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신잡] 오동나무와 로즈우드 소동
[고정희 신잡] 오동나무와 로즈우드 소동
  • 고정희 박사
  • 승인 2020.08.03
  • 호수 5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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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hi Go’s Column
고정희 박사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Landscape Times] 어려서 들은 이야기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옛날에 딸이 태어나면 마당에 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 딸이 시집갈 때 그것으로 장을 짜 주었다는 얘기다. 그때만 해도 나는 오동나무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대학 시절, 순천 송광사에 찾아갔다가 그 뒷산에서 오동나무를 처음 보았다. 산길 양옆에 두 그루가 서서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만나 길동무를 해 주셨던 어느 ‘보살님’께서 가르쳐 주어 알았다. 아~ 오동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였구나. 그런데 저것으로 과연장을 짤 수 있나? 걱정스러웠다. 하긴 옛날 우리는 가구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다. 단출하였기에 오동나무 한 그루로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거대한 옷장이며 침대, 식탁, 의자, 책장, 각종 장식장에 응접실 가구까지 다 갖추어 보내려면 오동나무 숲을 조성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선 요즘 아프리카 산 붉은 로즈우드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그러기 위해서 불법으로 엄청난 양의 목재를 수입하고 있다.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중국이 마다가스카르의 로즈우드를 동내고 있다.”, “중국이 나이지리아의 로즈우드를 동내고 있다.”는 등의 소식이 들려왔었다. 2017년에는 급기야 워싱턴 협약(CITES)에 로즈우드를 집어넣었다. 워싱턴 협약이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을 말한다. 당장 멸종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으나 국제 거래가 너무 심해 그대로 두면 멸종될 것이라 여겨 로즈우드를 1급 목록에 올린 것이 다. 그러나 워싱턴 협약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거래를 완전히 금하는 것이 아니라 반출 및 반입 허가서를 요구하는 데 그친다. 그까짓 허가서 정도 받아 내는 것은 중국 무역상들에겐 문제도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문제를 크게 이슈화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발 빠르게 움직여 무대를 세네갈과 감비아로 옮겼다. 요즘은 그곳의 로즈우드 숲을 절단 내고 있는 중이다. 감비아에만 약 200여의 중국 목재중개상이 나와 있다고한다. 엊그제 이곳 신문에서 지면 하나 가득 폭로 기사가 실렸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2020년 초까지 감비아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목재가 무려 육십만 톤이라고 한다. 이를 금전으로 환산하면 3억 달러, 잘려나간 나무의 숫자로 따지면 약 백만 그루에 해당한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감비아에서 자기들 나무를 수출한 것이 아니라 이웃 나라 세네갈에서 도벌해서 판다는 사실이다. 세네갈 남부 카자망스 지방의 비옥한 땅에 거대한 로즈우드 숲이 있는데 감비아와 면하고 있어서 국경이랄 것도 없으므로 마음대로 들고 날며 나무를 잘라실어간다고 한다. 물론 양쪽 국가에서 상부상조한다. 감비아에 항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중국 수입상들이 고위 관리에게 직접 선을 대기 때문에 수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로즈우드는 달베르기아(Dalbergia) 속의 아주 단단한 열대교목이다. 속살이 붉은 것이 특징인데 적도를 빙 돌아 지구 전체의 더운 나라에서만 자란다. 지역마다 종이 다르지만, 국제적으로는 로즈우드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며 원산지를 구분하기 위해 앞에 국가 이름을 붙인다. 달베르기아가 왜 로즈우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프랑스인들이 마다가스카르 점령하고 보니 속이 빨간나무가 있어서 이를 장미목(bois derose)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 중미를 점령한 스페인 사람들은 같은 속의 나무를 팔로산토(palo santo), 즉 성스러운 나무라고 불렀다. 나무껍질에 흠집을 내면 핏빛의 액이 흐르는데 이것으로 옷감에 물을 들이는 것이 본래 쓰임새였다고 한다. 나뭇잎이 향기로워서 가축이 먹었고 뿌리로는 여러 상비약을 만들었다.

또 나무가 단단하여 악기 제조에 적합하기에 기타와 관악기 등을 만드는데 썼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자기들의 빨간 나무를 다 쓰고 나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까지는 그랬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그와 더불어 빨간 가구에 대한 수요도 폭발했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로즈우드를 수입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스물다섯 그루를 베어 팔면 농가의 일 년 수입에 맞먹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이 도끼를 들고 몰래 숲으로 들어가는 것도 탓하기 어렵다. 수백 년 동안 마음대로 착취하고 나서 이제 와 로즈우드 숲을 지키라는 서구 사회의 요구가 시답지 않게 들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생존 기반을 갉아먹더라도 당장 몇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로즈우드가 큰돈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횡재인 셈이다. 그렇다고 14억 중국인들의 수요가 다 채워질 때까지 맥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주화 운동은 잘도 막아 내는 중국 정부에서 국제적인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로즈우드 수입을 왜 통제 못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마다가스카르, 세네갈 등지에서는 한때 깊은 숲이었던 곳이 순식간에 황야로 변했고 가축들이 먹을것이 없어 굶고 있다. 젊은이들이 숲에서 나무를 베는 동안 여태 숲에 기대어 살던 늙은 농부들은 왜 비가 안오시는지 모르겠다며 하늘만 바라본다. 그 숲에 살던 야생동물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살 곳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고 편집부에 보내기전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 왔다. 이곳에서 가야금 연주 활동을 하는 분을만나 <글 낭독회와 가야금 연주 콜라보 작전>을 짰다. 가야금에 대해 설명을 듣는데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가야금은 무슨 나무로 만드나요?”

“오동나무요.”

[한국조경신문]

 

고정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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