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박람회가 끝나고 난 뒤
[조경시대] 박람회가 끝나고 난 뒤
  • 노환기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6.13
  • 호수 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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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기 (사)한국조경협회장/ (주)조경설계 비욘드 대표
노환기 (사)한국조경협회장/
(주)조경설계 비욘드 대표

[Landscape Times] 조경박람회가 올해 5월에도 코엑스 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 매년 개최되는 행사지만 경기의 여파와 분위기로 인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는데 그래도 소소한 성과를 이룰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박람회의 사전적 의미는 온갖 물품을 전시, 진열하고 판매, 선전, 우열 심사 등을 하여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 진흥을 꾀하기 위해 여는 전람회를 일컫는다.

근대 산업사회의 기능에서 어울릴 것 같은 명칭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게 의아하지만 우리에겐 친숙한 조경사의 한부분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1851년 당시 세계최초로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되었던 제1회 만국박람회는 당초 장소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공모전에 200개가 넘는 설계안이 제출됐지만 당선작이 없었다. 벽돌 건물을 세우려던 애초의 계획은 접어야 했다. 교통 혼잡과 자연 훼손 등 문제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건축에 소요되는 1900만 장의 벽돌을 구울 시간이 없었다. 그때 데본셔 공작의 책임 정원사로 일하던 조경전문가 조셉 팩스턴(Sir J. Paxton)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규격화된 판유리로 초대형 온실을 건축해 박람회를 유치한 후 해체하자는 제안이었다. 유리는 비용과 제작 시간 면에서 탁월한 제안이었고 이 제안은 즉각 수용됐다.

총 9만 2000㎡에 달하는 하이드파크 공원 부지에 길이 564m, 최고 높이 33m, 넓이 124m의 거대한 건축물 수정궁 즉, 크리스탈 팰리스가 들어섰다. 4500t의 주철을 사용한 3300개의 기둥과 29만 3655장의 판유리로 조립된 건물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세인트폴 대성당이 35년 만에 완공되었다면 수정궁은 성당보다 3배나 컸지만 불과 7개월 만에 완공됐다. 석재나 벽돌을 전혀 쓰지 않고 유리와 철제 빔만으로 지어진 당시 최신 건축 기술의 표본과도 같은 건물이었다. 이 때 일했던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1905년 축구단을 창단해 '크리스탈 팰리스' 라는 이름을 붙였고 팀 애칭은 유리 세공일을 하던 노동자들의 이름을 따 유리세공사(Glaziers)로 불렀다. 팀 엠블럼에는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옛 수정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현대 건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커튼월(curtain wall)과 거장 미스 반 데 로에 (ludiwig mies van der rohe)보다 한세기 전에 조경가인 조셉 팩스턴의 아이디어가 수용되고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

다시 박람회 얘기로 돌아가서 박람회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exhibition, fair 등이 혼용되고 있으나 정확한 의미로 fair는 주로 상업을 목적이나 지역적으로 제한된 무역박람회를 나타내고 exhibition은 국제적인 박람회를 지칭하는데 사용이 된다. 국제박람회는 많은 국가가 참여하여 자국의 다양한 산업, 무역, 과학, 예술 등을 전시하는 비상업적인 전시회인 반면, 무역박람회는 상업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개별업체가 참가하여 업체의 상품이나 기술을 전시하고 1주 내외의 짧은 기간에 개최한다. 그러므로 조경박람회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조경계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는 중앙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차원과 공사발주금액의 절감을 위하여 지급자재 도입을 대량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재업계에서 홍보에 대한 필요성이 전보다는 덜 느껴진 듯한 상황과 경기침체로 인한 업계의 부담으로 인해 많은 대형업체들이 이번 박람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트렌드 따라 정원관련 중소업체들과 공구업체들의 부스가 늘어난게 현실이다. 조경이 아닌 정원으로 주도권이 바뀌는 듯한 양상에 조경계의 시각이 서울 강남중심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대한 중요도를 놓치는게 아닐까라는 자조감이 든다. 올해 박람회의 방문객을 살펴 본 바로는 과거 노년층의 회유식 방문이 아닌 경제적으로 여유를 지닌 중장년층의 목적성 방문이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조경협회 부스에 와서 적극적인 질문과 예상하지 못한 현장에서 회원 가입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협회에서 주관한 프로그램인 “꽃길사이 팟캐스트 진행자와 함께 하는 토크쇼”(주제:젊은 정원 디자이너와의 만남)와 “조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거침없는 질문과 토론으로 자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첼시란 단어가 너무나 쉽게 나오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또 한 정보화고교생들과 대학교 조경전공자들을 위한 “꽃길로 걷자 - 조경가와의 만남”에서도 수많은 조경분야에 대한 진로 상담과 구직에 대한 문의들이 있었다.

조경에 대한 홍보가 서울의 중심장소에서 좋은 계절에 가능한 것이 과연 일년에 몇 번이라도 있을까 라는 측면에서 조경박람회는 협회뿐만이 아니라 전 조경계에서 대처할 때 우리의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일반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영화 건축학개론 OST (전람회 - 기억의 습작)에서의 가사가 마지막으로 생각난다.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한국조경신문]

노환기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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