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필자는 국토연구원에서 간행하는 월간 ‘국토’에 ‘일본의 경관법 제정과 그 의미’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글을 기고하게 된 이유는, 2004년 가을에 학술대회 등의 몇몇 행사에서 일본의 경관법에 대해 종종 언급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정확한 자료나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한 경우를 몇 번 보고나니, 일본의 경관법을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하여 기고하였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글이 실리고 난 후였다. 필자의 기억으로, 그 월간지가 발행된 지 1주일도 안되어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당시 경관법을 담당하고 있던 사무관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필자에게 했는데, 통화 도중에 그 사무관에게 물었다. 건설교통부에서 경관법을 왜 만드느냐고. 이유는 당시까지만 해도 건설교통부는 ‘개발’부서였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오히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더 높던 시기였다. 따라서 당연히 경관에 관한 법을 그 해가 지나가기 전에, 그것도 개발을 전담하던 건설교통부에서 만들겠다고 하였으니 필자는 의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관에 관한 계획은 도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각각의 수립지침에 의해 하나의 부문별 계획으로 수립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일선에서는 경관을 이러한 도시 관련 계획의 여러 부문 중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도시의 역사경관을 보전하거나 가로경관을 형성하거나 하는 것에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상황이었으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관법이 제정된다고 하는 사실이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건설교통부 사무관과 통화를 한 이후 필자는 ‘경관법’과 관련하여 여러 자리에서 발표 및 강연을 하게 되었다. 2005년 당시에 주로 발표를 했던 내용들은, 왜 일본이 경관법을 제정하게 되었는가, 그 법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경관을 형성하는 수단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었다. 그리고 경관을 담당하고 있던 공무원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질문을 받은 것은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경관계획을 수립하거나 경관조례를 제정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있었다.(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루기로 한다.)

일본은 왜 경관법을 만들었나

필자가 일본의 모 대학에 체재하고 있던 2002년 12월 18일 일본에서는 경관에 관한 상징적인 재판 결과가 보도됐다. 동경도내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중 쿠니타치시(国立市)의 경관권 소송에 의한 재판결과가 그것이다. 마이니치신문 2002년 2월 19일자 조간의 보도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쿠니타치시에 지어진 어느 맨션 건축물에 대한 쿠니타치 시민들이 경관침해에 관한 소송을 걸었다. 이는 동경고등재판소의 화해권고에 기초한 화해안에 대해 쿠니타치시의회에서 의장 채결로 가결되었다. 재판결과는 쿠니타치시의 아름다운 가로인 대학로에 면하여 지어진 높이 44m의 거대 맨션건축물에 대한 주민들의 소송에 대해, 동경고등재판에서 이 건축물의 20m를 초과하는 부분을 철거할 것을 명하도록 판결하였다’

이는 ‘경관’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권리’, 즉 ‘경관권’을 법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재판결과에 대해 당시 여러 매체에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경관분야에서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일본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관소송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2004년 6월 18일에는 경관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12월 17일에 시행령과 함께 본격 시행되었다. 그날은 쿠니타치시 경관재판결과가 있은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다음 호에 계속>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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