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마찌즈쿠리조례로 조례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렇게 경관을 대상으로 하는 조례는 2004년에 경관법이 제정될 즈음에 약 500여개의 지자체에서 제정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체 지자체 수는 약 3000여개인데, 1/6 정도의 지자체가 경관조례를 수립하고 있었으니 엄청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OECD, 대일본 도시정책 권고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1999년에 행해진 국제기구 OECD의 대일본 도시정책권고이다. 그 내용 중에서 도시디자인의 질은 도시의 매력뿐만 아니라 도시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이를 위한 기존 규제체제를 재구축하고 적절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경관법이 제정되기 한 해 전인 2003년 7월 11일에 결국 국토교통성에서 ‘아름다운 나라만들기 정책 대강’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어서 7월 31일에는 관광입국관계 각료회의에서 ‘관광입국행동계획’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 정책은 서로 ‘경관’에 관한 표현을 규정하여 서로 맞물려 시행되도록 해놓았다(관광 觀光이라는 한자어와 대부분의 관광지가 경관적으로도 우수한 곳이라는 것에 비추어보면 당연한 것이다). 뒤이어 2003년 7월과 9월에는 농림수산성에서 농촌경관에 관한 방침과 계획을 발표하였다.

경관법을 둘러싼 사회·정책적 흐름
경관법을 제정하는 2004년 전후에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그 신호탄이 버블경제에 의한 경제침제였다. 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부야 등 동경의 부도심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러한 부도심을 활성화 하는 ‘도시재생’에 관한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01년 5월에 내각에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기에 이른다. 이듬해인 2002년 4월 5일에는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고, 8일에는 전국도시재생을 위한 긴급조치가 발표된다. 같은 해 7월 24일엔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 지정 정령 및 지역정비방침이 발표된다. 쿠니타치시 경관권 승소 판결이 있던 2003년 12월 18일에 구조개혁특별구역법이 제정되었다.(후에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기인 2004년 3월에 재정경제부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을 만드는 모태가 되었다.)

6월에는 문화청(우리나라의 문화재청과 같은 정부기구)에서 ‘농림수산업에 관련한 문화적 경관의 보호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였고, 이어 7월에는 농림수산성에서 ‘아름다운 농산어촌만들기를 향하여’를 발표하였다.(며칠 뒤엔 위에 서술한 것처럼 ‘아름다운 나라만들기 정책대강’과 ‘관광입국행동계획’이 발표된다.) 9월에는 농림수산성에서 ‘물과 녹(綠)의 아름다운 마을(里) 계획 21’을 발표하게 되고, 12월에는 내각부 사회자본정비심의회에서 도시재생비젼을 발표하였다.

경관법 제정이 가까워 지면서, 2003년 12월 15일에는 ‘경관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고, 24일에는 국토교통성에서 ‘경관녹삼법(景觀綠三法)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끝에 드디어 2004년 2월 9일, 국토교통성에서 ‘경관법안’을 발표하게 된다. 뒤이어 5월에는 문화청에서 ‘문화적 경관’을 문화재보호대상의 하나로 추가하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였고, 결국 6월 18일에 경관에 관한 법률이 ‘경관법’이라는 이름으로 공포되게 된다. 조속한 시행을 위해서 6개월 뒤인 12월 17일에 경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동시에 공포하게 되었다.

 

▲ 쿠니타치시 경관권 소송 대상이 된 맨션의 모습(2003년 6월 27일 필자 촬영) ⓒ 오민근, 2003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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