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사정수센터 고도시설 배치 및 친환경 조경계획도 조감도


옥상녹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옥상에 태양광시설 설치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전략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까?

기후변화 대응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옥상녹화나 태양광시설 설치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확보전략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업이다. 다만, 옥상녹화가 빗물저류 및 도시열섬감소 등을 통한 기후변화 문제 대응전략으로 제시된다면, 태양광시설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의 대응전략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옥상녹화와 태양광사업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발생했다.

2009년 10월 착공해 2014년 10월에 준공 예정인 ‘암사정수센터 시설현대화 및 고도정수처리시설공사’에서 옥상녹화 예정지가 태양광시설로 변경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경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착공 당시 설계안에는 암사정수센터 내 활성탄흡착지, 오픈접촉조, 펌프장 등 총 5개 건물(1만5000여㎡)에 옥상녹화가 포함되어 있었고,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옥상녹화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는 조감도를 통해 사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2년 9월 서울시 녹색에너지과는 ‘태양광발전소 건설 업무협약(MOU)’를 맺고 암사정수센터내 침전소와 여과지 등에 태양광발전소(5MW) 설치공사를 추진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옥상녹화 예정지도 태양광시설로 변경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태양광시설 담당부서인 녹색에너지과에서 공사 발주처인 상수도사업본부에 옥상녹화 예정지를 태양광시설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했으며, 지난 6일 공문을 통해 태양광시설로 변경방침을 확정지었다.

옥상녹화를 위한 기초조사와 사업의 타당성 검토 등 여러 행정적인 검토와 절차가 끝난 시점에서 옥상녹화 예정부지를 태양광시설 설치로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도시과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의 말을 정리해보면, 태양광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때부터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일환의 시장 정책사업이며, 옥상녹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사업 과정에서 설계변경을 통한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사실 태양광시설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시 입장에서는 공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옥상 사용에 대한 임대료 뿐만아니라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실적도 쌓을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부분이 태양광시설로 변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0년까지 전력자급률 20% 달성을 위한 에너지정책인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안에는 2014년까지 1만여 개 건물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시민으로부터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학교 115곳, 공공기관 328곳 등 총 3300여곳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했지만, 학교와 공공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예상실적을 밑돌고 있다.   때문에 태양광사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미 설계에 반영된 곳까지 태양광시설로 변경을 추진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태양광시설 변경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서울시 정책의 일관성 문제에 있다.
지난 4월 서울시가 공원녹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선포한 ‘푸른도시선언’을 보면 옥상녹화와 태양광에너지를 결합한 ‘옥상녹화 발전소사업’을 추진전략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옥상녹화 대신해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사업방식이 아닌 옥상녹화와 태양광시설을 결합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번 일과는 역행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옥상녹화와 태양광시설 사업이 서로 밀어내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공생 또는 보완해야 하는 사업으로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상녹화는 도심열섬 방지 등 기후온난화를 대비해야할 사업으로, 태양광시설사업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로서 중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옥상녹화와 태양광시설사업의 고유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일방적으로 하나를 밀어내고 또다른 하나를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공학과 교수는 “옥상녹화나 태양광발전사업은 시대적 흐름상 꼭 필요한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서로 대치되는 조건으로 가고 있다”면서 “옥상녹화와 태양광사업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 서로 인정하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고,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옥상녹화 측면에서 보면, 암사정수센터의 옥상녹화 대상지 규모(1만5401㎡)가 단일 공사 규모로는 가장 크다는 상징성이 있다. 2002년 서울시가 옥상녹화사업을 추진한 이래 지금까지 총 30만㎡ 가량을 녹화하면서 암사정수센터 옥상녹화 사업이 단일사업으로는 가장 큰 면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징성 있는 사업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더 중요한 건 옥상녹화와 태양광시설 설치 문제가 암사정수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 6일 서울시는 실비용량 50KW 이하 소형 태양광발전소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말까지 중랑물재생센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지하철 9호선 개화차량기지,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구의·광암 아리수정수센터 등 20여 곳의 공공시설에 총 25MW를 생산할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곧 제2, 제3의 암사정수센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경업계에서는 태양광사업과 옥상녹화사업이 함께하기 위한 논의체계가 필요성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옥상녹화업체 관계자는 “옥상녹화 뿐만아니라 도시녹화를 대변하고, 장기비전을 수립할 수 있는 TF팀을 신설하고, 태양광사업 관련자들과 함께 융합 할는 방안에 대한 논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TF팀 신설을 제안했다.

김태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태양광시설 설치에 대한 보조금 제도 변경, 논의체계 필요성, 조경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정량화된 연구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태양광시설 설치 때 지원하는 제도가 실효성 있게 개선돼야 한다.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무조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태양광시설만 설치할 경우, 태양광시설과 옥상녹화를 함께 설치할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차등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태양광사업은 건축, 조경 등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사업이지 태양광사업자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옥상녹화가 혹은 조경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논리가 아니라 정량적인 수치를 보여줄 수 있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량화를 위한 연구를 주문했다.

현재, 태양광시설로 변경 설치건은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내부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감리단에 공식적으로 설계변경 요청이 내려갈 전망이다.

이에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회장 이은희)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회장단 회의를 통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협회는 대응책이 마련되는 다음주 초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에 항의서한을 통해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09년 11월 열린 기공식 보도자료에 포함된 '공사 조경계획도'

 

▲ 지난달 30일 완공한 암사정수센터내 태양광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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