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먹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묵리다
예부터 먹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묵리다

우리는 왜 카페에 갈까?
이 단순한 물음에 깊은 생각을 해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카페인을 충전하러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장소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묵리459 카페는 이 단순한 질문에 물음표와 느낌표 하나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카페를 찾아가기 전, 묵리459라는 이름에 대한 궁금증은 내비게이션을 입력하면서 자연스레 풀렸다. 주소가 카페 이름이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459번지.
묵리는 예부터 먹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불리었다고 한다. 카페는 그 이름대로 옛 선조들의 ‘섬김’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 정신만 아니라 카페 외관의 첫인상도 묵(墨)으로 물들어 있는 수묵화 느낌이다.
직선으로 뻗어있는 건물과 그 앞에 소나무를 중앙에 두고 곡선으로 배치된 돌담이 수묵화의 단순한 미학과 닮았다. 자신을 돋보이려 애쓰지 않는 건물은 주면 자연풍광과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저 멀리 보이는 카페로 걸어들어 가면 남의 집 안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느낌이 아닌 시골 들판을 거닐 듯 부담이 없다. 코스모스와 억새가 피어난 정원을 지나면 소나무가 있는 넓은 마당이 나온다. 카페에 들어가기도 전에 앉아서 쉬고 싶은 공간이다.

묵리459 이름은 주소에서 가져왔다
묵리459 이름은 주소에서 가져왔다
묵리459. 묵(墨)으로 물든 수묵화 느낌이다
묵리459. 묵(墨)으로 물든 수묵화 느낌이다

 

먹색의 육중한 입구를 지나면 무채색의 카페 내부로 들어선다. 내부는 도심 카페와는 다르게 여유 있는 공간배치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그저 ‘멍’ 때리기 좋아보인다.
카페 공간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주문을 해서 음식을 먹는 공간과 중정으로 나뉜 카페의 또 다른 공간이다. 그 또 다른 공간은 흡사 명상의 공간처럼 보였다.

기자의 궁금함에 묵리459 대표는 “이 공간은 자연을 바라보며 차분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최대한 비워두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서 고객들이 자연을 바라보면서 차 한 잔을 즐기고, 여유와 쉼을 갖게 되는거죠”라고 알려준다.

카페에 와서 단순히 먹고 마시고 떠들다 가는 것이 아닌, 쉼을 갖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커피 내리는 소리, 모여서 떠드는 소리, 음식 나르는 소리 등등. 한 공간은 무엇인가를 채우려는 사람들의 번잡함이 느껴진다면 다른 공간은 비워진 공간 속에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보였다.
쉼의 공간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앉아 봤다. 텅 빈 공간 속,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산과 들의 자연 풍광이 정신을 맑게 해주는 기분이다. 그저 멍하니 산을 바라보니 마음이 비워지고, 진정한 쉼이란 이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채움과 비움의 공간.

카페 내 '쉼'의 공간
카페 내 '쉼'의 공간
창밖을 보며 비움의 시간을 갖자
창밖을 보며 비움의 시간을 갖자
장식을 줄이고 자연을 끌어들였다
장식을 줄이고 자연을 끌어들였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 속에서 ‘나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준 곳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의문부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들 대형화, 차별화를 들고 나오지만 정작 비슷한 이미지와 콘셉트로 머릿속에 스쳐 지날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약속의 장소이거나 머리 회전을 위한 카페인 충전소이거나 아니면 나만을 위한 오롯이 쉼을 위한 장소이거나.
도시의 쉴틈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가끔은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가 있다면 묵리459에 와보기를 추천한다. 사람을 옥죄지 않는 공간과 커다란 통창으로 보이는 자연이 일품인 곳이다.
머리가 자연으로 채워지면 그 또한 비움일 것이다.

이곳 시그니처 메뉴 '묵라떼' 그리고 치킨과 크로플로 만든 '묵리플'
이곳 시그니처 메뉴 '묵라떼' 그리고 치킨과 크로플로 만든 '묵리플'

【묵리459 이용 안내】
ㆍ주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이원로 484
ㆍ전화번호:  031-335-4590
ㆍ운영 시간: 10:00 ~ 20:00
ㆍ휴무일: 연중무휴
ㆍ가격: 묵라떼 7,000원 · 묵리플 21,000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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