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의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왼쪽 첫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담양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해 건축과 조경이 상반된 시각을 나타냈다.

건축학적인 입장에서 담양권 누정 건축의 세계문화유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조경학적 입장에서는 경관적인 측면에서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놔 시각차를 분명히 했다.

다만, 담양권 누정이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충족을 위한 내용 발굴, 통합관리체계 구축 및 지역주민의 참여,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함께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담양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담양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은 조경 및 경관측면에서 보면 무형의 자산인 시가문학과 적절하게 결합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남 담양군이 주최하고,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담양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의 세계문화유산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조경·건축·국문 등 각 분야 전문가의 발표와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소쇄원 및 시가문화권 누정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제안했던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은 ‘담양누정의 경관적 가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00년대초 중국의 원림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걸 보고 소쇄원을 비롯한 담양지역의 누정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제안하게 됐다”면서 소쇄원·식영정·독수정 원림·풍암정·환벽당·명옥헌 원림·송강정·면앙정 등에 대한 조경적·경관적 측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지속적인 연구와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 등을 통해 담양 지역의 누정과 시가문학을 결합시킨다면 세계문화유산 가치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2004년경 담양군에 제안한 후 단체장과 담당자가 바뀌면서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아쉬워 하면서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에 비해 천득염 전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 측면에서 담양지역 누정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는 지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담양지역 누정건축의 특징’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건축의 입장에서 담양의 누정은 세계문화유산의 등재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인 6가지 항목 중 충족할 만한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천 교수는 “담양지역의 누정에 대한 건축, 원림, 경관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며, 때문에 담양지역의 누정이 갖고 있는 차별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 담양의 누정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완도와 해남의 누정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자(건축)만 보면 쉽지 않기 때문에 경관, 원림, 수공간 등을 함께 봐야 하며, 특히 담양 누정이 갖고 있는 차별성, 특수성을 찾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상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담양지방 누정건축의 세계유산적 가치’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 충족 조건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등재기준인 6가지 중에 1-2가지는 충족을 시켜야 하며, 이외에도 진정성과 완전성을 함께 충족시켜 한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에 대해 강조했다.

더불어 “주민참여와 통합관리 체계의 구성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면서 “지자체·지역주민·전문가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준규 전남대 명예교수는 ‘담양권의 누정과 시가문학’에 대한 발표를 통해 “국문학상 주목하는 현존하는 담양권 누정은 15개소에 이른다”면서 “담양 누정을 통해 성산시단과 면앙정 시단이 자리 잡았으며, 당대의 시백 10걸 중 8명이 이곳에서 활동했다”며 담양권 누정에서의 시가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국문학상 3대 혹은 4대 시가시인으로 거론되는 송순과 정철이 담양누정에서 활동하는 등 누정문학상에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특히, 소쇄원·식영정·환벽당·면앙정·송강정 등 담양권 누정 5승은 우리문화유산으로서 뿐만아니라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도 담양 누정에 대한 건축과 조경의 시각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건축을 대표하는 토론자로 나선 김성우 연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유산 중심으로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등재가 쉽지 않은 이유와 등재를 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담양 누정의 유산에 대한 개념 및 정체성 부족 ▲연속유산으로서의 타당성 부족 ▲다른 지역 누정과의 차별성 부재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입증 근거 부족 ▲시가문학과의 관련성 미흡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제적 기준과 지역적 가치판단 사이의 괴리감을 극복하는게 중요하다”면서 “등재를 위해서는 조선시대의 독특한 자연관과 인간관이 담겨진 누정에 대한 가치를 설득하는 방법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는 “소쇄원을 비롯한 담양 누정은 시가문학과 연계라는 점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홍 교수는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등재기준에 부합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얼마나 근접했는가라는 측면에서는 의문이 든다”며 “등재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교수는 “담양누정은 건축만 갖고 얘길 할 수 없다. 정원문화(인공자연)과 원생자연의 진정성과 완전성이 얼마나 갖춰질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소쇄원의 경우 목판 소쇄원도와 소쇄원 48영을 통해 소쇄원의 기존 건축물과 첨경물의 복원이 필요하며, 계류 중심의 소쇄원을 특징을 살리기 위한 수량 확보 그리고 식생 경관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해준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행정적, 조직적인 준비를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주민의 참여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앞서 최희우 담양부군수는 축사를 통해 “소쇄원 등 문화유산과 그 속에서 찬란하게 꽃피웠던 정신적 유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첫걸음”이라면서 “앞으로 인물 및 문헌자료조사, 건축과 조경 그리고 문화체험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기준 충족을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전남도, 광주시 등과 긴밀히 협조해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소쇄원·식영정·명옥헌 원림 등은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명승 40호, 57호, 58호로 지정받으며, 특히 소쇄원은 1981년 국가사적 304호로 지정된 한국민간 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조경학적인 가치 뿐만아니라 문화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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