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수 정정수환경조형연구소 소장 <사진 박흥배 기자>

그는 언제나 ‘식물이나 자연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버릇을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말하지 않는 식물의 처지에서 인간을 관찰하는 그의 생각은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된다. 특히 그가 아트가든스쿨을 지휘하면서 얻게 된 ‘자연스러움’은 옛 것을 버리지 않고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고자 함이다.

왜 아트가든스쿨에 오게 되었나

평소 자연을 사랑해왔기 때문에 강의를 해달라는 요구에 흔쾌히 응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더 예뻐하듯이,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애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아트가든스쿨을 운영하면서 열정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처음보다 지금이 더 애착이 많이 가는 이유다.

화가에서 조경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땅에다 그림을 그린다’. 한창 화가로 활동하던 때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 대신 자연을 택했다. 서울에서 화실을 운영할 때에도 입시생을 가르쳤을 때 30명 중에 28명 이상을 내로라하는 대학에 보냈다. 그림을 그려주는 대신, 아이를 관찰한 후에 그림이 왜 틀렸는지에 대해 가르치는 인성교육에 집중한 탓이다. 이 때 판단한 것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지리산 산자락을 오르내리면서 조경에 관심이 높아졌다. 벽초지수목원, 래미안 금광 초심원 등 작품을 이어가면서 자연의 관점에서 설계나 시공에 대해 문제해결을 이어왔다. 식물의 처지에서 생각하면서 설계를 이어가면 어려움이나 힘든 점이 없었다. 그 점이 조경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아트가든스쿨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식물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버릇’이다. 사람들은 보통 식물이나 나무를 이용해서 정원이나 가드닝을 하게 되는데, 먼저 이것들을 보는 시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쌀도 우리가 벼를 키워서 밥을 해먹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벼가 우리를 부려먹는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벼가 우리에게 자신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를 먹고살게 만들고, 품종개발까지 이뤄낼 수 잇게 인간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 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문제해결을 할 때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편파적인 관점을 버리고 자연의 처지에서 생각하게 되면 더 많이 알게되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수강생들도 이 부분에서 많이 깨닫고 느끼는 것 같더라.

왜 ‘아트가든’이라고 하는가?

자연 속에 삶이 녹아있고 삶 자체가 식물을 살리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조화롭게 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예술조경, 즉 아트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냈다. 예술조경학과에서도 아트가든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 정 소장이 말하는 도시재생은 남원의 스타일을 찾는 ‘남원스러움’을 강조한다. <사진 박흥배 기자>

조경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겉보기에 화려한 식물의 식생구조보다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아도 식물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편이다. 나무, 풀, 돌 등 그들의 상관 관계를 생각해서 배치해 놓으면 나중에 스스로 자랄 수 있는데에 더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조경관리는 5-10%만 해도 될 정도로 그들이 자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많이 접하고 있는 조경 방식은 일본의 조경방법이 많은데,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특히 자연이 갖고 있는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아름다움을 내버려 둔다.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자기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 스스로의 자생력에 기대를 거는 편이다.

수강생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지역민들이 가드닝에 관심을 갖고 도시재생에 이바지한다는 점에 크게 감동했다. 그러나 이 가드닝은 남원의 스타일과 ‘타협’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고 있다. 타협이라는 의미는 남원시가 주체적으로 남원의 스타일을 찾아서 가드닝을 할 때에도 멋스러움과 화려함만을 고집하지 않고 ‘남원스러움’을 고집하기를 바라는 점이다. 남원하면 춘향이다. 춘향이가 걸어다녔던 꽃길을 조성하는 데 일본의 정원 방식이나 중국의 정원 방식을 도입한다면 굉장히 의미 없어진다. 남원이 자랑하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어울릴 수 있는 가드닝을 통해 ‘남원스러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강생들이 도시재생이나 앞으로 마을을 꾸미는 데 있어서도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자연을 잊지 않고 자연 스스로의 능력을 믿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정정수 소장 주요 약력

 

학력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경력

전주 기전대학 교수(예술 조경과)

안면도 세계 꽃박람회 미술부문 기획위원장

벽초지 식물원 설계·시공

삼성래미안 금광 특화조경 설계·시공

고도원 아침편지 명상센터 예술 총감독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

평창동계문화올림픽추진단 자문위원

한국 야생화협회 회원

한강포럼 회원

 

수상

2008 세계조경가대회 최우수상(래미안 금광 초심원)

2010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

 

논문 및 저서

한·중 공원 관리체계 비교 고찰

화가가 들려주는 들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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