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회장
정주현 회장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생존방식으로 한국사회 시대상의 추세와 개인 가치관의 변화 등을 지칭하는 저성장/고위험 시대의 생존키워드로 ‘각자도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어설프게 조직이나 사회의 책임감에 억눌려 괴롭게 사는 것 보다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항변하며 더 이상 기존의 틀과 사회규범으로부터 벗어나야하며, 이들이 개인의 행복한 삶을 짓누를 수 없다는 논리를 사회현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 저서도 있다.

다원화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 추구를 통해 점점 사회 집단 간의 갈등도 심해져가는 것 같다. 이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모습으로 생각하며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수용하는 태도이기까지하다. 우리 조경계도 이런 시류에 충분히 적용 되어간 지 오래이다. 아니 더 빨리 적응하여 이미 각자도생 사회의 최일선, 선두에 있는 듯하다.

조경분야는 성격상 여러 공종과 공정 등을 다루는 과학과 기술, 문화와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실천적 응용학문이고 생태와 경관을 환경적 측면에서 고려하는 복합적인 건설 서비스 업역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문적 커리큘럼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방대하며 실행적 솔루션의 행보가 무척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분야도 대동소이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분야도 역시 나름 많은 단체가 있고 이러한 직무와 직능에 맞게 그들 역시 그 역할 수행에 열심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1983년 가을 서울에 입성해서 여태껏 수도권에서 조경쟁이 일을 하며 버텼으니 딱 40년째 조경계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종사하며 여러 모임과 단체에 참여하고 봉사하며 지내온 셈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상당히 많은 조경계의 사람들과 교분을 쌓고 어느 정도 마당발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런 내공(?)에 의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2번의 단체장(조경사회 회장,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역임할 수 있는 영광이 있었고 지금도 최근에 직접 창립하고 법인등록까지 주도한 (사)한국정원문화협회의 초대 회장을 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이력과 행태를 설명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각자도생사회”의 기조에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경업계의 각자도생 분위기로 인해 급격히 침잠해버린 조경계의 현실은 매우 참담하기 그지없다는 개인적 판단이 오래전부터 들었기에 그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각종 모임이나 공식적인 자리, 또는 SNS 등을 통해 조경계의 각자도생 분위기 심화에 대한 우려와 각성을 토로해왔었고 특히 후학들이나 후배들에게 그 심각성을 자주 언급해왔었다.

정말 우린 각자의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만 모인 곳인가? 또 그렇게 사회 분위기에 발맞추어 각자도생의 삶을 누구보다 재빠르게 앞장서서 선도해나가도 되는 분야인가? 한 번 반문해보고자 한다. 진짜 우리 분야의 각종 모임이나 단체의 기능과 역할이 형편없고 그간의 활동이 무의미했고 조경계의 발전에 기여함이 많이 부족하고 성과가 없었는가?

요즘 점점 더 걱정되고 우려되는 생각은 잘못하다가는 우리 조경분야가 독단적인 전문기술분야로서의 존재감이 무력화되어 기능직종으로 전락하게 될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는 전문성이 뛰어나고 개인적 기량과 역량이 훌륭하여 타 분야나 인접분야의 인정을 받고 그들을 리드하며 우리의 업역과 학문적 독자성을 뚜렷이 유지해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작금의 현실은 인접분야의 업역 침범을 넘어 침탈의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고 호시탐탐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수시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학제적 융복합도 시대적 요청이고 그 수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조경분야의 독자적 정체성의 유지와 계승 발전적 이행은 우리가 해야 할 책무이고 권리의 확보 내지는 확장이 필연적일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부적 압력과 무리한 시도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적 수단을 강구하고 보유하여야 할 것이다.

조경인 개개인이 그러한 사례들을 대응하고 반응하기에는 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함은 자명하다. 그래서 그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그 기능에 대해 냉소적이었다 하더라도 조경관련 모임과 형식적 틀인 각종 단체(재단, 학회, 협회, 협의회, 위원회 등)의 존재감은 매우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이들의 최소한의 역할만 기대하더라도 대관 업무를 수행하고 각종 법제도의 마련, 타 분야와의 관계 정립 및 대응 등에서 매우 능동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서 존재가치는 분명하다하겠다.

다른 분야들도 각자도생의 사회 분위기를 탄다고 해도 이런 단체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 활동을 견고히 하려고 노력한다. 또 그들은 충분히 연륜적으로 규모적으로 재정적으로 우리의 형편보다 훨씬 우월한 부분이 많다. 우리는 아직 각자도생의 시장 추세에 발맞추어도 될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 더욱 똘똘 뭉쳐서 단합된 힘과 이슈를 가지고 대범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위기는 우리 조경계의 이니셔티브를 쥐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시대적 이슈이고 문제이며 그 솔루션을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키워드이다. 녹지의 조성과 회복만이 가장 가성비 좋고 미래세대를 위한 최고최선의 선택이며 해야 할 우선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 선점과 국민 홍보와 대관 설득 등의 정치력의 발휘는 뛰어난 기량의 조경인 개개인이 하는 것보다 단체의 역량강화를 통해 시도해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다.

우리 조경계의 오래된 관행과 버릇이 되어버린 듯 한 관련단체의 무관심과 활력 없는 활동을 계속 그대로 좌시해서는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조경인들의 각자도생이 팽배한 현 상황은 우리 스스로의 인식 부족이고 습관성 행태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조경계의 권익과 발전은 각자도생의 길을 통하여 얻는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으로 시작되어 참여하고 발언하며 십시일반 협력하는 분위기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으로 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하며 그 역할이 와해될 때는 인접 타 분야에게 우리의 업역을 잠식당하고 부속화 되어 결국 대부분 전문기술을 가진 원청업자의 대우에서 하도급 내지는 기능직 역할로 전락해버리는 예기치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각 단체와 모임의 리더와 집행부들은 더욱 대오각성하여 작금의 각자도생 분위기 타파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며 무엇보다 숟가락만 들고 있는 조경인들이 아닌 밥상을 차리는 과정에 기여하여 보람을 찾는 조경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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