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현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3월 신학기가 시작되고 과학의 달 4월이 되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진로 탐색을 위한 과학강연 요청이 많아진다. 작년 10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첫 번째 시험발사 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처럼 대덕연구단지 내에서도 내가 일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특히 인기가 많다.

발사체 분야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강연을 하게 될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목표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한다.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명시된 국가 우주개발의 목표는 ‘도전적이고 신뢰성 있는 우주개발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개발의 상징이 된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와 우리 삶의 질 향상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나로호와 누리호는 로켓이고, 로켓의 주요임무는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인공위성은 방송, 통신, 항법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그중에서도 지구궤도를 돌며 지구의 대기 정보나 고해상도 사진을 찍어 전송해 주는 인공위성을 지구관측 위성이라고 한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굳이 우주까지 가서 지구 데이터를 얻는 이유는 기후위기나 팬데믹처럼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연결되어 있어서 지구생태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의 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해야 할 17개의 목표와 169개 실천지표를 제시하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는 자연환경은 물론 빈곤 해결과 안전, 복지, 평등, 다양성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이다. 이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파악해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그 이행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지구관측 인공위성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주기적인 데이터 획득을 통해 재난위험을 감시하고 국토 및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에 도움을 주는 지구관측은 그런 의미에서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신뢰성 있는’이라는 선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세계의 안보를 위협할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위성데이터를 이용한 산불, 홍수 등의 피해지역 분석, 농업 작황 모니터링, 토지피복도 갱신, 기후 및 환경 변화의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원격탐사가 활용되는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강의를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아이들은 내가 무슨 전공, 어떤 학과를 나왔는지 궁금해 한다. 그런데 조경학과라고 하면 다소 낯설어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보면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에도 조경학과라고 하면 정원관리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우리가 조경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가장 흔한 계기가 도시 외곽의 OO조경이라는 간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조경, 즉 경관을 조성한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며 공학적으로 잘 시공되어서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그 지역과 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상지의 역사와 장소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부터 현장조사, 설계, 시공, 관리에 이르기까지 포괄하는 범위가 넓었고, 전공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도 수목학, 환경생태학, 토양학, 동서양 정원사, 미학, 환경심리학, 공간계획, 설계기법, 공간정보 등등 참으로 다양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조경이 종합학문이라는 말이 잘 실감나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원격탐사를 전공으로 항공우주 분야에서 일하는 지금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구관측 원격탐사란 지구에서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인공위성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지표에서 반사된 태양의 빛에너지를 촬영하는 공학기술이지만 결국에는 인간이 변화시키는 자연환경과 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조경은 오픈 스페이스를 다룬다. 그 오픈 스페이스는 건물 밖 작은 정원일 수도 있지만 도시와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 또는 더 나아가서 우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우주개발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그리고 조경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리고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앞서 달 궤도를 탐사했던 아폴로 8호에서 달 위로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Earth Rise)을 지켜보았던 우주비행사 림 로벨의 감상도 음미해 보자.

“이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는 그저 작은 행성 중의 하나지만, 동시에 그 작은 행성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태양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중력을 가질 만큼의 적당한 크기로, 물과 공기가 있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그 작은 별은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무대이며, 연극의 결말은 인간에게 달려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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