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무은행 사업은 갖가지 문제점이 속출하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예산이다.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남의 경우 없는 살림이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내다보며 나무은행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운영으로 예산절감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최소 3년은 운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재정이 빠듯한 중·소도시 지자체에서 3년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여간 쉽지 않다.

더욱이 현재 운영 중인 몇몇 지자체 가운데서도 재정난에 허덕여 위기에 직면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속내는 당장 사업을 중단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전국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나무은행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 등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편집자

▲나무은행 현황 = 25개 자치구가 있는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1년을 기점으로 모든 곳에서 나무은행을 운영했다. 하지만 현재는 △강남구 △강북구 △구로구 △노원구 △서대문구 △성북구 △양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은평구 △종로구 등 11개 자치구만이 운영 중에 있다.<표 참조>

또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시, 인천시, 대전시 등 3개 시가 나무은행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는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구와 1개 군 등 9개 구·군이 2005년부터 연차적으로 나무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시는 3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2007년 한밭수목원에 나무은행을 개설했다. 부산시도 푸른나무가꾸기사업소에서 시민단체들과 연계, 나무은행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도 지역에서의 나무은행 사업은 단연 전남이 최고다. 전남은 22개 시·군 중 목포시를 제외한 21개 지역이 2007년부터 나무은행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나무은행을 통해 가로수, 도시 숲 조성 등 111개 사업장에서 139억원의 예산을 절감했으며 현재 나무은행에 예치된 수목 3만6,813 그루의 기대가치 177억원을 더하면 316억원의 운영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전남은 나무의 굴취 대상지 선정 요령과 굴취, 운반, 사후관리 요령 등을 담은 ‘나무은행 수목관리 매뉴얼’을 제작 배포했으며, 도민 누구나 나무 기증과 분양을 신청할 수 있는 나무은행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지난 3월 개설한 화성시를 비롯해 하남시, 경기농림진흥재단 등 3곳에서 나무은행을 운영 중이며, 제주도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제주시(2002년) 1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무은행사업 봇물 = 이밖에 나무은행이 전무했던 강원도와 광주광역시, 충남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강원 원주시는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과 푸른도시 가꾸기 사업에 필요한 조경수목 확보를 위해 나무은행을 설치하고, 우선 기업도시 개발지역 내 소나무와 참나무 100여 그루를 묘포장으로 옮기고 내년에는 봉화산 2지구 개발지역 등에서 300여 그루를 옮겨 조경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원주시는 나무은행 운영을 위해 호저면 매호리와 태장동, 문막읍 동화리 등에 1만3,000여㎡ 규모의 묘포장을 마련, 일정기간 뿌리를 활착시키고 수형을 조절해 녹화사업의 조경수로 활용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도 이르면 11월부터 나무은행이 운영된다. 최근 시의회 이정남 의원이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정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목과 시민이 기증하는 수목 중 이식이 가능하고 수평이 우수한 수목을 선별해 재활용하는 나무은행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2월 전남을 벤치마킹한 충남은 내년 3월께 △논산시 △서산시 △아산시 △천안시 △당진군 △예산군 등 6개 시·군 대상으로 나무은행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무은행 문제점 = 하지만 나무은행 사업이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다. 홍보 부족과 운반비용 부담으로 사업이 좌초위기에 봉착한 곳도 있으며, 부지 및 예산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지자체들도 허다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나무은행 사업을 벌인 서울시는 2001년 25개 모든 자치구가 나무은행을 운영했지만 부지확보 등의 문제로 지금은 절반 이상이 준 11개 자치구만이 나무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연간 2억원 미만의 유지·관리비도 넉넉하지 못해 오는 2012년까지 추진될 나무은행 사업이 활성화될지 미지수다.

나무은행이 외면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홍보 부족이다. 현재 서울시는 수목을 일대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주는 ‘푸른 서울 가꾸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각 자치구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식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누군가가 나무은행을 통해 기증하면 관공서, 단체, 개인이 이를 분양받아 이식을 하고 재활용해야 하지만 이식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분양받는 쪽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실제 이식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일부 자치구에서는 헌 나무를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 옮기기보다는 돈을 더 주고 새 나무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남시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사업 운영에 적신호가 들어왔으며, 대도시인 대구시와 울산시는 많지는 않지만 예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지확보가 쉽지 않아 나무은행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소도시와 군 지역은 부지는 있는데 예산이 없어 ‘속알이’를 하고 있다.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등은 나무은행 운영을 위해 타 시·도 벤치마킹을 해봤지만 예산이 없어 ‘그림의 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산림청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공원녹지과 한 관계자는 “저탄소녹색성장의 핵심이라고 하는 ‘산림’을 관장하는 산림청이 예산지원은 물론 나무은행이 몇 개가 운영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하면서 “나무은행이 지자체의 변변치 않은 사업처럼 보일지라도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는 등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적극 반영하는 풀뿌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운영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나무를 굴취하고, 운반하고, 이식하고, 사후 관리하는 비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조경업자에게 구입해 심는 비용보다 높다며 나무은행 개설을 꺼리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원주시 한 관계자는 “직경 20㎝의 소나무를 구입해 심을 경우 88만원이 들지만 나무은행에서 관리해 옮겨 심으면 44만원이 소요돼 50%가량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도심 숲 조성이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의 현실에서 적은 예산으로 도심 속 탄소 흡수원을 확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나무은행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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