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회장
정주현 회장

우리는 이러한 나름의 분야별, 영역별 자신들만의 용어를 구분하여야 하는 데 과연 그런 용어와 정의를 잘 구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적어도 조경전문가라면 이런 인접 분야와의 간섭 혹은 침범 및 업무 구별에 대한 의문과 사레를 갖고 접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어적 표현도 조경시설물은 Outdoor Furniture(Landscape Architecture), 토목구조물은 Civil Structure, 환경 조형물은 Environmental Sculpture, 건축축조물은 Building Architecture 등으로 구분하여 표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개념적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있겠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볼 소지 역시 많은 편이다.

얼핏 이 용어를 통해 이쪽 분야는 다소 작은 것 같고 저쪽은 뭔가 좀 더 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용어적 인지에서 조경시설물이나 환경조형물은 규모나 형태가 작고 토목구조물이나 건축축조물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 큰 규모와 형태를 갖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경시설물이나 환경조형물도 설계하기에 따라 상당히 크게 만들어지거나 연속적 형태로 대규모로 조성될 수도 있다. 반대로 토목구조물의 경우도 측구나 집수정 등의 작은 형태나 크기도 있으며 건축물의 경우는 대부분 그 축조물의 기능이 우선하기에 주거용이거나 물품 보관 등의 용도에 따른 공간의 크기가 비교적 큰 것이 많은 편이다. 이는 재료의 물성에 따르기도 하지만 건축물의 경우 용도가 거의 분명해지기에 내부 공간 형성이 대부분 주목적이라 일정 규모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노출 전망대나 캐노피, 대형 계단과 가벽 등의 설계를 건축가들이 주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내부 공간이 있는 건축물(지붕/벽/기둥)이 아닌 단순 구조로만 이루어질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건축물이 아닌 건축가가 만든 인공적인 공작물, 구조물, 조경적 시설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건축가의 영역은 조경, 토목, 환경 분야의 모든 분야에 무한, 무작위 확장하며 진출함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조경(전문)가가 주로 대상으로 하는 외부 공간(소위 건축의 바깥)의 조성을 위한 설계나 시공함에 있어서는 건축 분야의 간섭과 업역 침범 사례가 유독 많아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다가오고 실제로 그 사례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에 많은 공감대를 가질 것이다.

왜 건축분야, 건축가는 조경시설물, 토목구조물, 환경시설물까지 함부로 설계, 시공해도 전혀 문제가 안되고 조경, 토목, 조형 전문가는 지붕과 벽과 기둥이 있는 상황을 만들면 건축물로 규정받아 아무것도 함부로 하면 안되거나 못해야 하는가? 하더라도 건축 허가나 신고 또는 검토 자문을 받아야 하는가? 이런 현실은 건축분야가 인접분야에 대해 무한 확장하며 관련 분야를 모두 건축의 아류로 보고 그들의 법규 내에서 삽입 규정하고 간섭하며 심지어 월권적 지위까지 누리려는 횡포를 부려도 되는 것인가? 그러한 권리는 어느 분야에서 허용해주고 누구와 협의하여 허락 받은 적이 있는가? 대부분 그들 스스로의 무한한 법개정을 통해 확대 재생산 한 결과이며 허약한 인접분야의 인식 부족이거나 그런 검토 협의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본 결과일 수 있다. 물론 공작물(건축물 포함)의 안전과 위험의 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하지만 타 분야는 전혀 그런 고민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모든 것을 건축 분야에 의존하고 그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보는 건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건축 우위의 시각, 건축 주도의 건설시장, 관련 인접 분야에 대한 안하무인식 인식과 사고의 시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때다. 한때 ‘건축기본법’ 제정 시 이런 시각과 발톱을 드러낸 전력이 있기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인접 관련 분야는 정말 볼품없는 가마니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지붕과 벽체, 기둥구조로 완성된 기존 퍼걸러
지붕과 벽체, 기둥구조로 완성된 기존 퍼걸러

 

조경가가 만드는 ‘조경구조물’, ‘조경조형물’, ‘조경축조물(조경건축물)’은 안되는 법이 있는가?

건축분야는 인접 분야와의 협업을 시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불공정하고 세력화한 힘의 논리로 무한 확장하는 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지경에 있다. 조경 분야도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영역별 법 보호 체계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보니 건축 분야(특히, 행정서비스)의 조경 분야를 임의 규정하고 개정하며 마음대로 우리의 업역을 좌지우지하려고 드는 경향이 심하고 실제 그러한 행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건 우리 분야 스스로 방어력을 갖출 만큼의 세력화 및 내부 결집력이 부족하고 각자도생의 응집력 없이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 결국 무력감과 자포자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본다. 각자도생하는 전문 분야의 삶은 매우 고달프고 타 분야와의 갈등에서 이겨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조경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무모할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특히 많은 발주부처(대관 행정공무원)와 허다한 부딪힘을 반복하며 체험한 다양한 사례는 아마 조경계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자타가 공인한다. 예전에 직원으로 근무할 때 회사 대표님으로부터도 “너 제발 공무원들과 싸우지 말고 일해라!”라는 핀잔과 권고도 들었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같은 공무원들과 두 번 이상 지속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불이익(?)도 현실이 되었지만 그래도 40여 년 계속적으로 현업에서 80% 이상 대관 업무를 지속하며 지내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경력과 연륜으로 인해 비교적 오히려 대관 발주처의 예우(?)를 받으며 일하는 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관 업무의 모순과 일방적인 면을 늘 보고 있는 편이다.

 

옥상정원에 조성된 조경시설물
옥상정원에 조성된 조경시설물

 

세종시 은하수공원의 환경조형물
세종시 은하수공원의 환경조형물

최근의 간단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면서 아직도 현실의 조경 분야에 대한 무지와 무시, 함부로 대하여 침범하고 그런 경우를 전혀 의식조차 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있음에 경악한다. 내용을 보면 너무나 초보적이고 비상식적이기는 하나 사실 심각하게 대응해야 하는 사례이다. 수도권 특례시의 한 구청 일선 건축직 초보 공무원의 생각이 그대로 공문으로 행정처분이라는 것으로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자칫 이러한 사례에 대해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 또 하나의 전례가 되어 다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처분의 처리를 하는 관례가 될까 두렵다.

우선 건축법에서 정의한 건축물(법 제2조)의 선언적 정의를 자구 그대로 적용하여 조경전문가(조경기술사)가 계획, 설계, 제작, 시공한 옥상 조경의 정원 결과물 중 조경시설물을 건축물로 억지로 끌고 가서 건축물 행정절차에 적용하여 불법 증축건축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지붕과 기둥, 벽이 있으면 모두 건축물이다.’라고 법조문 그대로 자의적 해석을 통해 조경시설물로 설치되었다고 하며 여러 가지 자료로 설명을 해도 그냥 건축물로 본다는 아집스런 불통 공무원의 시각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건축물의 옥상부분은 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이다. 초등학생도 아니라고 할 것 같은 내용에 허탈하다 못해 행정관청의 조직이 이렇게 허술하게 공문을 발송할 수 있는지 조직의 내부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다. 과연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고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서 건축직 공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사례도 무척 궁금하게 하는 공무원이다.

세 번째는 국토교통부 고시 ‘조경기준’ 중에 제3조의 조경시설의 정의를 읽고 해석하는 수준 이하의 언급이다. “조경시설이란 조경과 관련한 파고라, 벤치, 환경조형물, 정원석, 휴게/여가/수경/관리 및 기타 유사한 것으로 설치되는 시설...” 이라는 문구를 기재하며 지붕과 기둥, 벽이 있는 조경시설물(전망휴게시설)을 그냥 건축물이라고 규정하고 조경시설에 해당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도대체 파고라도 지붕과 기둥, 벽(가림막) 등이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도대체 이 일선 하위 건축 공무원은 파고라의 개념이 무엇일까? 그러면 휴게와 여가, 기타 유사한 시설의 범위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건축물이라면 당연히 기본적 구조 형태를 설명하는 광의적이고 포괄적 개념을 설명하는 표현인데 일정 규모에 대한 세부 기준도 없이 그냥 건축물로 보면 그만인가? 우리 조경계, 조경분야, 조경인, 조경전문가, 단체와 학계의 무심함과 순진함과 무구한 태도와 자세, 그냥 착함 때문인가? 각자도생하는 스스로의 잘남이나 개별적인 무능함 때문일까? 아직도 이런 사례에 분노하며 스스로 자괴감에서 빠져나올 때가 되어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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