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 박사
김현옥 박사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작년 10월 1차 시험발사와는 다르게 이번 2차 시험발사에서는 실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여 운영할 수 있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외 발사 서비스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인공위성 개발과 운영에 제한이 많았다. 참고로 아리랑 6호 위성은 다 만들어 놓고도 1년 넘게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누리호의 성공은 기술을 발전시켜 더 먼 달이나 화성까지도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과학계에나 중요한 일 아니냐고 나랑은 상관없다고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누리호에 사람을 태우고 우주로 갈 수 있다면?

나의 초등학교 시절 소원은 비행기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거였다. 친척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다 주셨다는 초콜릿과 지우개 달린 연필을 자랑하는 친구가 부러웠고 그곳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는 출장이나 사업 목적으로나 갈 수 있는 것이어서 세계여행이란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초반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어느덧 우리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이런저런 제약사항이 많아지긴 했으나 마음만 먹으면 당장 주말을 이용해 인근 일본이나 중국은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세상이다. 우주여행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 엑스는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고, 언젠가는 우주여행도 일상이 되는 날이 꼭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여행뿐 아니라 정착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폴로 미션이 냉전시대 체계경쟁의 일환으로 달에 착륙해서 깃발을 꽂고 돌아온 성공적인 탐험 여행이었다면 이제 인류는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더 먼 화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지로 삼으려고 한다. 한 나라가 기술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달의 희귀 자원을 채굴하여 인류의 경제와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인구의 대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지구라는 행성을 넘어 우주 속 다른 행성, 즉 다중행성종(multi-planitary species)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 엑스의 일런 머스크는 2016년 세계우주대회(IAC)에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성이 2050년까지 인구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중국도 탐사선과 착륙선을 보내며 인류의 다음 정주지로서 화성을 선점하려는 국가간 탐색전에 가담하고 있다.

태어난 지역이나 출신 국가를 넘어 같은 지구촌에 사는 지구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걱정은 기후위기 상황이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는 해양과 육지에서 수증기의 이동과 분포를 왜곡시켜 기후 양극화를 가속화시킨다. 건조한 지역은 강수량이 더욱 줄어들어 가뭄에 시달리고, 습윤한 지역은 강수량이 더 늘어 홍수 피해가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이 더 자주 발생하는데 해가 갈수록 강도는 더 세지고 강수량은 더 많아진다. 이런 기상이변으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는 점점 커져서 이제는 정치적 갈등으로 발생하는 난민보다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난민의 수가 더 많다.

팬데믹도 문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파급력은 어느새 64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 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고, 우리의 일상에도 파고들어 전통적인 가치와 문화, 인간관계 등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으며, 방역을 위해 소비하는 일회용 마스크와 플라스틱 포장재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하던 환경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2021년 11월에 발표된 영국 가디언의 인용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193개국에서 84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증가했는데 인구가 가장 많고 개인들의 마스크 착용이 가장 성실했던 아시아가 46%를 차지한다 (유럽 24%, 남미 16%, 아프리카 8%, 북미 6%).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바다로 유입된 양이 약 26,000톤, 2층 버스 2,000대를 가득 채우는 양이라고 한다. 문제는 증가된 플라스틱 소비의 88%가 병원에서 소비된 의료폐기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해양오염 문제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에서 공급받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유럽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하는데 합의했고, 청정에너지 중심의 기후정책을 강조하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동순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을 당부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체면만 구겼다. 유가안정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고 보니 지구상엔 온통 우울한 얘기뿐인 것 같다. 가장 원기왕성해야 할 MZ세대가 기후위기가 더욱 악화될 미래와 좀처럼 종식될 것 같지 않은 코로나에 대한 불안으로 지금까지 그 어떤 세대보다 우울증을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 국가에 특히 악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경고에 마음이 쓰인다. 그런데 우울감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야외활동이라고 한다. 좁은 실내를 벗어나 공원이나 산, 바다로 나가 자연을 접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고 오감이 자극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럴 때 새로운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는 영감을 얻고 싶을 때마다 산책에 나섰다고 한다. 이제 곧 휴가철이 시작된다. 바쁜 일상을 벗어난 휴식의 장소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구인으로서 나의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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