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걷는 것은 그 자체가 대지에 대한 경건한 입맞춤 이라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가장 경건한 제의(祭儀)라고…

그저 돌고 도는 일상을 탈출하는 방법 중 제일은 그저 멈춤! 그리고 대지를 걷는 여유는 이제 호사(豪奢)라고 할만치 너무 먼 우리의 일상이 됐다.

자연, 생명, 인간...
묻고 또 묻는다. 물음이 없는 삶은 주어진 그대로를 느낌 없이 사는 쳇바퀴 같은 삶이다. 걷고 걸으면서 오늘을 묻는다. 어쩌면 삶 자체가 물음인 것이다.

바다에서 만난 평원, 평원에서 만난 하늘, 하늘로 이어지는 듯 한 갈대의 숲, 억새의 숲.
땅에서 만나는 바다의 여러 얼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깊은 배려인 듯하다.

그 조화로운 생명들의 이어짐은 삶에 대한 경건과 감탄을 새삼 느끼게 한다.
갯골 사이사이 움트는 생명의 신비와 경이를 보면서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바닷길,
물길이 바로 아버지의 천년 또 할아버지의 천년을 흘러왔을 그 물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거기서 무수한 생명은 시작되어 솟아나며, 사라지고 또 다른 생명의 씨앗으로 움트고...
그곳에서 얻는 깨달음과 물음!
겹겹이 쌓인 뻘과 흙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진한 무게감은,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 태고적 생명의 기원을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고...

고구려, 백제인들의 늠름한 기상처럼 올곧게 뻗어 나가라는 뜻의 ‘늠내길’은,
끊어진 듯 하면 이어지고 이어진 듯 하면 어느새 내달리는 바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골짜기의 갯골과,
그 길과 길 사이에서 못내 이별을 아쉬어 하며 조심조심 흐르는 물길로,
둔덕과 둔덕으로 마치 부끄러운 속살 가리워서 끝이 안 보이는 듯한 너른 들판을 살짝 보이게 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 하늘도 바다도 땅도 모두 다 한 길로 자리잡게 했다.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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