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 조경업계에 불어 닥친 ‘구인난’

2. 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

3. 구인-구직난 해법을 위한 모색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조경계 인력난이 단순히 어렵다는 수준에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거듭난 미세먼지 만큼 심각한 수준에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경업계의 열악한 복지문제와 경제적 문제가 구인난을 해소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요즘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는 부분은 경제적 어려움과 복지문제보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기획시리즈로 1. 조경업계에 불어 닥친 ‘구인난’, 2. 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 3. 구인-구직난 해법을 위한 모색을 다룬다.

3편- ‘구인-구직난 해법을 위한 모색’에서는 조경업계의 인력난 원인 속 해법을 모색해 봤다. 아울러 기획시리즈와 관련해 반론이나 제보는 cjh@latimes.kr로 하면 된다.

 

일본, 공공사업 중심 탈피 노력

조경업계에 불어 닥친 구인난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의 실정을 확인해 봤다.

일본 조경분야도 환경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려운 실정에 있어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도시공원과 광장, 공공녹화 등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기 때문으로 현지는 분석하고 있다.

그렇기에 공원이나 녹화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접근과 조경의 관점을 근시안적으로 계획하고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위기를 자초해 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공공사업 중 녹지예산은 지난 1998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여왔고 지난해 급기야 반토막이 났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현상을 뒷짐만 지고 있지 않았다. 지난 몇 년은 경기부양책으로 우리나라 추경예산과 같은 보정예산으로 공공사업에 중점 배분을 진행했다.

그러나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면서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하다.

데키 마사노리(Deki Masanori) 씨빅디자인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일본의 조경부문 계획과 설계를 전담하는 컨설턴트 기업 수가 2004년 전국 134개 였으나 2014년 현재 77개로 절반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키 소장은 “전문대학 졸업자로 젊은 인재를 확보하고 싶지만 수주 환경과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채용하는 회사 수가 적고, 이는 수수 질적 감소에 의해 급여 수준이나 대우면에서 만족을 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한국과 유사한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본의 조경부문 고문기술자가 고령화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라며 “공공사업에 의존하는 산업 체질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고령세대로 인해 업계의 활성화가 정체돼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측면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법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자연을 함께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산·학·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데키 소장은 강조했다.

일본 조경산업이 단순히 공공사업에만 의존한 업계들만의 위기는 아니었다. 공공사업 수주 제도가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자본금과 직원 수, 전문분야 자격자수, 매출실적, 수상이나 표창 실적 등 평가하는 주문 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은 폐업이나 합병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좌측부터) 데키 마사노리 일본씨빅디자인연구소 소장,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임병을 더 자이언트(주) 대표     ⒸLAT
(좌측부터) 데키 마사노리 일본씨빅디자인연구소 소장,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임병을 더 자이언트(주) 대표 ⒸLAT

 

복지가 아니라 비전이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역량 중심 혹은 성실도 중심으로 채용한다. NCS기반의 선발도 의미는 있지만 역시 낮은 직무만족도와 높은 이직률은 막지 못한다. 여기서 이직률은 비단 조경계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임병을 더 자이언트(주) 대표의 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첫 번째 제안에서 “내가 그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관점과 계속해서 배울 것이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그 역시 직장에서 퇴사를 결심했을 때 ‘발전할 것이 없다’는 비관에서 비롯됐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한 사례를 들려줬다. “내가 아는 한 회사는 직원의 월급이 200만 원 수준밖에 안 되지만 최소 5~1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들은 그 회사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항상 배울 것이 있고 자신이 성장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돈과 복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두 번째로 관계하는 사람들과 수평적이지는 않지만 존중과 토론, 협의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수평적 조직은 이미 여러 산업분야에서도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 대표는 다른 관점에서의 수평적 조직을 강조하고 있다.

“억지로 하는 수평적 조직, ‘님’자 영어이름을 부르는 억지 구성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자기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통해 자기주장과 반영이 될 때 성공한다.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도록 해 줄 때”라며 “상사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시대는 지금 세대에게는 전혀 맞지 않다”고 임 대표는 지적하고 있다.

이는 그들도 부모에게 존중받고, 자존감을 지켜왔고, 인권과 근로에 대한 기본권 등 인식이 잘 쌓여왔기 때문에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가 심각하게 보는 관점이 조경업의 불통이다. 소위 ‘갑’문화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경계의 뿌리 깊은 문화가 배경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때문에 스스로 창조하고 테스트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하고 발주자가 시키는 대로 일처리를 해야만 하는 식의 업무를 좋아하지 않는 게 지금의 세대라는 사실이다.

이점은 본지 제536호(기획시리즈2. 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에서 학생들이 밝힌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임 대표는 “창조하고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세대에게 방식을 맞춰주고, 그들이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꾸준한 교육과 지도, 안내가 필요하다”라면서 “대학교육에서는 결코 우수한 인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창업교육과 심리학에 기반한 인간관계론 등의 안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대안이 쉽지 않다. 조경 하나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 건축이나 조경도 선진국 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후진국형인 엔지니어링형태이기 때문에 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수평적인 관계 시스템으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H사 대표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차이가 있다. 제도는 바뀌지만 회사나 조직원들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야근도 우리 때는 다 수궁이 됐지만 지금 세대는 수궁하지 못한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복지나 그 외에 전반적으로 갭을 매우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발주처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같이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면서 “조경이 미래지향적이고 사회적 보장도 하면 힘들더라도 그들이 도전을 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력난 문제는 조경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한 쪽은 ‘젊은 세대들의 빠른 포기가 인력난을 부축 인다’고 보고 있고 한 쪽에서는 ‘제대로 인정받고 대우를 받길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쪽이 문제인지에 대한 지적보다 구조적인 개선을 통해 조경계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의 창의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와 같은 환경을 개선하고 마련한다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 적잖은 자본투입의 부담을 요구한다. 때문에 회사만의 일방적인 노력만을 강요하기 보다는 노사가 존중과 토론, 협의를 통해 지속적인 체질개선의 노력을 함께 할 때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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