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준 교수의 자생수목 재배법
<히어리>

 

▶자생지
히어리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리산, 전남 광양의 백운산 등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귀한 식물이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히어리를 희귀식물로 지정하여 자생지에서의 채취 및 반출은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 재배할 때도 허락을 얻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 대부분이 이미 외국에 유출되었고 일부는 외국에서 다시 개량 육종되어 국내로 역수입되는 현실인데 아직 히어리는 국외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우수한 우리 자생 동식물들의 해외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바탕으로 육종에도 힘을 쏟아 새로운 품종을 작출하여 외국에 수출하거나 로열티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관상 포인트
이른 봄에 피는 꽃을 흔히 영춘화라고 부른다.
물론 개나리 비슷한 식물에 영춘화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영춘화는 말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의미로,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들 영춘화에 한 가지 추가할 게 있으니 바로 히어리이다. 히어리는 그만큼 일찍 꽃을 피운다.
꽃이 가장 대접 받는 시기는 암만해도 이른 봄이다. 춥고 긴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예부터 이른 봄에 피는 매화 등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밝은 노란색 꽃이 늘어지며 피는 히어리는 꽃 자체도 예쁘지만 회색의 겨울에서 밝고 환한 봄을 선사하므로 더욱 반갑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화기는 비교적 긴 편으로 약 20여 일간 지속된다. 꽃이 너무 일찍 피면서 꽃 자체는 추위에 약하므로 늦추위에 꽃이 얼어 변색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히어리는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가늘게 골이 진 잎사귀는 그 자체에도 기품이 있지만, 가을에 황색 또는 등황색으로 물드는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특성과 재배
조록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수로 뿌리목에서 지속적으로 분얼하여 덤불 모양으로 자라는 관목이다. 
키는 대개 3-4m 내외까지 자란다.
자생지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이지만 추위에 강하여 전국 어느 곳이든지 재배 및 식재가 가능하다.
지리산 등지의 자생지를 살펴보면 산의 북쪽 사면 토심이 깊은 곳과 남쪽 사면의 건조한 곳에서 모두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적응성이 강한 나무로 생각된다.
햇빛은 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약간의 그늘이 지는 곳을 더욱 좋아하므로, 양수 내지 반음수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넓은 잎을 가졌지만 활엽수 중에서는 건조에는 꽤 견디는 편이다.
그러나 배수가 불량한 곳에서는 거의 자라지 못한다. 재배 시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여 토심이 깊은 밭 등을 선택하면 무난할 것이다.
수년간 재배하며 관찰해 보았지만 별다른 병충해의 피해를 입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병해충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번식
히어리의 번식은 거의 전적으로 실생에 의한다.
삽목이 된다고 하지만 발근율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실생 번식은 10월 경에 열매를 따서 응달에서 말려 종자를 채취하여 젖은 모래 속에 묻어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열매를 너무 늦게 채취하면 종자가 비산하므로 아직 열개되기 전에 채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자의 결실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어서 꽤 크게 자란 나무라 할 지라도 채취할 수 있는 열매는 그리 많지 않다.
파종 후에는 일반적인 관리 방식에 준해 마르지 않게 해가림을 해주거나 볏짚을 덮어 주면 좋다.
취미 재배에서는 휘묻이나 포기 나누기도 가능하다.
관목상으로 자라므로 아래쪽 가지를 눕혀 흙을 덮어두면 뿌리가 내리므로 잘라 심으면 된다.
또한 봄에 이식할 때 크게 자란 포기를 나누어 심어도 된다.

▶조경수로서의 배식
덤불상으로 자라는 관목이므로 큰 나무의 하목으로 식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녹음이 너무 무성한 나무의 아래에 심으면 꽃달림이 나빠진다.
관목이지만 독립수로 심으면 자연히 둥근 수형을 유지하므로 화단의 중앙 등에 심어도 좋다.
무엇보다 야생의 멋이 강한 수목이므로 자연 생태 정원의 구성요소나 공원, 학교원 등에 어울리는 나무라 할 수 있으며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으며 수형도 정연하므로 가정 정원에도 아주 좋다.
정말 우수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므로 여러 곳에 더욱 많이 보급되어야 할 나무이다.

 

▲ 정계준
경상대 과학교육학사
경상대 생물학석사
고려대 생물학박사
현, 경상대 생물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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