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는 지난달 20일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지정, 승인된 것을 기념하여 지난 6일 창의도시 지정 선포식을 가졌다.  ⓒ 오민근

지난 호에서 약속한대로, 이번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유네스코 Creative Cities Network(이하 UCCN,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는 ‘창의도시네트워크’라 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프롤로그를 마치고자 한다.

7월 20일에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이천시가 UCCN의 디자인(가입도시 : 몬트리올, 베를린, 부에노스 아이레스, 고베, 나고야, 선전, 샹하이)과 공예 및 민속예술(가입도시 : 산타패, 아스완, 가나자와) 분야로 한국 최초로 가입된 의미있는 날이다.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은 지난 8월 1일에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와 경관
이번 UCCN 가입에서의 큰 의미는, 서울특별시와 같은 대도시의 가입보다도, 인구 20만에 불과한 지방중소도시인 이천시가 가입되었다는 것이다. 이천시는 도자(陶瓷)와 관련한 도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이번 가입에는 다른 것보다도 전문적인 도자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현재 이천시의 담당공무원은 UCCN 가입에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다른 지자체들로부터 많은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함).

유네스코 홈페이지에서는 UCCN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2004년 10월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문화발전의 핵심적 요소인 창의성에 주목하고,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 육성 및 도시간 비경쟁적 협력과 발전경험의 공유를 통해 회원국 도시들의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고 궁극적으로는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의 증진 및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다」

UCCN은 문학, 영상, 음악, 공예 및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미식(美食)의 7개 부문으로 나누어 도시를 선정하는데, 각 부문별로 선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기준 중에는 ‘디자인과 건조물 환경(건축, 도시계획, 공공공간, 기념물, 교통 등)으로 충만한 문화적 경관’이 있다. 즉 창조성을 잘 담아내고, 혹은 잘 발현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풍경
세계유산은 2010년 8월 현재 전 세계 151개국의 911점이 등재되어 있다. 그중에서 문화유산이 704점, 자연유산 180점, 복합유산이 27점이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자연유산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8월 현재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은 187개국이다.

이번에 역사마을인 하회와 양동이 추가로 등재되면서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0곳이 되었다. 그 중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회와 양동마을을 제외하면, 모두 하나의 개체로서의 문화유산으로 간주하여 등재한 것임을 또한 알 수 있다. 즉, 면(面)적인 차원에서 등재된 것은 하회와 양동마을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종묘, 창덕궁, 경복궁, 수원화성 주변은 세계유산에 걸맞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 4대문 안은 조선왕조의 정도(定都) 600년이라는 역사가 존재하는 곳임에도, 각종 개발 등으로 그 자취는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적어도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4대문 안과 밖을 중심으로 하는 2원적 체제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06년에 발표된 서울 4대문안을 유네스코 세계역사도시로 등재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서울의 역사문화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다 나은 단계로 도시를 가꾸려면
적어도 우리가 사는 공간을 보다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떠한 소프트웨어를 담아내어 서로 어우러져 좋은 공간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입도시 뿐만 아니라, UCCN 가입도시들을 보아도 아시아지역의 도시는 얼마 되지 않는다(UCCN의 경우 전체 25개 도시 중 아시아도시는 8개). 지역적 안배를 하여 가입이 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시아의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이번 UCCN 가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대개의 기초지자체가 그렇듯이, 서울시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이천시 스스로 독자적으로 노력하여 UCCN 가입을 성취했다는 사실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만드는 방법이란, 자신이 처해 있는 여건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무엇으로 발전가능한지 궁리하여, 이를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일본식 표현으로 ‘내발적 발전’이라 함). 단 두 명의 이천시 담당공무원들이 근 2년간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경관도 마찬가지로, 지역의 바탕이 되는 역사와 문화, 자연을 가지고 어떻게 지역고유의 경관을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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