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암사정수센터 옥상에 설치하기로 했던 국내 최대 면적의 옥상녹화사업 대상지가 박원순 시장의 주요 공약인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명분에 밀려 태양광 시설로 대체됐다고 한다.

2009년 설계 당시 서울시가 암사정수센터 옥상녹화사업 추진을 대대적으로 홍보에 활용했던 점을 상기해 본다면 헌신짝 버리듯 하는 작금의 행태는 민망스럽기 그지없고, 설계변경되는 과정 또한 유아독존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종전에 옥상녹화로 설계했던 배경과 산업적 효과, 지난 4-5년간 산·학·관에서 준비하고 기대해왔던 과정들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송두리째 뭉개버린 오만의 극치다.

무엇보다 옥상녹화는 지구온난화 대응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지구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미래의 핵심과제라는 점에서 ‘인공지반녹화’와 ‘신재생에너지’는 상호 보완재로서 기능해야 하는 관계다.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내고 차지하려는 대체재로 변모한다면 인류의 재앙은 빨라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암사정수센터의 태양광시설 변경 과정을 따져본다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속한 녹색에너지과의 생태적 철학이 얼마나 빈곤하고, 상대 분야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음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이유다.

설령 사업 명분도 있고 행정적 하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최근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푸른도시선언’ 등의 도시녹화 사업기조에도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이미 푸른도시국에서는 옥상녹화와 태양광시설을 동시에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생태조경 산업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이런 일은 재발돼서는 안 된다. 대상지에 따라서는 신재생에너지가 인공지반녹화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고 또는 인공지반녹화가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 결정은 산업적 기여도, 기대효과, 예산 효율성, 시민 선호도 등 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만약 기존 것을 바꾸려고 할 때에는 설계 당시의 배경과 추진과정 또한 소홀함 없이 고려되는 것이 마땅하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결정에서 합리적인 과정이 배제된 채 힘의 논리에 지배당한다면 시민들의 불행은 커진다.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고 근시안적인 치적 중심으로 처리되는 서울시 기후환경 정책에 깊은 우려를 보낸다. 지금처럼 생태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을 계속 할 거라면 ‘녹색에너지과’에서 ‘녹색’이라는 수식어를 빼고 갈 것을 권한다.

인공지반녹화협회를 비롯해서 관련 단체들은 금번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조속한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응조직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 그에 앞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융합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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